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역처럼 여겨졌던 종교계의 방어막이 무너졌다. 거룩하게만 여겨졌던 성직자들의 썩어 문드러진 부패상을 보다 못한 종교단체 구성원들이 들고 일어났다. 그간 성직자들을 보호하며 그들의 위신을 세워줬던 일등 공신이기도 하다. 이젠 반전이다. 각 종교단체의 지도자들의 권력화된 행태는 도마에 올랐고, 재정문제는 법의 심판을 받았다. 음지에서 행해지던 성문제까지 미투 운동으로 터져나왔다. 천지일보는 지난해 사회 매체가 핫이슈로 다룬 주요 종교이슈를 들을 되짚어보고 부패한 기득권 종교계가 살기 위해 올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아봤다.

지난해 10월 19일 바티칸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교황청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출처: 청와대) ⓒ천지일보 2019.1.28
지난해 10월 19일 바티칸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교황청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출처: 청와대) ⓒ천지일보 2019.1.28

천주교인인 문 대통령 부부
‘티모테오’ ‘골룸바’ 세례명
재임 초기부터 이목 쏠려

지난해 바티칸서 교황과 환담
‘한반도 평화 미사’ 명분에도
지상파 생중계엔 불교계 부글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천주교인인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대통령에 당선될 당시부터 타종교계의 관심을 많이 받았다. 문 대통령의 세례명은 티모테오(‘하느님을 공경하는 이’라는 뜻)이며, 부인 김정숙 여사도 ‘골롬바(평화의 상징 비둘기)’라는 세례명을 갖고 있다. 독실한 가톨릭 집안을 배경으로 한 문 대통령의 종교적 행보에 타종교인의 촉각이 세워졌다.

특히 그간 정권과 교류하며 특혜를 받은 기득권 종교가 있었다는 지적이 컸기에 문 대통령의 행보에도 감시격의 관심이 상당했다.

지난해 문 대통령은 국내보다 해외에서의 회동이 더 큰 주목을 받았다.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움직이는 발걸음은 국내는 물론 세계인의 이슈가 됐다.

가장 눈에 띄었던 회동은 교황과의 만남이었다. 지난해 10월 19일 문 대통령은 바티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만남을 가졌다.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마음을 모은 이 만남에 세계 이목이 주목했다.

크리스마스인 지난해 12월 25일에는 경남 양산시 덕계성당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출처: 청와대) ⓒ천지일보 2019.1.28
크리스마스인 지난해 12월 25일에는 경남 양산시 덕계성당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출처: 청와대) ⓒ천지일보 2019.1.28

◆문 대통령-교황 만남, 세계가 주목

특히 이 자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추진 중인 한국 정부를 강력히 지지하며 “멈추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 두려워 하지 말라”고 말했고, “(방북) 초청장이 오면 나는 (평양에) 갈 수 있다”고 말해 교황 방북설의 배경이 됐다.

앞서 교황은 4월 25일 바티칸에서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지지와 격려 메시지를 발표하고 남북 정상 만남에 대해 “이 만남은 화해의 구체적 여정과 형제애의 회복을 이끌어낼 상서로운 기회가 될 것이며, 마침내 한반도와 전 세계에 평화를 보장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보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교황과 문 대통령의 만남에 지지를 보내는 호평이 컸다.

당시 문 대통령은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최종태 작가의 성모마리아 상을 선물했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올리브 가지와 본인의 저서를 선물로 줬다. 교황은 우리 측 수행단에게 비둘기 모형과 장미 묵주를 선물하는 등 관계를 과시했다.

그러나 전날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열린 한반도 평화를 위한 특별미사에 참석한 것은 논란이 됐다. ‘한반도 평화’라는 타이틀로 명분이 확실해진 미사 참석 장면은 지상파TV를 통해 한국에 생중계됐다. 이를 본 불교계가 불편함을 느꼈고, 즉각 지나치다는 목소리가 불교계 매체들을 통해 터져나왔다.

