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이대로 좋은가 ⑤] 신은 멀리, 정치는 가까이… 부패한 ‘종교권력’에 휘둘리는 나라
[종교 이대로 좋은가 ⑤] 신은 멀리, 정치는 가까이… 부패한 ‘종교권력’에 휘둘리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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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13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에서 열린 대한불교조계종 제36대 총무원장 원행 스님 취임 법회에 참석한 각당의 대표 의원들이 합장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지난해 11월 13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에서 열린 대한불교조계종 제36대 총무원장 원행 스님 취임 법회에 참석한 각당의 대표 의원들이 합장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성역처럼 여겨졌던 종교계의 방어막이 무너졌다. 거룩하게만 여겨졌던 성직자들의 썩어 문드러진 부패상을 보다 못한 종교단체 구성원들이 들고 일어났다. 그간 성직자들을 보호하며 그들의 위신을 세워줬던 일등 공신이기도 하다. 이젠 반전이다. 각 종교단체의 지도자들의 권력화된 행태는 도마에 올랐고, 재정문제는 법의 심판을 받았다. 음지에서 행해지던 성문제까지 미투 운동으로 터져나왔다. 천지일보는 지난해 사회 매체가 핫이슈로 다룬 주요 종교이슈를 되짚어보고 부패한 기득권 종교계가 살기 위해 올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아봤다. 

연말연시·선거철 익숙한 풍경
정치권 ,종교계 예방은 당연?


政敎, 비교적 잠잠했던 지난해
내년 총선 놓고 비상걸린 보수
표심 잡기 물밑작업 나설듯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정치권이 연말연시 또는 선거철 종교계를 방문하는 것이 예사다. 당연시되는 정치-종교계 행보의 이면에는 ‘정교유착’이라는 고질적인 병폐가 자리한다. 더욱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올해 정치-종교계의 밀착 관계가 어떤 그림을 그려낼지 벌써부터 촉각은 세워져 있다.

◆종교계 찾아가는 정치인들

지난해에도 정치인들이 종교계를 방문한 소식은 속속 언론에 보도됐다. 일례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해 11월 6일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을 만난 데 이어 13일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의 취입 법회에 참석했고, 14일에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엄기호 목사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이홍정 목사를 만났다.

같은 달 1일에는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기독교계를 방문했다. 이후 4일 원불교, 13일 불교, 22일 천주교계를 줄줄이 방문했다. 바른미래당은 앞서 4월에는 박주선‧유승민 전 공동대표가 종교계를 나란히 예방했다.

정치인뿐만이 아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도 지방선거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된 지난해 2월 13일 당시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스님과 NCCK 이홍정 총무, 한기연 이동석 대표회장을 차례로 예방했다. 또 김 장관은 27일에는 천주교 염수정 추기경을, 3월 2일에는 원불교를 찾았다. 29일에는 한기총 대표회장 엄기호 목사를 찾았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도 2월 2일 한국기독교연합(한기연, 현 한교연)을 방문한 데 이어 3월 21일에는 NCCK를 예방했다.

이처럼 이들이 발빠르게 종교계를 찾아가는 것은 종교인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정책에 대한 지지를, 정치인들은 정당과 자신들을 지지해달라는 눈맞춤을 위해 발품을 판다.

지난해 11월 14일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왼쪽)가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연합회관을 방문해 엄기호 대표회장과 면담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지난해 11월 14일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왼쪽)가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연합회관을 방문해 엄기호 대표회장과 면담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성직자는 신과, 정치인은 국민과 멀어”

사실 정치권과 종교계의 유착 관계를 꼬집는 저널리즘은 지난해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았다.

대선이 전년도에 치러지고 총선도 아직은 기간이 남아 있어서 크게 이슈화가 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럼에도 종종 정교유착의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박성민 정치 컨설턴트는 우리 사회 보수를 지탱하는 일곱 기둥으로 지식인, 언론, 기독교, 문화예술계, 대기업, 군부‧검경 등 권력기관, 정당을 꼽았다. 이 중 정당과 기독교 특히 보수개신교는 아주 친밀도가 높다.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활동가이자 인권운동가인 한채윤씨는 한겨레에 기고문을 통해 우리 사회와 종교인이 얼마나 가까운지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경험을 털어놨다.

그는 지난해 1월 15일 충남인권조례 폐지를 주장한 정치인들을 신랄하게 비판하며 “지난 몇 년 동안 국회의원, 시장, 구청장, 도의원, 시의원 등 이런 높은 분들에게 정책 건의를 하기 위해 몇 번이나 면담을 신청해서 겨우 10분이라도 시간을 얻어 만나보면 늘어놓는 변명이 놀랍게도 비슷했다”고 말했다. 한씨가 들은 변명은 ‘아이고 우리 교회 목사님이 전화해서 어찌나 뭐라고 하시는지 저도 힘들어요’였다. 그는 “성직자는 신 가까이에 있지 않고, 정치인은 시민 가까이에 있지 않다. 그래서 민주주의는 아직 우리 곁에 오지 않았다.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이 아니라 정교유착의 꽃으로 피고 또 피는 한은 그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촛불로 세상을 바꿨다고 말하지만 민주주의는 혐오 앞에서 흔들리고, 자꾸 종교와 거래를 한다”고 꼬집었다. 또 그는 “자꾸만 인간들이 자신의 정치에 신을 끌어들인다”며 “신은 어떤 정책을 좋아하시고, 신은 누구를 뽑을 거라고 한다”며 이 같은 현상을 꼬집은 짐 월리스의 명언을 인용했다.

