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논단] ‘민주조선’에서 ‘자유조선’으로
[통일논단] ‘민주조선’에서 ‘자유조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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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북한의 국호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민주주의는 ‘인민민주주의’이지 ‘자유민주주의’는 분명 아니다. 북한 정부의 기관지는 ‘민주조선’이다. 노동당의 기관지가 ‘로동신문’인 것과 좀 다르다고 생각되겠지만 이 역시 인민민주주의를 상징하는 이름이다. 김한솔을 구출하고 그를 중심으로 결사체를 유지해오던 천리마민방위가 지난 3월 1일 ‘자유조선’의 북조선 임시정부로 공식출범했다. 북한 체제의 대안세력이며 북한의 김정은 체제는 타도돼야 한다고 이들은 엄숙히 선언했다.

그들의 첫 액션은 당당하고 놀라웠다. 주스페인 북한 대사관에 대한 ‘습격’ 사건이 자유조선의 첫 행동이었으며 지금 그 파장이 확산되는 가운데 북한이 이 사건에 대해 어떤 입장을 보일지 여부가 주목된다. 지난 2월 22일 이 사건이 발생했을 때만 해도 사건은 큰 주목을 받지 못한 편이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이기도 했고, 사건의 정황 자체가 구체적으로 나타나지 않아서였다. 그러다 이 사건에 미국 정보기관이 연루됐을 가능성과, 연이어 북한 체제에 반기를 든 단체인 ‘자유조선’의 연루설이 제기되며 파장이 증폭되기 시작했다.

현지시간으로 지난달 26일 발표된 스페인 당국의 수사 내용은 한 편의 영화 시나리오를 방불케 했다. 미국·한국·멕시코 등 국적자 10여명이 모여 사업가로 위장해 대사관에 진입한 뒤 돌연 준비된 무기로 대사관 직원들을 위협해 대사관을 장악한 것으로 파악됐다. 애초 이들은 안면이 있는 대사관 직원을 통해 정상적으로 대사관에 들어갔다고 한다. 이들은 대사관 직원들에게 탈북을 권유하다 성사되지 않자 하드디스크 등 정보를 빼내 대사관을 빠져나가 곧바로 해외로 나간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내용의 보도가 나온 직후 ‘자유조선’은 이번 사건이 자신들의 계획에 따른 것이며 대사관 ‘공격’이 아니라 ‘초대’에 따라 긴급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빼낸 정보 중 잠재적 가치가 큰 정보가 미 연방수사국(FBI)에 전달됐으며 이와 같은 내용이 스페인 수사 당국의 발표 전 언론에 보도된 것에 대해 ‘신뢰 훼손’이라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실은 이들이 정보를 가져왔다면 그것은 미국의 CIA가 필요한 정보이지 FBI가 필요한 정보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왜냐면 CIA야말로 당시 제2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의 정보가 긴요하지 국제범죄를 다루는 FBI가 뭐 그렇게 북한의 정보가 필요하겠느냐 하는 것은 상식이다.

이 같은 사건의 전후 사정이 사건에 연루된 당사자의 입을 통해 밝혀지며 북한 당국 역시 구체적 입장을 정리하지 않을 수 없게 된 상황이다. 북한 당국은 사건 발생 후 한 달여가 지나도록 구체적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북한이 스페인 당국의 수사 결과 발표를 기다린 것인지 이와 별개로 이번 사건에 대해 ‘외면’하고 있는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자유조선’이 북한 당국의 입장에서는 체제 부정 및 전복을 위해 활동을 하고 있음을 공개적으로 밝힌 상황에서 이번 사건까지 주도했다는 것이다.

이른바 ‘백두 혈통’의 핏줄이 연계된 체제 위협 단체의 활동으로 인해 당국의 중요한 정보가 미국으로 빠져나간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북한 당국이 관련 대응을 하지 않고 넘어갈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다. 더욱이 자유조선의 핵심리더가 지난 2017년 1월, 그러니까 김정남과 임시정부를 의논하기 위해 만났으며 그 뒤 2월 곧바로 암살된 것과 연계해 보면 추리는 복잡성을 떨쳐버릴 수 있다. 다만 사안의 무게감을 감안해 매체 등을 통해 입장을 먼저 밝히기보다는 스페인 당국 등과의 외교적 협력을 통해 사안 대응에 나설 수도 있다.

앞으로 자유조선은 북한 내 핵심 엘리트들과 네트워크를 만들어 반 김정은 체제 투쟁에 떨쳐나서겠다고 밝히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북한 체제가 이제 70여년의 내부적 ‘안정기’를 마치고 바야흐로 혁명의 도가니로 변하는 건 아닌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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