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한전 아트센터에서 한국전력 이사들이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을 다룰 한국전력 이사회’가 개의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한전 아트센터에서 한국전력 이사들이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을 다룰 한국전력 이사회’가 개의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이사회서 개편안 의결 보류

누진제 개편 7월 시행 차질

소액주주 배임 반발 영향 커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한국전력 이사회가 21일 여름철에만 한시적으로 전기요금을 완화해주는 누진제 개편안을 보류시켰다.

정부 정책에 따른 비용 3천억원을 상장 공기업이 떠안게 되는 것은 배임이라는 소액 주주들의 불만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한전은 이날 이사회를 열어 전기요금 누진제 민관 대스크포스(TF)가 권고한 여름철 누진제 개편안을 받아들일지 3시간 반 동안 심의를 진행했으나, 결국 의결을 뒤로 미뤘다.

이사회의 의장을 맡고 있는 김태유 서울대 명예교수는 “전기요금 누진제 관련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아 의결을 보류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가까운 시일 내 추가 논의를 통해 최종 결정을 하기로 했다”면서도 다음 이사회 일정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이번 의결로 다음 주 전기위원회 심의 및 인가를 거쳐 다음 달부터 누진제 개편안을 시행하려던 정부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앞서 민관합동 전기요금 누진제 TF는 매년 7~8월엔 누진 구간을 확대해 전기료를 깎는 권고안을 내놨다. 지난해에도 한시적으로 이 방식의 요금체계가 적용된 바 있다.

권고안에 따르면 1단계 누진구간(kW당 93.3원)은 현재 200kW에서 300kW로, 2단계 누진구간(kW당 187.9원)은 현재 400kW에서 450kW로 확대된다. 이와 관련해 TF는 1629만가구가 한 달에 1만 142원의 전기료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이 안을 따를 경우 한전은 매년 3천억원 가까운 손실을 보게 돼 논란이 일었다. 주주들은 한전 이사회가 개편안을 의결할 경우 배임혐의로 고소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나타냈다. 정부의 전기요금 인하 정책에 따른 부담을 기업에 떠넘기는 것이 부당하다는 게 주주들의 입장이다.

이에 한전은 이사회에 앞서 대형로펌에 약관 개정안 의결이 업무상배임에 해당하는지 법리검토를 의뢰하는 한편 정부에 ‘명시적 손실 보전을 약속하지 않으면 누진제 개편안에 반대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올해 1분기 한전은 연결 재무제표 기준 6299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1분기 기준 역대 가장 큰 손실액이다. 지난해에는 1조 1745억원 순손실을 기록하면서 6년 만에 적자로 전환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 최대 규모의 적자를 낸 한전으로서는 전기료 개편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미 180%를 넘어선 부채비율도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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