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 한국외대중국연구소 연구위원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이 작년과 올해에 걸쳐 4번씩이나 김정은을 북경에서 만났다. 대략 세계 200여 국가가 넘는 지구촌에서 아무리 친밀도가 높은 맹방(盟邦)도 햇수로 2년도 안 되는 시간에 4번씩이나 정상회담을 한다는 것은 북한과 중국을 빼고는 없다. 더욱이 시진핑이 2012년 10월 중국 국가 주석직을 확정한 이후, 김정은을 한번도 만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년과 올해에 걸쳐 이렇게 빈번하게 만나고 있다는 것은 양국의 이익 공유점이 일치하지 않으면 설명이 불가능하다.

순망치한(脣亡齒寒)이라고 불리는 양국의 전통적 관계를 놓고 봐도, 양국 정상이 집권한 초부터 만났어야 지극히 정상이다. 그때는 만나지 않았다가 근자에 부쩍 자주 만나는 현상은 도대체 어디서 기인한다는 말인가. 그것도 김정은만 중국을 찾아가 만나는 형국이니 어딘가 비정상적인 면도 보인다. 통상적으로 정상적 국가에서 수뇌(首腦)간에 회담이 있다면 양국을 순차적으로 방문하는 것이 외교적 관례에도 맞지 않는가. 그러면서도 이번 7~10일간 김정은의 북경 방문은 또한 이전과 사뭇 다른 모습을 보였다. 그동안 김정은의 중국 방문은 다녀온 다음 양국이 동시 공개하는 수순이었다. 이번 방중은 방문 당일 발표하는 형식을 취했다. 이것도 이전과 다른 모습이었고, 북미 정상 2차 회담에 앞서 만나니 양국이 작전타임을 갖는 것이라는 등 각가지 해석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한마디로 김정은의 4차 방중을 설명하긴 쉽진 않지만, 북핵 문제를 빼놓고 얘기하기는 곤란하다. 물론 북한의 핵문제와 경제상황을 놓고 보면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 하는 북한은 중국 말고는 기댈 곳이 없기도 하기 때문이다. 김정은의 그동안 행보를 보면 비핵화를 하긴 해야 하는데 체제보장은 없고, 경제 개발을 위한 제재가 풀리지 않으니, 김정은을 위시한 북한당국도 진퇴양난(進退兩難)이었던 것이다. 그 돌파구를 중국에서 찾는 것이다.

금번 방중은 중국을 통해 비핵화 이후 보험을 확실하게 들어놓는 방중의 의미가 있다고 보인다. 아울러 김정은 신년사에서 밝힌 한반도 문제의 중국 참여를 정식적으로 정상회담을 통해 김정은이 시진핑에게 직접 전달한 회담의 성격도 있다. 그동안 북한은 미국과 1차 정상회담 하기에 앞서 중국을 약간 등한시하는 전략적 모호성(模糊性)을 의도적으로 보였다. 그러나 자기들의 의도대로 경제제재 해제는 요원하고 미국의 표면적 압박과 외교적 수사는 더욱 강화되는 시점에 중국역할론을 앞세우고, 전통적 우방이라는 미명하에 아예 중국에게 발을 들여놓고 한반도 평화정착에 역할을 다 해달라고 사실상 대놓고 시진핑에게 부탁을 한 회담이다. 

한국의 국정원이 국회 정보위에 보고한 사실을 놓고 보면 정부도 당일에서야 김정은 방중을 알게 된 것 같다. 물론 사전 징후를 첩보를 통해 정보당국이기에 발견했겠지만, 중국이나 북한이 사전에 한국정부에 직접 알리지 않은 것이 아닌가 싶다. 이는 특히 북한이 한반도 문제의 해결에 있어 한국정부의 역할론을 시간이 지나면서 축소시키고 있고, 북한 핵문제의 긴 여정을 놓고 봤을 때 북한은 한국을 경제적 지원만 해주면 된다고 하는 통상적 행태의 연속성을 더욱 강고히 하는 측면을 노출시킨 것으로 봐야 한다. “핵문제만큼은 남한과 논의하지 않겠다.

개성공단 가동과 금강산 관광만 일단 재개하라”는 김정은의 신년 메시지이다. 대미 협상력 제고와 비핵화 이후 보험을 들고, 한반도 문제의 중국의 건설적 역할 부탁을 위한 김정은의 방중은 그들이 말하는 주체국가의 현 모습이니 주체국가 주장이 무색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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