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임혜지 기자] 5일 서울 강남구 서울교회 2층 계단 앞에서 원로목사 측 교인들과 담임목사 측 교인들이 대치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5.6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5일 서울 강남구 서울교회 2층 계단 앞에서 원로목사 측 교인들과 담임목사 측 교인들이 대치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5.6

출구 못 찾는 서울교회 교인 간 갈등

당회 강행에 일부 ‘반발’… 폭력 사태까지

“성도 2만명 대형교회가 어쩌다 이렇게”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5일 오전 10시 서울 강남구 서울교회 앞. 교인 약 100여명이 ‘성경책’ 대신 ‘피켓’을 들고 한데 모인 일대에는 긴장감이 흘렀다. 10시 50분경, 예배 시간이 가까워지자 원로목사 측 교인들은 피켓을 들고 2층 본당으로 들어가려 시도했다. 출입문을 지키고 있던 담임목사 측 교인들이 이를 막아서면서 ‘아수라장’이 됐다.

원로목사 측이 소형 스피커를 이용해 “우리들의 정당한 교회 사용권을 막지 말라”고 하자 담임목사 측에선 “불법 당회” “재정 비리” 등 구호로 맞섰다. 양측의 교인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불법 행위라며 카메라를 들이밀며 비난과 야유를 퍼부었다. 이 과정에선 몸싸움과 함께 심한 욕설이 오가기도 했다.

오전 11시 10분쯤, 결국 원로목사 측이 철수하며 상황은 마무리됐다. 이후 원로목사 측은 1층에서, 담임목사 측은 2층에서 각각 예배를 드렸다.

서울교회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서울교회는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강남노회 소속으로 서울의 대형교회로 평가받는 교회 중 하나다. 이 교회는 현재 담임목사를 지지하는 교인들과 원로목사를 지지하는 교인들로 나뉘어져 심한 내분을 겪고 있다. 이렇다 보니 이들은 한 교회를 다니고 있음에도 각각 1층과 2층에서 따로 예배를 드리고 있다. 현재까지도 교회 운영권과 시설 이용 등을 두고 서로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 사태는 좀처럼 출구를 못 찾고 있다.

서울교회의 갈등은 교회 재정과 안식년 문제를 둘러싸고 지난 2015년부터 이어지고 있다.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5일 서울 강남구 서울교회 2층 계단 앞에서 원로목사 측 교인들과 담임목사 측 교인들이 대치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5.6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5일 서울 강남구 서울교회 2층 계단 앞에서 원로목사 측 교인들과 담임목사 측 교인들이 대치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5.6

원로목사 측 교인들은 담임목사였던 박노철 목사가 안식년과 재신임 규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담임목사측은 원로목사와 재정을 담당한 장로의 비리 의혹이 있다고 주장한다. 담임목사 측 한 장로는 “발견된 차명계좌만 해도 400여개가 넘는다“며 “입출금 거래가 모두 현금거래로 돼 추적도 힘들고, 주일날 예금 들어온 것이 수십개의 통장을 왔다 갔다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원로목사 측은 재신임에 자신이 없는 박 목사가 재정비리라는 프레임을 걸고 있다며 “모두 ‘무혐의’ 처리가 났다”고 반박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1월, 법원이 담임 목사인 박 목사에게 직무정지를 처분하고, 비기독인인 강모 변호사를 박 목사의 직무대행으로 선임하면서 양측의 갈등은 더 깊어졌다.

원로목사 측은 법적으로 강 변호사가 대리 당회장으로서 정당성을 갖고 있다고 하지만 담임목사 측은 목사가 아닌 변호사가 주최한 당회는 불법 당회라고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담임목사 측의 한 장로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당회장은 교회법상 목사만이 할 수 있다”며 “현재 법원에서 정한 직무대행자는 목사도 아니며, 교회 정상화를 위한 중재자 역할일 뿐인데, 교회 일을 결정하는 당회를 연다는 건 엄연한 불법”이라고 반발했다.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5일 서울 강남구 서울교회 2층 계단 앞에서 원로목사 측 교인들과 담임목사 측 교인들이 대치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5.6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5일 서울 강남구 서울교회 2층 계단 앞에서 원로목사 측 교인들과 담임목사 측 교인들이 대치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5.6

결국 갈등은 폭발했다. 지난 1일 강 변호사와 원로목사 측의 장로들이 교회 1층 회의실에서 당회를 열었고, 당회 진행을 저지하기 위해 담임목사 측 교인들이 맞서면서 충돌했다. 충돌과정에서는 소화기, 호신용 스프레이 등까지 동원됐다. 결국 교인 4명이 부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이렇듯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갈등에 교인들도 지쳐가는 모양이다. 서울교회에 다니고 있는 한 교인은 “원래 2만명의 성도가 다니는 대형 교회였지만 하나둘 떠나면서 현재 5000여명밖에 남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10년째 다닌 대형교회가 몰락하고 있는 것을 지켜보고 있으니 참담할 뿐”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인근 상인들과 주민들 역시 오랜 갈등에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서울교회 인근에서 3년째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지선(가명, 30, 여)씨는 “최근 몇 년간 봤을 때 서울교회가 평온했던 적이 없다”며 “하나님을 믿는다는 사람들이 본을 보여야 하는데 매번 일을 일으키니 교회에 대한 이미지가 안 좋게 됐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법원의 가처분 결정에 따라 서울교회 당회장 직무대행으로 목사가 아닌 변호사를 선임하는 이례적인 사태가 발생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일 서울교회 내부에서 당회 개최를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이 충돌했고, 폭력사태로 번졌다. 사진은 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서울교회의 모습.  ⓒ천지일보 2019.5.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법원의 가처분 결정에 따라 서울교회 당회장 직무대행으로 목사가 아닌 변호사를 선임하는 이례적인 사태가 발생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일 서울교회 내부에서 당회 개최를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이 충돌했고, 폭력사태로 번졌다. 사진은 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서울교회의 모습.  ⓒ천지일보 20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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