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선거제도 개혁이 내년 1월 중으로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5당 원내대표는 그간 여야 간 또 거대양당과 3야당 간 첨예하게 대립했던 ‘연동형 비례대표제(정당득표율에 정비례하는 의석배분 선거제도)’의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로써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9일 만에 단식을 잠정 중단했고, 12월국회에서 올해 말 종료되는 정치개혁특위를 연장해 선거제도 개혁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여야가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던 선거제도 개혁 합의에 이른 데는 문희상 국회의장의 노력이 컸다. 문 의장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양대 정당이 받아들이라며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손학규, 이정미 대표의 건강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여야 간 대치 국면이 자칫 장기화될 경우 정국 경색과 국회 불신 등 여러 가지 어려움을 타결하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과 독대해 해결 방안을 슬기롭게 찾아냈던 것이다. 문 의장은 문 대통령이 평소 생각해왔던 바, “득표율에 비례하는 의석수 방식이 원칙에 훨씬 더 맞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취지에 공감했고, 여야 원내대표들과 회동해 관련되는 여러 문제들, 즉 비례대표 확대와 비례·지역구 의석비율, 의원정수 확대, 지역구 의원 선출 방식 등을 국회에서 적극 논의하도록 정리했던 것이다. 

이번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대통령과 국회의장의 긴밀한 협조, 문 의장의 야당 연쇄 설득과 막후 중재를 잘 해내어 여야가 전격 합의에 이른 것은 최근 정치문제 해결 가운데 가장 잘 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치는 여야가 상호 논의하면서 현안을 풀어가야 하는 게 기본인바, 선거제도 개혁을 국민이 원하고 시민단체가 환영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12월 국회에서 정개특위가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5여당이 구체적으로 논의하겠지만 쟁점사안에 대해 각 당의 의견이 엇갈리는 부분이 있어 정치권 일부에서는 ‘도입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적극 검토한다’는 여야 5당 원내대표들이 모호한 합의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기도 한다. 하지만 여야 5당 합의문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안을 정개특위가 내년 1월 합의 처리하도록 못 박았고, 또 대통령과 국회의장이 그 취지에 찬동하고 국민과 시민단체에서도 호응하기 때문에 이보다 호(好)적기는 없을 것이다. 정치개혁을 위한 선거제도 개혁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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