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시간) 프랑스 남서부에 위치한 앙다이에서 노란조끼 시위대 중 한명인 요한 피다넬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TV로 시청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10일(현지시간) 프랑스 남서부에 위치한 앙다이에서 노란조끼 시위대 중 한명인 요한 피다넬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TV로 시청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끓는 프랑스’ 진정되나

은퇴자 사회보장세 인상 철회

부유세 복원은 끝내 거부키로

휴가시즌 시위동력 약화 전망

[천지일보=이솜 기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노란조끼’ 시위대의 요구를 적극 수용하고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면서 향후 프랑스 정국의 국면전환이 가능할지 주목되고 있다.

한 달간 이어진 시위에서 분출된 요구들을 대폭 받아들였으나 ‘성난 민심’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앞서 전기·가스요금 동결,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강화 유예, 유류세의 내년 인상 계획 백지화 등에 이어 새롭게 강력한 여론 진정책을 10일(현지시간) 생방송을 통해 ‘대국민 담화’ 형식으로 발표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담화에서 자신의 단점으로 지적되온 훈계조의 직설화법에 대해서도 “저의 주의 깊지 못한 발언으로 많은 분께 상처를 드려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과하기도 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이같이 대국민 담화까지 발표한 데는 지난달 17일부터 본격화한 프랑스의 노란 조끼 시위가 걷잡을 수 없이 격화했기 때문이다.

지난 1일 파리에서는 최대 번화가인 샹젤리제 거리 주변의 상점이 대거 약탈당하고 다수의 차량이 시위대의 화염병 공격으로 불타면서 정부는 코너에 몰렸다. 개선문에는 ‘마크롱 퇴진’이라는 낙서까지 가득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이날 발표한 조치들은 그가 집권 후 추진해온 국정과제의 상당 부분을 철회한 것이다.

특히 최저임금을 월 100유로 인상하기로 한 결정은 프랑스의 9%에 달하는 고질적인 높은 실업률을 고려할 때 사실상 ‘굴복’과 다름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부분은 마크롱 대통령이 여론 진정을 위해 재정경제부와 재계의 강력한 반발을 무릅쓰고 결정한 것이다.

브뤼노 르메르 경제장관은 이날 아침 라디오에 출연해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한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현재 프랑스의 높은 실업률을 더 높일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마크롱 대통령은 월 2천 유로(260만원 상당) 미만을 버는 은퇴자를 대상으로 사회보장기여금(CSG)의 인상도 철회한다고 밝혔다. 앞서 프랑스 정부는 내년 1월부터 은퇴자가 내야하는 CSG를 1.7% 인상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마크롱 정부가 부유세(ISF)의 원상복구 요구는 거부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노란조끼 시위가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 나온다.

그는 ISF와 관련한 후퇴는 없을 것이라면서 “여기서 뒤로 물러나면 프랑스는 약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마크롱 대통령은 자신의 전반적인 국가개혁노선의 유턴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마크롱 정부는 부유층과 외국 투자자들의 투자 촉진을 내세워 기존의 부유세를 부동산자산세(IFI)로 축소 개편, 사실상 이를 폐지했다.

이는 좌파 진영과 저소득층의 강한 반발을 불러 일으켰고, 마크롱에게 ‘부자들의 대통령’이라는 별칭이 생긴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에 시위대 사이에서는 이날 마크롱 대통령이 발표한 담화 내용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고 AP통신이 밝혔다.

일부 노란조끼 시위 대표자들은 오는 15일 시위를 추가로 계획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마크롱의 퇴진 발표를 주장하고 있다.

프랑스 정가에서는 마크롱이 ‘노란조끼’의 거센 기류에 사실상 항복에 가까울 정도로 양보를 한 만큼 시위 동력이 크게 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최근 집회인 지난 8일 전국에서는 첫 전국 시위 참가 인원인 29만명의 절반 수준인 13만 6천명이 모이는 등 시위 규모가 감소세에 있기도 하다.

특히 크리스마스 휴가 시즌이 오고 있어 시위 자체의 동력이 급격히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