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사람을 사회적 동물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사회적인 관계 속에서 배우고 익히며 함께 살아가는 것이 사람의 일반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이러한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고 스스로를 심리·정서적으로 단절하며, 개인적인 공간에서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이러한 사람들은 ‘은둔형 외톨이’로 불린다. 본지는 기획 연재를 통해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특징은 무엇이 있으며, 이들을 도울 수 있는 것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봤다.

방치.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방치.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67.7% ‘방치·간섭’ 양육경험

“부모, 수용·공감 태도 필요”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현대사회에서 핵가족화와 가족해체 등 가족 형태의 변화는 학교에서 청소년의 부적응 문제와 연관돼 부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문제의 발생 원인으로 부모의 양육 태도를 꼽는다. 이는 자녀가 은둔형 외톨이가 되는 직접적인 이유와도 관련돼 있다.

오상빈 상담가의 연구에 따르면, 은둔형 외톨이는 부모와 의사소통에서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한다. 또 갈등을 겪었을 때 타인과 의견을 조정하는 등 대화로 풀어가는 것에 자신이 없어 하며 회피하는 경향을 보인다.

일반적으로는 의사소통할 수 있는 개인·가족·사회가 서로 연결돼 있어 여러 갈등을 해결할 방도가 다분하지만, 은둔형 외톨이의 경우 개인·가족·사회라는 3개의 영역이 서로 폐쇄적으로 작용하기에 문제 상황은 점점 악화하게 된다.

오 상담가는 “부모가 자녀의 성장과 발달을 위해 행사하는 모든 행동과 사고를 양육 태도라고 할 수 있다”며 “자녀는 부모의 양육 태도와 그 방식에 의해 성격이 형성되고, 사회적 적응방식이나 학습동기, 태도, 사회기술 등에 큰 영향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부모가 자녀를 방치한다거나 지나친 집착을 갖고 대한다면 자녀는 부모에게 관계적인 단절을 경험하고, 점차 혼자만의 공간으로 들어가 나오지 않게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은둔형 외톨이 34.4% 방치 경험

실제로 한국청소년상담원이 은둔형 외톨이가 인지하는 부모의 양육 태도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결과, 34.4%가 방치를 경험한다고 응답했다. 또 17.4%는 부모의 권위적인 양육 경험을, 15.9%는 지나친 간섭을 경험한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은둔형 외톨이의 67.7%가 방치 또는 권위적이거나 지나치게 간섭하는 부모의 양육 태도에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오 상담가는 자녀가 어떤 결정을 해야 하고 또 주어진 상황에 맞는 행동을 해야 하는 과정에서 부모가 방치한다는 것은 자녀의 행동이나 결정에 있어 조정하고 중재하는 역할이 없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아동기의 방치 경험은 충동성에 영향을 미치고, 부모의 무관심한 태도가 자녀의 자기통제력 부족이나 문제행동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부모가 방치하면서 자녀가 나타내는 감정표현에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으면 자녀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상처를 입는다.

특히 부모의 맞벌이 등으로 인해 자녀가 혼자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부모와의 대화가 줄어들어 관계적으로 단절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성인이 돼도 확실한 자아를 갖기 어렵고, 또 부모를 향한 원망과 분노가 존재하지만 이를 자각하지 못하게 된다.

◆“과잉간섭, 자율성 형성 방해”

방치와는 반대로 부모의 기대수준이 매우 높아 자녀의 의사 결정이나 활동을 부모가 결정해 결국 자녀가 유약하게 되는 과잉간섭도 은둔형 외톨이가 되는 원인으로 거론된다.

오 상담가는 “부모의 간섭과 잔소리 등 과잉간섭과 통제적인 양육도 자녀의 사회 회피적 경향성과 관련된다”며 “이러한 부모 양육 태도는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능력이나 기술을 형성하는 것을 방해함으로써 자녀가 외부활동에서 소극적으로 활동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나치게 통제적인 양육 태도는 특히 내성적 경향과 낮은 자존감, 위기상황에 적절하게 대처하는 사회적 기술이 부족한 자녀의 성격적 특성과 맞물릴 때 문제가 더욱 악화된다”며 “결국 자녀는 새로운 일을 스스로 경험하고 배울 용기를 갖지 못하고, 무슨 일이든 자신감이 없고, 때때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무력감에 휩싸인다”고 설명했다.

◆“정서적인 의사소통 시도해야”

불안정하게 성장한 자아를 가진 은둔형 외톨이와 부모 간 소통은 쉬운 일은 아니지만, 부모가 정서적인 의사소통을 시도하고 안정적이고 일관된 모습으로 은둔형 외톨이를 대한다면 점차 상황을 나아지게 할 수도 있다고 오 상담가는 조언했다.

그는 “은둔형 외톨이의 현실은 가족과의 정서적 단절을 넘어 고립의 상황에서 생활하면서 자신의 감정과 언어를 정확하게 상대에게 전달하는 기술이나 훈련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부모가 자녀를 수용하고 공감하려는 노력을 보여주면 은둔형 외톨이는 심리·정서·관계적 능력을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은둔형 외톨이는 인간관계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이해가 잘되는 서로를 강력하게 원하고 있다”면서 “이들은 인터넷, 메일, 카카오톡, 밴드,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열심히 친구 만들기를 하고 있지만, 진짜 속마음을 거리낌 없이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가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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