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2015년 9월 23일 미국 워싱턴 성마태오 사도대성당에서 시어도어 매캐릭 추기경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출처: CRUX)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2015년 9월 23일 미국 워싱턴 성마태오 사도대성당에서 시어도어 매캐릭 추기경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출처: CRUX)

교황청, 매캐릭 전 미국 추기경 징계
최고위직 사제의 ‘불명예’ 퇴진 파장
“성 학대 생존자 치유과정 도움 되길”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수차례 성추문에 연루된 시어도어 매캐릭(88) 전 미국 추기경이 결국 사제복을 벗게 됐다. 추기경이 성직을 박탈당한 것은 현대 가톨릭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교황청은 16일(현지시간) 미성년자를 성적으로 학대한 의혹 등 혐의를 받는 매캐릭 전 추기경의 사제직을 박탈한다고 발표했다. 교황청은 자체 조사 결과 그가 고해성사 도중 신자들에게 성적 행위를 요구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돼 이 같은 처분을 내린다고 밝혔다.

매캐릭 전 추기경은 지난달 11일 유죄를 선고 받은 뒤 항소했지만, 지난 13일 항소법정이 유죄를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캐릭 전 추기경은 미국 교회의 조사 결과 과거에 10대 소년을 성적으로 학대한 혐의가 인정돼 지난해 7월 추기경단에서 물러났다. 50여년전 16세 소년을 성적으로 학대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아무런 기억도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다른 의혹과 관련해서는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 그는 미성년자들뿐 아니라 성인 신학생들을 성적으로 학대한 의혹도 받아왔다.

매캐릭 전 추기경은 현재 캔자스주 외딴 수도원에서 은둔 생활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직을 박탈당한 그가 계속 캔자스의 수도원에 머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가톨릭에서 사제직을 박탈당할 경우 미사를 집전하거나 성체 성사 등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잃게 된다. 사제복도 착용할 수 없다. 또 교회로부터 생활에 필요한 재정적인 후원도 끊긴다.

매캐릭 전 추기경의 성 추문은 작년 8월 미국 주재 교황청 대사 출신인 카를로 마리아 비가노 대주교의 폭로로 교황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며 가톨릭교회의 보혁 갈등으로 비화했다.

진보적인 프란치스코 교황을 맹렬히 비판해온 보수파의 일원인 비가노 대주교는 당시 가톨릭 보수 매체들에 편지를 보내 프란치스코 교황이 취임 직후부터 매캐릭 전 추기경의 성 학대 의혹을 알고도, 이를 은폐하는 데 가담했다고 주장하며 교황 퇴위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교황은 “한마디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다.

이번 조치는 교황청이 교회 내 성 학대 예방과 아동 보호 대책 등을 논의하기 위해 오는 21일부터 전 세계 가톨릭교회의 최고 결정 기구인 주교회의 의장들을 교황청으로 불러 모아 여는 회의의 개막이 임박한 가운데 이뤄진 것이다.

한편 매캐릭 전 추기경이 2001년부터 2006년까지 이끌던 미국 워싱턴 대교구는 매캐릭 추기경의 성직 박탈 발표가 나오자 성명을 내고 “이번 결정이 매캐릭의 행위로 실망과 환멸을 겪은 사람들과 성 학대 생존자들의 치유 과정에 도움이 되길 기도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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