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367차 정기 수요시위’에서 참석자들이 돌아가신 위안부피해자 할머니들에게 헌화하고 있다. ② 지난 8월 6일 정의기억연대 등의 시민단체가 서울 중구 화해치유재단 앞에서 ‘화해치유재단 즉각 해산을 위한 1차 국민행동 선포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참가자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 ③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올해 마지막 ‘제1367차 정기수요시위’. ⓒ천지일보DB
①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367차 정기 수요시위’에서 참석자들이 돌아가신 위안부피해자 할머니들에게 헌화하고 있다. ② 지난 8월 6일 정의기억연대 등의 시민단체가 서울 중구 화해치유재단 앞에서 ‘화해치유재단 즉각 해산을 위한 1차 국민행동 선포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참가자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 ③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올해 마지막 ‘제1367차 정기수요시위’. ⓒ천지일보DB

올해만 피해자 8명 사망

일본 공식 사과 등 난제 산적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올해만 8명의 할머니가 별세하셨습니다. 남은 할머니들의 연세는 90세가 넘었습니다. 남은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우리가 일본의 사죄를 받아내는 것이 할머니들의 소원을 이루는 것입니다.”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전 일본대사관 앞, 경기도 시흥 장곡중학교를 대표해 나온 3명의 남학생은 올해 마지막 정기수요시위에서 마이크를 잡고 이같이 말했다. 시위 현장 한켠에 마련된 환히 웃고 있는 8명 할머니의 영정 사진은 보는 이의 마음을 저리게 했다.

한일 위안부 합의 3년을 맞는 올해, 정부는 드디어 일본군 위안부 화해 치유재단을 해산하는 법적 절차에 돌입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하지만 일본의 공식 사과 등 풀어야 할 난제는 여전히 산적해있다. 벌써 올해만 해도 8명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가 ‘일본의 사과’를 받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더 큰 문제는 남은 할머니들에게조차도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것이다.

◆정부, 화해치유재단 공식 해산 발표

지난 2015년 12월 28일. 박근혜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일본과 협상, 타결하여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문제 종결을 약속했다. 이 자리에서 일본 정부는 위안부 문제의 책임을 인정했다. 그러나 핵심쟁점이었던 일본 정부의 법적책임 문제에 대해서는 “책임을 통감한다”는 표현을 사용해 법적책임인지, 도의적 책임인지 명확히 하지 않았다.

한일 양국은 위안부합의를 통해 크게 세가지 핵심 사항에 합의했다. 내용은 ▲일본 정부 예산으로 피해자들의 상처 치유 사업 ▲최종적·불가역적 문제 해결에 따라 상호 비난·비판 자제 ▲주한 일본 대사관 앞 소녀상 문제의 적절한 해결.

(서울=연합뉴스) 31일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 촉구 수요집회에 참석한 이옥선 할머니가 지난 26일 별세한 고 하점연 할머니의 영정을 바라보다 눈물을 훔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31일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 촉구 수요집회에 참석한 이옥선 할머니가 지난 26일 별세한 고 하점연 할머니의 영정을 바라보다 눈물을 훔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합의문에 따라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으로 비춰졌지만, 피해자들은 이 같은 한일정부 간 합의가 피해자들을 배제한 합의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한일합의 이후 시민, 학생들은 ‘한일합의 원천무효’를 외치며 전 일본대사관 건물 앞 평화의 소녀상 곁에서 밤샘농성을 벌이는 등 한일합의 폐기를 위해 투쟁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92) 할머니는 지난 9월 3일 외교부 앞에서 화해치유재단 해산 촉구 1인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이후 시민들도 이 같은 뜻에 공감하며 릴레이 1인 시위를 이어갔다.

문재인 정부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합의는 진정한 문제해결이 될 수 없다”며 한일합의에 대한 재검토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결국 지난달 21일 여성가족부(여가부)는 “한일합의는 피해자인 위안부 할머니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고 추진됐다”며 “피해자 중심주의 원칙에 따라 위안부 할머니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재단 해산 절차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한일합의가 사실상 효력을 잃게 된 것이다.

화해치유재단은 사라졌지만 일본 출연금 10억엔에 대한 반환은 과제로 남았다. 여가부 관계자는 “재단을 완전히 청산하기까지는 6개월에서 1년 가까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10억엔 처리와 관련해 일본과 협의를 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천지일보=이예진 기자] 정의기억연대 등의 시민단체가 6일 오전 서울 중구 화해치유재단 앞에서 ‘화해치유재단 즉각 해산을 위한 1차 국민행동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2015 한일합의 무효와 화해치유재단 해체를 촉구했다. ⓒ천지일보 2018.8.6
[천지일보=이예진 기자] 정의기억연대 등의 시민단체가 6일 오전 서울 중구 화해치유재단 앞에서 ‘화해치유재단 즉각 해산을 위한 1차 국민행동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2015 한일합의 무효와 화해치유재단 해체를 촉구했다. ⓒ천지일보 2018.8.6

◆시민사회 “정부, 한일합의 폐기하라”

정부가 사실상 화해치유재단 해산을 선언했지만 상황이 변한 건 없다. 피해자 할머니들과 시민사회에서는 한일합의 자체가 ‘완전 폐기’될 때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한일합의를 맺은 다음날(2015년 12월 29일)부터 전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옆에서 비닐 한 장 들고 ‘한일합의 폐기’를 외치며 농성을 시작한 학생들도 한일합의 자체를 정부가 직접 파기할 때까지 철야 농성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와 일본군성노예제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재단(정의기억재단) 등 30개 시민단체는 한일합의 3년을 맞아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인권과 명예회복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라”고 촉구했다.

이태희 평화나비네트워크 2019년 전국대표 결의자는 “여전히 일본정부는 한일합의를 들먹이고 있고 한국정부는 문제해결을 위한 진정성 있는 로드맵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올해만 여덟 분이 돌아가시고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239명 중 25명만이 생존해 있다”며 “하루빨리 피해자들이 말하는 전쟁 없는 평화, 당신과 같은 피해자가 다시 발생하지 않는 세상이 만들어지도록 피해자중심주의에 입각해 한일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해산 절차 진행부터… 10억엔 즉시 일본에 반환해야”

일본의 사과도 받지 못하고 올 한해에만 모두 8명의 할머니가 세상을 떠난 가운데 정부가 화해치유재단 10억엔을 즉각 일본에 반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일본 정부에게 10억엔을 반환하겠다고 통보해야 된다”며 “우선 통보하고 통보를 위한 협의를 해야지 그 10억 엔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를 가지고 협의하는 것은 있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일본이 우리 정부의 화해치유재단 해산 결정에 대해 “한일합의에 비췄을 때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문제”라는 강경한 입장을 밝힌 가운데, 남아 있는 위안부 피해자 25명이 다가오는 새해에는 일본의 진심어린 사과를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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