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367차 정기 수요시위’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2.2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367차 정기 수요시위’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2.26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2018년 우리 곁을 떠나신 할머니들의 꿈을 기억하며 다가오는 2019년엔 우리가 대신 걸어가겠습니다! 우리 높은 하늘을 바라보고 떠나신 할머니들을 생각하며 기쁨과 슬픔의 함성 외치겠습니다!”

26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전 주한일본대사관 앞에 함성소리가 울려퍼졌다. 약 600명의 시민들은 각자 손에 쥔 장미와 노란 나비를 하늘을 향해 들며 “기억하겠습니다.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를 힘주어 외쳤다.

매서운 강추위에도 2018 무술년 마지막 수요시위는 어김없이 진행됐다. 서울 체감기온이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졌지만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발걸음은 막지 못했다. 시민은 두툼한 옷에 모자와 장갑으로 무장하고 손에 핫팩을 들고 모여들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는 올 한해 숨진 피해자 할머니들에 대한 추모로 시위를 시작했다.

윤미협 정의기억연대 대표 등을 포함한 5인의 대표단은 무대 옆에 마련된 추모공간에 헌화했다. 시민들도 다 같이 일어나 고인을 기리며 묵념했다.

올해 별세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는 ‘임00 할머니, 김00 할머니, 안점순 할머니, 최덕례 할머니, 김복득 할머니, 하점연 할머니, 김순옥 할머니, 이귀녀 할머니’다.

8명의 할머니가 별세하면서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240명 중 생존자는 25명으로 줄었다. 남은 생존자의 평균 연령은 약 91세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367차 정기 수요시위’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2.2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367차 정기 수요시위’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2.26

참가자들은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 ‘기억하겠습니다’ ‘할머니들의 꽃은 지지 않았다’ 등이 적힌 피켓도 높이 들었다. 곳곳에는 일본, 중국 등 외국인들의 모습도 평소보다 더 보였다.

전북고등학교의 이경민(15)군은 추모사에서 “일본의 진심 어린 사과를 받지 못하고 매년 할머니들이 돌아가신다”며 “일본은 할머니들의 청춘을 돌려놓진 못 하더라도 진심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할머니들의 일생과 아픔은 반드시 기억돼야 한다”며 “가장 좋은 방법은 우리가 할머니들의 소원을 이뤄드리는 것이다. 함께 하자”고 덧붙였다.

김향미 수원평화나비 대표는 “아직도 제 휴대전화에는 안점순 할머니의 사진이 가족들 사진보다 많다. 언제쯤 편안하게 할머니 사진 속 얼굴을 보면서 웃을 수 있을지”라고 말하며 가까스로 눈물을 참아냈다. 이어 “할머니를 기억하고 알리는데 큰 활동을 할 수 있게 하늘에서 응원 많이 해달라”고 말했다.

윤 대표는 경과보고에서 “먼저 2015한일합의가 무효화 되었는가, 화해치유재단 해산되었는가, 10억엔 반환되었는가, 한국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의 인권회복과 명예회복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가, 일본 정부는 피해자들에게 반성하고 있는가 여러분에게 묻고싶다”며 “올해만 해도 여덟 분의 할머니를 떠나보냈지만 여전히 우리가 드릴 수 있는 선물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 우리가 할머니의 목소리가 돼야 한다”며 “따라서 오는 28일 우리는 다시 외교통상부 앞에서 화해치유재단 10억엔 반환을 위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의지를 밝혔다.

이후 정대협과 시민들은 길원옥 할머니가 부른 ‘바위처럼’을 부르며 할머니들을 추모하는 뜻에서 손을 높이 들고 각양각색의 장미와 노란나비를 하늘을 향해 흔들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367차 정기 수요시위’에서 참석자들이 돌아가신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헌화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2.2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367차 정기 수요시위’에서 참석자들이 돌아가신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헌화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2.26

시위를 마친 후 시민들도 추모공간에 헌화하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다짐했다.

헌화를 마친 박세준(15)군은 “올해 돌아가신 할머니들의 얼굴이 떠올라서 눈물이 났다”며 “2019년에는 우리나라가 더 적극적으로 행동해서 일본 정부의 사과를 꼭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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