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실무책임자인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왼쪽)와 김혁철 전 스페인 북한 대사 (출처: 연합뉴스) 2019.2.2
북미 실무책임자인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왼쪽)와 김혁철 전 스페인 북한 대사 (출처: 연합뉴스)

북핵협상 전면에는 둘 다 ‘신인’

걸어온 길 전혀 다른 두 인물

[천지일보=이민환 기자] 이달 말 열릴 것으로 보이는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미 양국 협상대표가 한반도 정세를 바꿀지 모르는 중대 담판을 오는 6일 평양에서 벌인다.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두 대표는 비핵화와 북미관계 정상화 등을 놓고 협상을 진행한다.

5일 외교가에 따르면 스티븐 비건 미 대북특별대표와 김혁철 전(前)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는 오는 6일 평양에서 비핵화와 북미관계 정상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 제2차 북미정상회담의 의제의 구체적인 실천 조치를 놓고 협상을 벌인다.

두 인물은 지난달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일행의 워싱턴 방문을 계기로 상견례를 한 바 있다. 하지만 이들을 통해 이뤄지는 정상회담 합의문의 초안을 만드는 실질적 협상은 이번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실무협상을 맡았던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과 성 김 필리핀 주재 미국대사는 북핵 협상 현장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었다. 또 이들은 외교관 출신이었다.

반면 김 전 대사와 비건 대표는 이번에 북핵 협상 무대의 전면에 나서는 것이 같다는 점을 제외하면 걸어온 길이 전혀 다르다. 김 전 대사는 외무성의 ‘전략통’ 출신으로 핵문제에 대한 전문성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주로 외무성내 전략부서에 근무해왔기에 북핵 협상의 전면에 나설 기회가 희소했다. 그러나 대미협상의 ‘실전 경험’ 부족을 상쇄할 만한 이론과 전략적 측면에서의 ‘내공’이 검증돼 이번 협상에 나서게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는 지난달 25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김 전 대사에 대해 고위 외교관 집안에서 태어난 ‘금수저’ 출신이라고 소개했다. 또 김 전 대사가 지난 2000년대 초 외무성에 입부한 이후 전략부서에서 근무해왔다고 설명했다.

북측 대표로 김 전 대사가 나오게 된 배경에 대해선 북한으로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6.12싱가포르합의에 동의하고서 지금 와서 다시 뒤집어엎으려는 데 대해 각성을 갖고 전략형인 김 전 대사를 보내는 것이라고 추론했다.

김 전 대사와 달리 비건 대표는 정부·의회·민간기업 등에서의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을 쌓은 ‘협상통’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그는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사무국장, 미 상원의원 국가안보보좌관 등의 경력이 있다.

또 지난해 8월 트럼프 행정부의 북핵 실무협상 대표로 부름을 받기 직전까지 미국 자동차 메이커 포드의 부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다만 그는 북핵 관련 전문성과는 거리가 먼 경력을 가졌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이와 관련해 비건 대표는 자신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빈번하게 회동할 뿐 아니라 한국의 전직 북핵 협상 대표들을 두루 만나가며 조언을 구할 정도로 업무에 열정을 보였다는 관측도 나온다.

또한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두터운 신뢰 속에서 판문점 등 중립지대가 아니라 평양으로 파견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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