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부산=김태현 기자] 부산진구 전포동 산 12번지 중턱에 자리한 구상반려암. ⓒ천지일보 2019.3.3
[천지일보 부산=김태현 기자] 부산진구 전포동 산 12번지 중턱에 자리한 구상반려암. ⓒ천지일보 2019.3.3

지구생성과정 연구에 중요한 자료

아시아에서 유일, 세계 최대 규모

매우 희귀… 8개국 14곳에만 존재

지역 학생들 위한 체험학습장 조성

[천지일보 부산=김태현 기자] 부산진구 전포동 황령산 봉수대는 부산불꽃축제 등 지역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명당으로 꼽힌다. 황령산에서 바라본 광안리·해운대의 아름다운 풍광은 부산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이미 입소문이 자자하다. 그러나 도심지와 멀지 않는 황령산 중턱에 희귀암 천연기념물 ‘구상반려암’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구상반려암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기 전에는 황령산 서쪽 산복도로 진남로 일대 주민들은 구상반려암을 일반적인 돌이라 생각해 조각을 내어 골목골목 담장을 쌓기도 했다.

1980년 문화재 구역으로 지정돼 철조망이 둘려 별도의 관리인이 관리했지만 지금은 철조망이 걷히고 가슴높이의 담장이 처진 트레일 길로 조성돼 있다.

전포1동 산복도로에서 제법 가파른 길을 올라 단장된 산책길을 따라 20분 정도 올라가면 ‘관찰 트레일’ 길이 구상반려암 곳곳을 안내한다.

부산진구는 지난해 8월께 구상반려암 일대 8필지 3만 3800여㎡에 구상반려암을 관찰할 수 있는 ▲관찰 트레일 ▲힐링 감로사길 ▲골목골목 반려암 등 시설을 갖춘 ‘문화재 학습장’을 조성해 지역 초·중·고 학생들의 체험 학습장과 역사 탐방지로 운영하고 있다. 학습장 곳곳에는 CCTV 등을 설치해 만에 하나 있을 훼손에 대비했다.

산 중턱에는 눈을 돌리는 곳마다 크고 작은 바위가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다. 눈여겨 살펴보면 곳곳에는 5백원짜리 동전 크기의 다양한 구상암이 천지를 이루고 있다. 이 일대 널브러진 구상반려암은 전 세계의 구상암 중 최대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천지일보 부산=김태현 기자] 관찰 트레일 입구에 전시된 구상반려암. ⓒ천지일보 2019.3.3
[천지일보 부산=김태현 기자] 관찰 트레일 입구에 전시된 구상반려암. ⓒ천지일보 2019.3.3

◆고귀한 위엄 뽐내 ‘구상반려암’

황령산 중턱에는 지구생성과정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되는 암석군인 구상반려암이 역사의 고귀한 위엄을 뽐내며 자리하고 있다.

구상암(球狀岩)이란 공처럼 둥근 암석으로 특수한 환경 조건에서 형성되며 대부분 화강암 속에서 발견된다.

부산진구 전포동 산12번지에 자리한 구상반려암은 1980년 10월 23일 천연기념물 제267호로 지정됐으며 구역은 3만 3807㎡에 이른다. 특히 세계적으로도 희귀해 8개국 14군데에서만 그 존재가 확인됐으며 지질학적으로 매우 드문 암석으로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기록된 희귀암으로 세계최대 규모다.

전포동 구상반려암이 자리한 황령산 일대는 지질적으로 중생대 백악기의 이천리 층과 안산암·유문암·화강 섬록암·각섬석 화강암·흑운모 화강암·규장암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천리층군의 암상은 셰일로서 접촉 변성작용을 받아 암회색이나 검은색의 호온펠스화돼 있으며 혼성암이나 포획암들이 화강암이나 호온펠스의 접촉대에서 나타난다.

황령산에 분포된 구상반려암은 길이 400m, 폭 300m에 달하는 반려암 속에 구상암이 들어있는 형태를 하고 있으며 중심핵과 한 개 이상의 동심원상 구조를 보여주는 각으로 구과상·타원형 또는 불규칙 형태를 보인다. 구상암의 지름은 작게는 1㎝ 이하인 것부터 크게는 5~10㎝인 것도 있다.

[천지일보 부산=김태현 기자] 구상암에 새겨진 복암구. ⓒ천지일보 2019.3.3
[천지일보 부산=김태현 기자] 구상암에 새겨진 복암구. ⓒ천지일보 2019.3.3

구상반려암은 약 8500만 년 전 지하 깊은 곳의 마그마가 그대로 굳어서 만들어진 심성암의 일종으로 광물들이 층을 이루면서 바위 표면에 암록회색 내지는 연한 회색의 띠가 양파 모양의 동심원 또는 꽃 모양의 무늬를 띠는 구상암이 들어있는 구상구조(球狀構造)를 이루고 있다.

이 암석군은 약 6천만 년 전인 제3기초인 후기 백악기에 남천동 층을 뚫고 발생했던 황령산의 화산 활동으로 분출한 안산암류(安山岩類)를 암주상으로 뚫고 들어간 황령산의 반려암을 모암(母岩)으로 해 반려암 안에 배태돼 있다.

이곳에서 구상구조가 확인되는 노두(露頭, 광맥·지층·석탄층의 일부가 땅 위로 드러난 부분)는 여러 곳에 분포돼 있으며 분포면적은 약 0.14㎢에 달해 세계최대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이곳의 노두는 핵석 노두를 포함한 암석군을 보이고 탐스런 미관은 높이 평가된다. 보존이 뛰어나며 전석을 포함한 다양한 종류의 암구를 갖추고 있어 완벽한 노두 산출을 보여 암석의 생성 과정을 연구하는데 매운 중요한 자료로 활용된다.

이 지역에 분포하는 암구는 초생 암구, 단각 암구, 다각 암구, 복합 암구의 4가지 형태로 분류된다. 구상암과 반려암의 접촉대를 관찰하면 반려암에서 구상반려암 초생 암구, 단각 암구, 다각 암구, 복합 암구로 연속해 나타난다. 초생암구를 포함하는 암체는 폭이 수십 미터에 이르며 다른 암구를 포함하는 암체보다 더 우세하게 분포한다.

특히 전포동 구상반려암은 세계의 다른 구상암에서는 찾아보기 드물게 도심지 한가운데의 산출이라는 특수성을 가지고 있다. 전포동 구상반려암은 1977년 4월 19일 부산대 김향묵 지질학과 교수에 의해 처음 발견됐다. 이로 인해 암석의 생성과정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뿐 아니라 매우 희귀하고 특수한 암석으로 지질학적 가치는 매우 크다.

[천지일보 부산=김태현 기자] 1980년 구상반려암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당시 세워진 비석. ⓒ천지일보 2019.3.3
[천지일보 부산=김태현 기자] 1980년 구상반려암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당시 세워진 비석. ⓒ천지일보 20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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