짐 월리스는 그의 저서 ‘하나님의 정치’에서 “신은 개인적이지만 사적이지는 않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22일 서울 중구 천주교 서울대교구에서 염수정 추기경(왼쪽)과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손을 맞잡고 인사 나누고 있다. (출처: 뉴시스)
지난해 11월 22일 서울 중구 천주교 서울대교구에서 염수정 추기경(왼쪽)과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손을 맞잡고 인사 나누고 있다. (출처: 뉴시스)

◆더 이상 보수의 대안 못 되는 개신교

보수 정당의 1등 지지자는 보수 개신교다. 그러나 보수 개신교는 더 이상 보수 정치권의 부활에 대안으로 평가되지 못하고 있다.

부산대 정치학과 로버트 켈리 교수는 지난 26일 동아일보에 칼럼을 통해 자유한국당의 부활을 위한 정당 모델 네 가지를 내놓았다. 이 중에는 기독교와 관련된 정당이 두 개나 되지만 결론은 비관적이었다. 그는 먼저 ‘종교에 기반한 정당’을 꼽았다. 켈리 교수는 “서양에서는 정치에 적극적인 기독교인들이 200년간 정당을 구성해왔다. 한국의 개신교 단체들도 정치에 큰 관심을 가진 보수 유권자 집단이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그는 한국에는 불교 등 다양한 신념이 공존해 자칫 종교적 파벌을 심화시킬 수도 있다는 한계를 언급했다.

그는 또 ‘온건한 기독교 민주주의 정당’도 있다고 말했다. 이는 유럽 보수주의 파시즘이 민족주의를 저해시킨 후 교회를 중심으로 구성한 정당이다. 그러나 켈리 교수는 “이러한 기독교 민주주의는 일반적인 개념의 애국주의, 전통주의, 반공주의 등으로 녹아들어갔다”며 “이처럼 모호하고 과거 회귀적인 보수주의는 새로운 ‘포퓰리즘’ ‘트럼피즘 모델’에 밀려나고 있다”고 비관했다.

◆“종교 권력, 오래될수록 부패”

기독교인의 정치 참여가 전혀 성경적이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문화선교연구원은 이달 미국 개신교 매체인 크리스천리더스닷컴에 실린 대럴 펄프(Daryl Fulp) 선교사의 ‘정치적인 참여와 그리스도인의 책임의 문제에 대해’ 글을 번역해 공개했다. 펄프 선교사는 “정치에 대하여 성경은 어떻게 말하고 하는가?”라고 의문을 던지며 “성경적 기준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예수님이 정치적 구세주가 되고 이 땅의 왕국을 세우시기 위해서 오지 않았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며 “영적으로 영원한 하나님 나라를 세우시기 위해서 왔다. 그래서 예수님은 이를 가르치시며 계속해서 말씀했다. 그러나 이들은(당시 유대인들) 정말 필요했던 것을 볼 수 없다는 자신들의 생각에 눈이 멀었다”고 지적했다.

펄프 선교사는 “예수님과, 예수님이 세우신 초대 교회는 당시 정치와는 무관했다”며 “어떤 통치 아래 있다 하더라도 주님께 영광을 어떻게든 돌리려는 모습이 있다. 이들은 하나님이 통치하시고 있기 때문에 현재 정부의 지지와 보호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펄프 선교사는 “이들의 유일한 관심사는 살고 있는 이 땅의 왕국을 통치하는 사람과는 상관없이 제자를 삼고 삶을 통하여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것이었다”며 “그러면 왜 오늘날의 우리와 달라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현대 종교가 정치권과 밀접한 데 대한 경고의 메시지도 있다.

마음치유학교 교장 혜민스님은 지난해 8월 22일 중앙일보 칼럼을 통해 “모든 종교는 처음에 가난하고 힘없는 이단 집단의 대우를 받으며 시작한다”며 “그러다 점점 조직화되고 힘이 생기면서 대중화에 성공하면 기존 사회질서에 반기를 들었던 초창기 가르침도 어느 시기부터 기존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가르침으로 재해석된다”고 말했다. 이어 혜민스님은 “그러면서 종교는 정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고 마는데, 종교 집단은 그래도 여타 다른 집단과는 다를 것이라는 기대가 알고 보면 종교 역사에 무지했던 나의 환상에 불과했다는 점을 깨닫는 시기가 온다”고 진단했다.

스님은 “안타깝게도 종교 안에서 권력을 갖게 되면 그 종교 지도자는 여느 정치 집단과 크게 다르지 않게 그 권력을 놓치 않으려 최대한 안간힘을 쓴다. 당연지사겠지만 권력이 오래 지속될수록 그 권력은 부패하기 쉽다”고 꼬집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올해 정치인과 종교인의 행보를 주시하는 국민들의 눈이 있다. 정치계와 종교계가 유착의 고리를 끊고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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