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누구도 들어갈 수 없다”… 혹여나 돼지열병 틈탈까 농가들 초긴장
[르포] “누구도 들어갈 수 없다”… 혹여나 돼지열병 틈탈까 농가들 초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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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돼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경기 서북부 농가들 방역 올인

‘돼지열병 바이러스 옮길라’

외부인 출입 철저히 통제

‘구제역’ 추억에 더욱 조심

농가들 ‘소비 위축’ 우려도 

[천지일보=홍수영·김정수 기자] 돼지에게 치명적인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한반도까지 들이닥쳤다. 지난달 31일 북한에도 돼지열병이 퍼졌다는 소식이 알려져 우리 정부에도 비상이 걸렸다. ASF는 치사율이 거의 100%에 이르기 때문에 바이러스가 아예 미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양돈 농가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불안한 밤을 지새우고 있다.

본지는 7일 경기도 서북부지역을 찾아 돼지열병에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지 살펴봤다.

정부는 인천 강화·옹진, 경기 김포·파주·연천·고양·양주·포천·동두천, 강원 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 등 14개 지역을 ‘특별관리구역’으로 지정했다.

정부는 농림축산식품부·검역본부·지방자치단체·방역 지원본부로 꾸려진 ASF 전담반(158개반, 237명)에 행정안전부·농축협 인원(19개반, 59명)을 추가한 특별점검반(총 177개반, 296명)을 구성해 이날부터 합동 점검에 나섰다.

북한의 발병 사실이 알려지자 경기도는 김포·파주·연천 3개 시·군의 모든 돼지 혈액을 채취해 정밀검사에 들어갔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북한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것으로 공식 확인되자 주말인 지난 1일 오전 아프리카돼지열병 차단 방역 현장인 인천 강화군 해병대 교동부대를 방문해 현황보고를 받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이낙연 국무총리가 북한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것으로 공식 확인되자 주말인 지난 1일 오전 아프리카돼지열병 차단 방역 현장인 인천 강화군 해병대 교동부대를 방문해 현황보고를 받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양돈업에만 20년을 종사한 오지원(56, 남, 인천시 옹진군 영흥면)씨는 수요일 하루만 하던 소독을 매일 2번씩 실시하고 있다. 오씨는 “영흥도는 청정지역이라 걱정은 없다”면서도 “최근 돼지열병 때문에 하루에 오전 오후 각 1회씩 자체 소독을 30분씩 하고 있다”고 밝혔다.

파주는 한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의 개성과 맞붙은 곳이다. 지난 5일 경기 북부 접경지역 방역현장을 점검한 이낙연 국무총리는 “멧돼지가 하루 15㎞를 이동하는데 아직도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이 신고된) 북한 자강도에만 멧돼지가 머물러 있을 것으로 볼 수 없다. 이미 개성까지는 왔다고 봐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를 보듯 방역당국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야생 멧돼지로 인한 전파다. 현재 언제 바이러스가 파주까지 넘어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비록 남북 사이에 비무장지대(DMZ)가 있고, 한강·임진강이 파주와 개성 땅을 가로질러도 안심할 수는 없다. 감염된 돼지 사체 등이 두 강이나 서해 등을 따라 흘러올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파주시에서 택시기사를 하는 박재황(40대, 남)씨는 택시를 운영하다 보면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야생 멧돼지를 만날 수 있다며 야생 멧돼지가 바이러스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관심을 나타냈다.

[천지일보 인천=김미정 기자]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을 막기 위해 정부·지자체가 방역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사진은 인천시가 돼지 농가를 소독하는 모습. (제공: 인천시) ⓒ천지일보 2019.6.7
[천지일보 인천=김미정 기자]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을 막기 위해 정부·지자체가 방역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사진은 인천시가 돼지 농가를 소독하는 모습. (제공: 인천시) ⓒ천지일보 2019.6.7

북한과 맞닿은 파주시는 초긴장 상태를 유지했다. 모든 사안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실제 파주시 덕천면 양돈 농가를 방문했을 때 농장 관계자는 취재진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예의주시했다. 해당 농장 입구엔 생석회가 질펀하게 뿌려져 있었다. 농장에 드나들 차량은 모두 이 생석회를 밟고 지나가야 한다. 이 때문에 입구엔 각종 차량의 바퀴 자국이 진하게 찍혀 있었다. 생석회는 가축 방역용으로 주로 쓰이고, 물과 반응할 경우 100도 이상의 강한 열을 일으키면서 병원균을 죽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농장 관계자는 “사람이 들어가도 함부로 들어갈 수 없다. 모두 대인 소독을 거쳐야 한다”며 “각종 장비나 도구들도 알코올 등을 동원해 소독해야만 반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돼지열병이 워낙 치사율이 높고 강력한 탓에 상당수 농가가 취재진의 접근 자체를 꺼렸고, 간신히 만난 농장 관계자들도 언론에서 떠들썩하게 보도하고 여러 농장을 드나드는 것 보다 조용히 사태가 진정되길 원했다.

한 농장 관계자는 “매일같이 기자들이 찾아오지만 다 거절하고 있다. 외부인들이 드나드는 것 자체가 방역에 방해되는 거 아닌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천지일보=신창원 기자] 북한에서 치사율 100%인 아프리카 돼지열병(ASF)이 발생한 가운데 4일 오후 인천시 중구 인천항 제2국제여객 터미널에 입국시 반입이 제한되는 휴대품이 적힌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최근 중국 정부는 북한 아프리카 돼지열병 관련 북한산 돼지나 맷돼지 관련 제품의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천지일보 2019.6.5
[천지일보=신창원 기자] 북한에서 치사율 100%인 아프리카 돼지열병(ASF)이 발생한 가운데 4일 오후 인천시 중구 인천항 제2국제여객 터미널에 입국시 반입이 제한되는 휴대품이 적힌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최근 중국 정부는 북한 아프리카 돼지열병 관련 북한산 돼지나 맷돼지 관련 제품의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천지일보 2019.6.5

이와 관련해 파주한돈협회 관계자는 “보도를 통해 양돈 농가의 어려움을 알리면 좋지만, 일단 이렇게 보도가 되면 소비가 급격히 위축된다”며 “돼지열병이 발병한 나라에서 돼지 관련 가공품을 가져오는 걸 막으려면 양돈 관계자가 아닌 분들도 언론 보도를 통해 소식을 알면 조심은 하겠지만, 소비가 위축될까 봐 농가들이 극도로 꺼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돈 관계자는 “이미 파주 양돈 농가들은 몇 해 전부터 구제역이란 힘든 상황도 여러 번 겪었다”며 “그런 보도가 나갔을 때 농가에 도움이 된 적이 사실상 한 번도 없다. 이 때문에 농장주들이 누구도 연결해주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한다”고 밝혔다.

파주시 관계자도 “농장 입장에선 채혈 검사니 방역점검이니 심각한데 기자들까지 기웃거리니 반발이 심한 상태”라며 “불만이 쌓인 농장주들이 연일 시청에 항의하고 있어 시청도 애를 먹고 있다”고 설명했다.

초긴장 상태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양돈 농가들이 언제쯤 두 다리를 뻗고 잘 수 있을지 정부의 선제 노력이 절실한 때임을 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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