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4일 충북 청주 SK하이닉스 반도체공장 M15 준공식 행사를 마친 후 시창을 통해 생산 클린룸을 바라보며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4일 충북 청주 SK하이닉스 반도체공장 M15 준공식 행사를 마친 후 시창을 통해 생산 클린룸을 바라보며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삼성전자, 4분기 ‘어닝쇼크’

SK하이닉스도 실적부진 예상

반도체 한국 수출 20% 차지

반도체 수출 감소로 1.2%↓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한 반도체 업계가 심상치 않다. 최근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예상을 한참 밑도는 ‘어닝쇼크’ 수준의 잠정 실적을 내놨다. 오는 24일 실적발표를 앞둔 SK하이닉스의 실적도 대폭 하락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59조원으로 전기대비 9.9%, 전년동기대비 10.6% 각각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10조 8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3분기에 비해 38.5%, 지난해 4분기에 견주면 28.7% 각각 줄었다.

이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3~4일 잇달아 수원사업장과 경기도 용인 기흥사업장을 찾아 DS부문 및 디스플레이 경영진과 간담회를 갖고 사업전략을 논의하는 등 비상경영을 가동했다.

최근 반도체 시장 둔화세가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 따라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글로벌전략회의 내용을 토대로 ‘반도체 대응전략’을 구체화한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최근 몇 년간 유례없는 초호황을 이어왔다. D램 시장 1, 2위 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실적 신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지난해 10월부터 메모리 값이 하락 반전하면서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하강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지난해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격화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감소가 나타나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작년 4분기 성장이 꺾였다.

특히 반도체는 한국 수출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반도체 경기악화는 삼성전자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경제의 위기와 직결돼 있다는 게 중론이다.

지난해 우리 경제의 위기를 논하면서 빠짐없이 등장하는 얘기가 이른바 ‘반도체 고점론’이었다. 이 때문에 반도체 한 품목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는 우리 산업구조를 감안하면 반도체 경기가 꺼지면 한국 경제는 막대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돼왔다.

이에 수출도 적신호가 켜졌다. 그동안 각종 경제지표가 안 좋더라도 수출은 경제를 위한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한국경제 성장을 이끌어온 수출 증가세가 정체기에 들어섰다는 분석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수출은 484억 6000만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2% 줄었다. 전체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반도체 수출이 8.3% 줄어든 탓이다. 경상수지 흑자도 7개월 만에 가장 작은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반도체 수출액은 88억 6000만 달러로 2017년 8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고 연간 증감률은 27개월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전환했다. 또한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도 18.3%로 낮아져, 이는 2017년 9월 이후 최저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50억 6000만 달러로 전달(91억 9000만 달러)에 비해 반토막이 났다. 지난달 경상수지 흑자는 더 줄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도체 전망도 당분간 어둡다. 두 달치 정도 쌓인 D램의 재고가 정리될 때까지 가격 하락은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반도체업체들은 수익의 대부분을 메모리 반도체에 의존하고 있다.

이에 인공지능 프로세서같이 수요가 늘고 있는 시스템 반도체 등의 경쟁력을 높이는 다변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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