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이대로 좋은가 ②] 부자세습 논란 ‘명성교회’… “신사참배 후 가장 부끄러운 일”
[종교 이대로 좋은가 ②] 부자세습 논란 ‘명성교회’… “신사참배 후 가장 부끄러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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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칙세습 논란을 사고 있는 명성교회 전경. ⓒ천지일보DB
변칙세습 논란을 사고 있는 명성교회 전경. ⓒ천지일보DB

김삼환‧김하나 목회직 세습

PD수첩 방영후 ‘핫이슈’ 등극

세간에는 ‘富者세습’ 비판도

교계 만연한 풍토 드러나

성역처럼 여겨졌던 종교계의 방어막이 무너졌다. 거룩하게만 여겨졌던 성직자들의 썩어 문드러진 부패상을 보다 못한 종교단체 구성원들이 들고 일어났다. 그간 성직자들을 보호하며 그들의 위신을 세워줬던 일등 공신이기도 하다. 이젠 반전이다. 각 종교단체의 지도자들의 권력화된 행태는 도마에 올랐고, 재정문제는 법의 심판을 받았다. 음지에서 행해지던 성문제까지 미투 운동으로 터져나왔다. 천지일보는 지난해 사회 매체가 핫이슈로 다룬 주요 종교이슈 들을 되짚어보고 부패한 기득권 종교계가 살기 위해 올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아봤다.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명성교회 김삼환-김하나 목사 ‘부자세습’ 논란은 지난해 개신교계와 시민사회의 가장 뜨거운 논쟁거리였다. 아들 김하나 목사에 담임 자리를 승계한 김삼환 목사를 두고 사회적인 비난이 쏟아졌고, 이는 곧 명성교회가 소속돼 있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 재판국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또한 총회 재판국은 판결 번복으로 논란을 자초했다. 이어 MBC ‘PD수첩’이 지난해 10월 김삼환 명성교회 원로목사와 아들 김하나 목사의 교회 세습 논란을 다루면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PD수첩은 ‘명성교회 800억의 비밀’을 통해 김하나 목사의 명성교회 담임목사 취임식을 전후한 시점으로 내부 신도와 종교전문가 등이 지적해온 세습 의혹에 대해 집중 보도했다. 이 방송으로 명성교회 세습 문제는 개신교계를 넘어 시민사회의 논란거리가 됐다.

ⓒ천지일보 2019.1.23

◆ 명성교회 변칙 세습 논란… 면죄부 준 총회 재판국

한국 개신교의 대표적 대형교회 가운데 하나인 명성교회는 등록 신도수 10만명, 출석 신도 5만명을 자랑한다. 이는 세계 최대 교회로 알려진 여의도순복음교회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한해 재정 예산만 1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명성교회 부자세습 논란은 지난 2013년 이후 끊이질 않았다. 2013년 9월 명성교회가 소속된 예장통합교단은 ‘교회세습방지법’을 ‘870 대 81’이라는 압도적 표차로 통과시켰다. ‘교회세습방지법’이 통과된 예장통합 제98회 총회 장소는 바로 명성교회였다.

교회세습방지법이 교단총회를 통과하고 김삼환 목사의 아들인 김하나 목사가 같은 해 11월 세습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그다음 해 경기 하남에 ‘새노래명성교회’를 개척하면서 세습 논란이 끝나는 듯했다. 하지만 명성교회는 2017년 3월 ‘새노래명성교회’와 합병한 뒤에 김하나 목사를 청빙하기로 해 변칙 세습 논란이 일었다.

반대 여론이 상당했음에도, 그해 10월 열린 서울 동남노회 정기노회에서 선출된 임원회가 명성교회의 김하나 목사 청빙안을 결의했다. 명성교회 당회는 3월 이후 약 10개월 동안 세습 절차를 일사천리로 진행, 11월 김하나 목사 위임식을 끝으로 부자세습을 마무리했다.

이에 서울동남노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측은 즉각 서울동남노회 결의에 대한 무효소송을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총회 재판국에 제기했다.

비대위 측은 세습방지법을 근거로 청빙이 적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교회세습방지법인 헌법 2편 28조 6항은 ‘은퇴하는 담임목사 배우자 및 직계비속과 그 직계비속의 배우자는 담임목사로 청빙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명성교회 측은 교회세습방지법 관련 조항에 ‘은퇴하는’이라는 문구를 들어 “김삼환 목사가 2015년 ‘은퇴한’ 이후 2017년 3월 김하나 목사를 청빙했기 때문에 세습방지법을 적용할 수 없다”는 논리를 폈다. 다시 말해 지난 2015년 12월 원로로 추대된 김삼환 목사는 ‘은퇴하는’ 목사가 아니라 ‘은퇴한’ 목사이고, 교회 당회가 교인들의 의견을 수렴해 절차를 밟아 김하나 목사를 후임 목사로 청빙했다는 주장이다. 교단 헌법의 허점을 파고든 것이다.

당시 총회 재판국은 명성교회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서울동남노회 결의 무효 확인소송’과 관련 8대 7로 명성교회 김하나 목사 청빙 결의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MBC PD수첩이 9일 밤 ‘명성교회 800억의 비밀’편을 방송하고 김삼환 원로목사와 관련해 명성교회 800억 비자금‧외화밀반출 의혹을 제기했다. ⓒ천지일보 2018.10.10
MBC PD수첩이 9일 밤 ‘명성교회 800억의 비밀’편을 방송하고 김삼환 원로목사와 관련해 명성교회 800억 비자금‧외화밀반출 의혹을 제기했다. ⓒ천지일보 2018.10.10

◆ 교계와 언론에 뭇매 맞은 총회 재판국

이후 해당 판결은 예장통합이 변칙 세습 등으로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는 교회 세습에 날개를 달아준 격이라는 등 사회적 비난이 봇물같이 쏟아졌다.

