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출처: 교황청 홈페이지) ⓒ천지일보 2018.9.22
프란치스코 교황. (출처: 교황청 홈페이지) ⓒ천지일보 2018.9.22

교황, UAE 일정 마친 후 비행기 기자회견

“전부는 아니지만 일부 사제 성범죄 있어”

“해결 노력 이미 시작”… 쇄신 의지 피력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가톨릭교회 내에서 수녀에 대한 성폭력이 있었다는 ‘미투(#MeToo)’ 의혹에 대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가톨릭교회의 수장이 교회 내부에서 계속되는 성폭력의 심각성을 밝히고, 가톨릭의 개혁을 선언한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권력형 성폭력을 고발하는 미투 운동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 교황의 발언으로 가톨릭계 ‘미투 운동’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5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교황은 아랍에미리트에서 가진 첫 미사를 마치고 교황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속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사제가 성인 여성을 상대로 하는 성범죄에 대해 질문을 받고 “모든 사람들이 그렇지는 않지만 그러한 사제와 주교가 있었다”며 “(성범죄는) 계속되고 있으며 가톨릭교회는 범죄를 멈추게 하려는 노력을 이미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교황은 전임 교황인 베네딕토 16세가 2005년 즉위 직후에 성학대 문제가 발생한 여성 수도회 한 곳을 해산시켰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교황의 이런 발언은 가톨릭교회 내 사제들의 성학대 문제가 잇따라 터지면서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가톨릭 사제의 성폭력이 처음 공개적으로 불거진 것은 지난 198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루이지애나의 길버드 고드 신부는 1974년부터 1983년까지 아동 수백여명에 대한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고 20년형을 선고받아 파문을 일으켰다.

이후 2002년 보스턴 대교구의 존 지오간 신부 스캔들로 인해 가톨릭 성직자의 성추행 문제는 사회 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했다. 10살짜리 어린 아동을 성추행한 혐의로 10년형을 선고받는 과정에서 30년간 130여명의 아동을 성추행했던 과거가 드러났고, 그때마다 이를 은폐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엄청난 파장이 일었다.

이후 미 전역에서는 봇물 터지듯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피해가 폭로가 잇따랐다. 지난해 8월에는 펜실베니아 주 대배심이 주 교구 소속 성직자 300명 이상이 70년에 걸쳐 1000명이 넘는 아이들을 성적으로 학대했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전 세계적으로 확대됐다.

이 가운데 프란치스코 교황의 최측근이었던 조지 펠 추기경마저 아동 성범죄 혐의로 기소되면서 교계는 발칵 뒤집혔다.

유럽, 남아메리카 등 전 세계 각지에서는 가톨릭교회의 교육 및 봉사 등에서 중추를 이루는 수녀들을 상대로 한 성직자들의 성폭력 사건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9월 힌두스탄타임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인도 남부 케랄라 주에 사는 43세 수녀는 프랑코 물라칼이라는 주교에게 2년간 13차례 성폭행을 당했다.

이 수녀는 물라칼 주교를 ‘포식자(predator)’라고 부르며 적어도 수녀 20명이 물라칼 주교의 성폭력 때문에 교회를 떠나야 했다고 강조했다.

가톨릭교회는 세계 주요 지역에서 사제들의 성학대 의혹이 불거지면서 위기에 몰린 상황이다.

칠레에서는 지난해 5월 주교와 사제, 평신도 등 167명이 아동 성 학대에 연루된 혐의로 사법 당국의 수사 선상에 오르는 일도 있었다. 교황은 칠레 주교단 전체를 바티칸으로 소환, 칠레 교회의 철저한 반성과 쇄신을 강력히 촉구했다. 당시 칠레 주교단의 전·현직 주교 34명은 교황과의 긴급 회동 후 곧바로 교황에게 사임서를 제출했다.

또한 교황은 사제들의 성학대 추문과 관련해 가톨릭교회가 미온적으로 대처했음을 인정하며 “다시는 은폐하거나 가볍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교황이 사제들의 수녀 성폭력 의혹을 공식석상에서 인정한 것은 성폭력·성추행 추문으로 위기를 맞은 가톨릭의 자정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교황은 2주일 뒤 어린이를 상대로 한 성직자의 성범죄에 대해 논의하는 회의를 주재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교황이 가톨릭교회 내에서 수십 년간 벌어져온 성폭력 문화를 뿌리 뽑기 위해 어떤 쇄신안을 제시할지 관심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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