지난해 6월 23일에는 문 대통령 내외가 방러 기간 모스크바 동방정교회 구세주대성당을 방문해 촛대에 불을 붙이고 있다.  (출처: 청와대) ⓒ천지일보 2019.1.28
지난해 6월 23일에는 문 대통령 내외가 방러 기간 모스크바 동방정교회 구세주대성당을 방문해 촛대에 불을 붙이고 있다. (출처: 청와대) ⓒ천지일보 2019.1.28

◆대통령 내외 미사 참석 TV생중계 논란

또 동아일보 김갑식 논설위원은 “교황 ‘알현’을 마치고 나왔던 문 대통령이 밝은 표정이었다”는 청와대 언급에 대해서도 다종교 국가의 국민 정서와 시대적 상황을 감안할 때 부적절하다는 쓴소리도 나왔다고 꼬집기도 했다. ‘알현’이라는 단어의 사전적인 의미는 ‘지체가 높고 귀한 사람을 찾아가 뵘’이다. 개인 자격이라면 가능하지만, 한 국가의 수장에게 사용해야 할 표현으로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었다.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은 불교계 언론에 기고를 내고 문 대통령이 취임한 뒤 미국‧중국‧러시아‧일본‧유럽연합과 독일 등 주요 국가와 함께 로마교황청에까지 현직 가톨릭 신부를 대통령 특사로 보낸 데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대한민국은 가톨릭 국가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그는 “취임 초기 인기가 치솟았던 김영삼 대통령이 국군중앙교회 예배 참석 등으로 앞장서 종교 갈등을 일으키는 모양새가 됐고, 이명박 대통령 내외는 목사들 앞에서 무릎을 꿇는 일까지 일어나면서 심각한 문제를 일으켰던 ‘교훈’을 잘 살펴야 할 것”이라며 경계의 목소리를 냈다.

물론 문재인 대통령이 가톨릭계 인사와 주로 만남을 가졌던 것은 아니다.

문 대통령은 7월 30일 여름휴가를 맞아 세계유산목록에 등재된 안동 봉정사를 찾아가 주지 자현스님과 환담을 나누기도 했다. 당시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이번 여름휴가, 가족들과, 친구들과 떠나는 산사 탐방 어떠신가요?”라는 권유 메시지가 올라오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12월 7일에는 서울에 있는 성 니콜라스 대성당 축성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방한한 정교회의 바로톨로메오스 총대주교와 만나 남북평화를 위한 기도를 요청했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의 친 가톨릭 행보를 주시하는 눈길은 여전하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7일 서울에 있는 성 니콜라스 대성당 축성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방한한 정교회의 바로톨로메오스 총대주교를 만나 남북 평화를 위해 기도해달라고 요청했다. (출처: 청와대) ⓒ천지일보 2019.1.28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7일 서울에 있는 성 니콜라스 대성당 축성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방한한 정교회의 바로톨로메오스 총대주교를 만나 남북 평화를 위해 기도해달라고 요청했다. (출처: 청와대) ⓒ천지일보 2019.1.28

◆불교계에선 ‘불교패싱’ 주장도 나와

기해년 새해 벽두부터 불교계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불교패싱’을 하고 있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문 정부 내 가톨릭 인사가 많으며 18개부 현 장관 중 불자가 전무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법보신문은 지난 4일 문재인 정부 행정부 18개 장관의 종교를 분석한 결과 가톨릭 신자가 4명인 반면 불교는 한명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조명균 통일부 장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가톨릭 신자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전직 국방부 장관이었던 송영무, 중도 사퇴한 김기식 12대 금융감독위원장, 임종석 비서실장, 윤영찬(전 홍보수석) 국민소통수석 등을 언급하며 모두 가톨릭 신자였다고 밝혔다. 이 매체는 “정부의 정책이 ‘친가톨릭’으로 편향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며 “실제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입성 직후 홍제동 성당 주임신부를 청와대로 불러 축복식을 진행하는가 하면 취임 이후부터 노골적인 친가톨릭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고 비판의 칼날을 세웠다.

조계종 백년대계본부 사무총장 일감 스님은 이 매체에 “정권이 종교에 공정하지 않다고 불자와 스님들이 반복적으로 느끼게 되면 결국 등을 돌리고 말 것”이라며 “389만 가톨릭 신자뿐 아니라 762만 불자도 소중히 여기는 모든 종교인들의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고 토로했다.

동아일보 김갑식 논설위원은 칼럼을 통해 “남북 관계가 중시된다고 해도 특정 종교에 의지한 정책과 소통은 곤란하다. 대통령의 종교가 가톨릭이기에 더욱 종교 간 균형과 배려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지난해 7월 28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휴일을 맞아 유네스코에 등록된 안동 봉정사를 방문해 주지 자현스님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출처: 청와대) ⓒ천지일보 2019.1.28
지난해 7월 28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휴일을 맞아 유네스코에 등록된 안동 봉정사를 방문해 주지 자현스님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출처: 청와대) ⓒ천지일보 2019.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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