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사람을 사회적 동물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사회적인 관계 속에서 배우고 익히며 함께 살아가는 것이 사람의 일반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이러한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고 스스로를 심리·정서적으로 단절하며, 개인적인 공간에서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이러한 사람들은 ‘은둔형 외톨이’로 불린다. 본지는 기획 연재를 통해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특징은 무엇이 있으며, 이들을 도울 수 있는 것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봤다.

은둔형 외톨이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은둔형 외톨이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우리나라 ‘은둔형 외톨이’ 10만명 추산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군대를 전역한 박성훈(가명, 20대, 남)씨는 줄곧 집에서 인터넷 게임을 하며 생활했다. 스스로를 외부와 차단한 그는 친구들을 만나는 것도 힘들어했다. 박씨의 친구들은 자연스레 그로부터 멀어졌다.

박씨는 그에게 경제활동을 바라는 부모의 눈치를 보면서도 집밖으로 나가는 것이 두려워 엄두를 내지 못했다. 모친은 그가 필요한 물건이나 돈을 요구할 때마다 들어주지 않으면 더 나쁘게 될까봐 억지로 들어줬다. 그런 박씨의 모습을 못마땅하게 여긴 부친은 그에게 비난과 욕설을 반복했다. 사회와의 단절과 가족들의 외면 속에 박씨는 외로운 시기를 보냈다.

이는 오상빈 심리상담사가 만났던 한 청년의 실제 사례다. 박씨의 이야기는 하나의 사례로 보이지만, 사실 우리 사회 곳곳에는 박씨의 모습과 같은 ‘은둔형 외톨이’가 다수 존재한다. 정확한 통계는 아직 없지만 우리나라의 은둔형 외톨이는 대략 10만명으로 추산된다.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집안에만 틀어박혀 사는 사람을 뜻하는 은둔형 외톨이는 ‘히키코모리’라는 말로도 알려져 있다. 이는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문제가 일본에서 먼저 두드러지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틀어박히다’라는 뜻을 가진 ‘히키고모루’의 명사형을 사용해 ‘히키코모리’라는 말로 이들을 표현한다. 일본의 40대 이상 은둔형 외톨이는 23만 2000명에서 54만 1000명으로 추산된다.

◆은둔기간, 6개월에서 길게는 15년까지도

오상빈 심리상담사가 연구·발표한 ‘은둔형 외톨이 가정방문 상담 프로그램 개발과 효과(2019)’ 논문에 따르면, 은둔형 외톨이는 은둔한 상태에서 외톨이로 생활하는 이들을 말한다. ‘은둔’의 경우 삶의 휴식이나 창의활동, 연구, 고행 등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활동을 수식할 때 붙기도 한다. 하지만 ‘외톨이’는 사회활동이 건강하게 이뤄지지 않을 때 쓰인다.

한국청소년상담원에서는 최소한의 사회적인 접촉이 없이 3개월 이상 집 안에만 머물러 있고, 진학·취업 등의 사회 참여 활동을 할 수 없거나 하지 않고 있으며, 친구가 하나 밖에 없거나 한 명도 없고, 자신의 은둔 상태에 대한 불안감이나 초조함을 느끼는 청소년을 은둔형 외톨이로 정의하고 있다.

오 상담가는 “은둔형 외톨이는 친구를 사귀거나 유지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며, 가족과 의사소통을 단절하는 관계적 철회를 보이기도 한다”며 “주로 낮과 밤이 뒤바뀐 생활을 하면서 집에서 인터넷이나 게임에 몰두하고 가상세계를 통해 외부와의 통로를 경험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이들은 의욕을 상실하고 자신의 은둔 상황에 대해 우울·불안·무기력감과 같은 부정적인 정서를 보이기도 한다”면서 “이러한 부정적인 정서는 가족에 대한 폭언이나 폭력으로 나타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오 상담가가 논문에서 밝힌 삼성정신건강연구소와 강북삼성병원의 공동연구(2005년) 결과에 따르면, 은둔형 외톨이는 남성이 66%로, 여성보다 많았다. 은둔기간은 6개월에서 길게는 15년까지 다양했다.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19~30세가 55%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13~18세가 45%로 그 다음이었다. 은둔형 외톨이는 30세 이상에서도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 상황 직면하면 회피 성향 보여”

은둔형 외톨이가 형성되는 요인은 개인, 가족, 사회환경 등 3가지로 분석된다. 먼저 개인 요인을 살펴보면 큰 특징 중 하나가 문제 상황에 직면하면 회피하는 성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러한 성향은 대인관계에서 접촉의 기회를 상실하게 만들고, 나아가 사회적 관계로부터 멀어지게 한다.

적극적인 문제해결 방법인 사회적 기술을 습득하지 못하게 되고, 스스로 갖는 사회적 성공에 대한 기대치 또한 낮아진다. 자신의 미래에 대한 절망으로 우울 성향을 보이며 사회적 회피를 선택, 결국 집 안에 틀어박혀 지내는 고립된 생활을 하게 된다.

오 상담가는 이러한 개인 요인에 대해 “스스로가 어떻게 살아가겠다는 삶의 목표 상실과, 자신은 아무런 능력이 없다고 하면서 노력을 하지 않는 무망감이 이들을 은둔하게 하는 주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은둔형 외톨이 “부적절한 양육경험 있다”

가족 요인으로는 부모의 과잉보호·과잉통제·소홀 등 양육 태도가 꼽힌다. 한국청소년상담원에서는 대부분의 은둔형 외톨이가 부적절한 양육경험을 자신들의 은둔의 궁극적인 원인으로 지목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오 상담가는 가족 요인에 대해 ▲가족의 해체 경험 ▲자녀에 대한 부모의 매우 높은 기대치 ▲맞벌이 부모이면서 자녀에게 소홀한 경우 ▲부모로부터의 폭력 경험 ▲가족 구성원의 불신 등으로 정리했다.

사회환경 요인에는 강한 자만 살아남게 된다는 경쟁사회 구도가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오 상담가는 “양육강식의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오직 공부만이 살길이라는 명제와, 공부를 잘하면 학교와 집에서 환영 받는 현실이 대인관계나 그 밖의 인성적인 문제를 무시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런 환경에서 은둔형 외톨이는 자신에게 사회에서 살아갈 능력이 없다고 여기면서 외부 사회로 나가고 싶은 욕구를 보이지 않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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