교계 단체들은 총회 판결을 두고 “명성교회 부와 권력에 무너졌다. 빌라도의 재판석과 같은 총회 재판국”이라고 비판에 가세했다.

특히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은 “재판국의 결정은 한국교회가 ‘정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한 민낯”이라고 지적하면서 “이 판결은 한국교회의 개혁을 꿈꾸는 젊은 목회자와 신학생들의 세습반대 절규를 외면한 유전무죄의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성명서를 통해 “명성교회 담임목사직 부자세습 문제로 거듭 촉발된 세습 논쟁은 한국교회 전체를 위기로 몰아넣었다”며 “명성교회의 경우 소속 교단의 법과 질서를 거스를 뿐만 아니라 개신교 전체의 공공성을 훼손하는 가운데 강행되고 있기에 우려를 금할 길이 없다”고 비판했다.

주류 언론들도 가세해 비판 대열에 나섰다.

JTBC는 방송을 통해 명성교회의 담임 목사 부자 세습을 합법이라고 판단한 교단 결정에 대해 “신학생들은 교단이 헌법 해석을 바꿔 면죄부를 줬다며 반발했다”고 보도했다. 덧붙여 “이번 판결에 대해 일제 강점기 기독교의 ‘신사 참배’ 이후 가장 부끄러운 결정”이라면서 “세습 목사에게 교단을 떠나라는 공개 요구까지 나왔다”고 전했다.

한국일보도 재판국 판결에 대한 실망과 분노가 잇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교회사 연구자로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UCLA) 한국기독교 석좌교수를 맡고 있는 옥성득 목사의 말을 인용해 “80년 전 신사참배 결의는 일제의 강제로 결의했으나, 오늘 통합 측 재판국은 자의로 결정했기에 통합 교단 최대 수치의 날이라고 비판했다”고 지적했다.

MBC PD수첩이 9일 밤 ‘명성교회 800억의 비밀’편을 방송하고 김삼환 원로목사와 관련해 명성교회 800억 비자금‧외화밀반출 의혹을 제기했다. ⓒ천지일보 2018.10.10
MBC PD수첩이 9일 밤 ‘명성교회 800억의 비밀’편을 방송하고 김삼환 원로목사와 관련해 명성교회 800억 비자금‧외화밀반출 의혹을 제기했다. ⓒ천지일보 2018.10.10

◆ 세습에 제동 건 예장통합… MBC PD수첩 보도로 ‘핫이슈’ 된 명성교회

교계와 시민사회의 뭇매를 맞은 예장통합은 결국 지난해 9월 열린 제103차 정기총회에서 총대 무기명 전자투표 결과 ‘은퇴한 담임목사 자녀를 청빙하는 것은 제한할 수 없다’는 헌법위원회의 해석을 채택하지 않기로 했다. 명성교회 세습에 제동을 건 것이다. 또한 세습의 적법성 여부는 총회 산하 재판국이 재심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명성교회 후임 목회자 청빙과 관련한 재심 여부가 계속해서 미뤄졌으나, 12월 4일 총회 재판국은 회의를 열고 명성교회 김하나 목사 청빙 소송에 대해 재심을 결정했다.

총회 재판국의 재심결정 소식에 서울동남노회 측은 지극히 정상적이고 당연한 일이라면서, 한국교회와 명성교회를 바르고 건강하게 세우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반면 명성교회 측은 재심 결정 자체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확정판결이 난 사안을 다시 재판하는 것은 잘못이며, 이런 식으로 하면 3심까지도 갈 수 있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여기에 더해 명성교회 부자세습 논란이 더욱 세간의 관심을 촉발시켰던 것은 MBC PD수첩이 명성교회 세습 문제와 함께 부동산, 비자금 등 각종 의혹을 다루면서부터다.

당초 방송을 앞두고 명성교회와 김삼환 원로목사, 그의 아들인 김하나 목사는 법원에 “PD수첩의 내용은 허위의 사실”이라며 가처분 신청을 하는 등 반발이 있었지만, 법원은 “언론의 문제 제기가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들이 낸 가처분신청을 모두 기각했다.

PD수첩은 방송을 통해 김 원로목사가 아들에게 교회를 물려주려는 이유로 거액의 비자금 의혹을 제기했다. 방송에서 한 신도는 “과거 재정을 담당하던 장로의 차 트렁크에서 나온 통장을 합했더니 그 금액이 800억원이 넘었다”고 주장했다. PD수첩은 이 800억원에 대해 용도와 관리처가 불분명한 비자금이라고 판단했다.

이렇게 명성교회의 의혹이 방송되면서 교계를 넘어 시민사회는 큰 충격을 받았다. 개신교계 안팎에서는 비난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아울러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 주류 언론이 명성교회 세습 관련 의혹을 일제히 보도하면서 시민사회를 강타했다.

그러나 시민사회에서 그만큼 논란이 컸고 이슈화가 됐지만, 주요 언론에서는 이렇다 할 대안이나 방향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그간 개신교계는 교회세습을 막겠다면서 교회세습방지법을 도입했지만 세습은 전혀 줄지 않았다. 교단법의 허점을 이용한 ‘편법’ 교회 세습이 이뤄진 것이다. 심지어 교회세습방지법 도입에도 불구하고, 편법을 통해 세습이 오히려 늘었다는 통계도 있다. 일각에서는 ‘하나님’의 것이 돼야 할 교회가 목사들의 배만 불리는 기업이 되고 말았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개신교계가 세습 논란으로 불거진 교계의 혼란을 수습해 나갈 수 있을지 주목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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