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 한국외대중국연구소 연구위원

 

체감 경기가 만만치 않다. 한마디로 안 좋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열 지갑이 없어서 그런지 주변의 지인들이나 분위기를 보면 씀씀이가 옛날 같지 않은 것 같다. 물론 모임에 나가도 요즘은 1차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시대가 변해서 그렇지도 하겠지만 분명 이전과 달라졌다. 예전 같으면 모임이후 2차로 술자리나 노래방으로 가서 이어지는 회식들이 많았으나, 이제는 식사하고 간단한 차 한잔 마시고 헤어지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다. 나이도 큰 변수이다. 귀찮아져, 일찍 귀가해 시간을 가지려고도 할 수 있다. 재미가 없어져서 그렇지 않은가도 생각해 본다. 또 하나는 특별한 야간 문화가 없어서 그럴 수 있다. 속칭 그게 그렇고 뻔하다는 말로 표현할 수도 있다. 지천명(知天命)의 중간을 넘어가다 보니 이전의 밤 문화와 비교해 보기도 한다. 결론은 큰 변화가 없다. 새로운 야간 문화 창출을 통해 경기와 자영업자에게도 도움이 되면 좋겠는데, 뚜렷한 대안이 없으니 관계당국도 고민일 것이다. 

먹고 즐기는 것이 가장 중요한 야간 문화의 근간이라고 봐야 한다. 정부 주도의 불야성 정책을 쓴다 해도 한계가 있고, 민간에게 촉진시킬 방안을 위임하고 지원하는 방식을 찾아야 그나마 지속성이 있을 것이다. 뭐니 뭐니 해도 생활양식을 보면 대략 도시인구의 60% 이상이 야간에 활동하고 소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의 런던 같은 경우 야간 경제로 130만개 일자리를 만들었다는 보도를 본 적이 있다. 호주 시드니는 야간 경제로 4조 4960억원이 넘었다고 한다. 오후 6시부터 다음날 6시까지 야간 경제활동으로 본다면 대략 3차 서비스 산업 위주가 될 것이다. 즉 요식업, 쇼핑, 관광 등이 이 범주에 속한다. 

중국에서도 살아보고 가끔 중국을 가보면 야간에 활동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된다. 중국인들이 본래 그럴 수도 있겠지만, 동남아를 가 봐도 화교를 중심으로 한 야간 경제활동 인구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집에서 특별한 날을 제외하고 대부분 밖으로 많이 나와 먹고 즐기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 보니 야간 활동들이 많은 것 같이 보인다. 베이징의 싼리툰은 한국의 이태원과 같이 외국인이 집결된 곳인데 꺼질 것 같지 않은 밤 문화를 엿볼 수 있다. 자영업자에게 도움이 되고 일자리 창출과 소비촉진으로 경기 활성화를 위해서도 야간 경제활동을 장려하고 지원하려는 중국정부의 노력들은 계속되는 것 같다. 

미·중 무역 전쟁으로 부동산 시장 침체, 주가 하락, 이전에 없었던 경제발전 증가율 저조 등이 낳은 소비심리 위축이 중국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자금성 이화원 등 전통 있고 유서 깊은 관광지도 이전만 못한 관광객이고 소비도 줄고 있다고 한다. 밤 소비를 늘리려고 중국 정부는 야간 공연도 활성화 시키고 편의점, 슈퍼마켓, 상가 등의 영업시간을 연장하고 있다. 한국은 편의점들이 24시간에서 11시까지만 하는 곳이 더 늘어나고 있지만, 중국은 2020년까지 24시간 영업하는 편의점을 지금보다 50% 이상 늘리겠다는 목표이다. 3000만명이 넘는 세계최고 인구를 가진 충칭시는 전국적 명성을 갖는 야시장을 만들겠다는 발표를 했다. 상하이 시도 야간 경제 활성화를 위해 대규모 야시장을 새롭게 4~5개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내·외국인들에게 경제활동 시간을 늘려 소비지출을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경제활동시간을 늘리는 것이, 자고이래(自古以來) 경기와 소비촉진을 확대해 또한 새로운 생산을 일으켜 부가가치를 창출해 내는 것이다. 케인즈학파의 소비성이론의 핵이 아닌가. 한국도 생각해 볼 여지가 적지 않다. 밤문화 이색브랜드를 만들거나, 영화나 심야문화예술 공연 상설 같은 것도 생각해볼 만하다. 선택과 집중으로 각 지역마다 밤문화거리를 조성해 야간에 나와 활동하게 해야 한다. 특히 주말에 집중될 수 있는 프로그램 창달도 필수불가결하다. 한국보다 활성화돼 있었던 중국도 나서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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