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칼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 통신재난에 대한 근본대책 세워야
[IT 칼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 통신재난에 대한 근본대책 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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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호익 동북아공동체ICT포럼회장 / 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지난 11월 24일 서울 서대문구 KT 아현지사 지하 4m 깊이에 묻혀 있는 통신구(通信溝)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화재로 서울 중구 용산구 마포구 서대문구에 있는 KT 휴대전화 기지국 2833개가 작동이 중단됐다. 인근 지역까지 휴대전화, 인터넷, 인터넷TV가 안 되면서 정보통신 강국의 일상이 멈추었다. 전화와 인터넷이 안 되니 아날로그 시대로 돌아간 것이다. 

카드 결제와 스마트폰 결제가 중단되자 사람들은 현금을 찾기 위해 편의점과 은행에 몰렸으나 현금인출기도 불통됐다. 국민의 생명·안전과 직결된 치안·의료 서비스에도 일부 장애를 초래했다. 전화 신고가 지연돼 범죄를 막지 못하거나 피해가 커질 위험이 있었다. 지하철 물품 보관함과 주차장 출입문 등 통신과 관련된 모든 시설이 작동을 멈추고 일부 경찰서의 112 신고 시스템까지 단절됐다. 병원에서는 의료진 내부 연락망이 한때 마비돼 병원 안내 방송으로 의료진끼리 연락을 취했다. 만약 자율주행차가 달리고 있었다면 통신이 끊기게 돼 차량사고가 났을 것이다. 산업용 로봇 등이 있는 스마트 공장은 가동이 중단됐을 것이다. 

피해 규모도 1994년 서울 종로5가 통신구 화재, 2000년 서울 여의도 통신구 화재를 능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자영업자들도 큰 피해를 봤다. KT 통신망에 연결된 카드 단말기를 쓰거나 스마트폰 배달 앱을 이용해 주문을 받아온 가게들이다. 업계에서는 이날 카드 결제 중단으로 피해를 본 서울 중·서부 자영업자가 최대 17만명 정도 될 것으로 추산했다. 특정 지역에서 통신구 하나의 화재가 이 정도라면 불순분자나 테러리스트가 여러 지역에서 동시에 공격한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대한민국 모든 통신망·전산망은 ‘올 스톱’ 되고 국가가 마비되는 상황도 가능하다. 

정부와 KT, 통신 3사는 이번 화재로 여론이 급등하자 부랴부랴 피해 복구 대책을 발표했다. 지하 통신구와 맞물려 전국 네트워크 시설에 특별 점검과 상시 점검을 강화하기로 했다. 소방법상 설치가 의무화돼 있지 않은 500m 미만 통신구에 대해서도 폐쇄회로(CC)TV·스프링클러 등을 최단 시간 안에 설치하겠다고 한다. 통신 3사 간 로밍 협력, 이동기지국과 와이파이를 상호 지원해 피해를 최소화하기로 했다. 또한 정부와 통신사, 전문가가 통신재난 대응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해 전국 주요 통신시설 관리 실태를 전수 조사하는 한편 데이터를 바탕으로 통신재난 방지·수습 대책을 수립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우리는 세계가 인정하는 정보기술(IT) 강국이다. 그것도 세계 최고의 네트워크 인프라를 갖췄다고 자랑하고 있다. 일부 통신구 문제로 해당 지역과 인근 통신망 및 전산망 자체가 전면 마비된다면 통신망 체계에 결함이 있다는 얘기다. 한마디로 백업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를 노출했다. 이중화 구조부터 우회 선로 확보 같은 사고에 따른 예비망이 없거나 전혀 가동이 안 된 것이다. KT 아현지사 화재로 피해가 커진 데에는 필수설비를 공동 활용하지 못하게 하는 잘못된 제도 영향도 크다. 사고 시 폐해가 크다는 사실이 확인된 만큼 제도를 확실히 개선해야 한다. 차제에 이 같은 사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필수설비 공동 활용 제도 개선뿐만 아니라 중요 통신설비 기준 고시 개정도 시급하다.

지난 11월 22일 아마존웹서비스가 운영하는 클라우드서비스 오류로 아마존의 중앙컴퓨터(서버)에 주요 데이터를 보관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인공지능(AI) 서비스 ‘빅스비’와 ‘씽큐’가 약 84분간 멈춰버렸다. 통신망과 전산망 등 네트워크 불통에 따른 피해는 너무나 크다. 이들 사고에서 보듯이 통신망은 우리 사회의 신경망이자 생명선이다. 문제가 생기면 심각한 혼란을 초래하기 때문에 국가 안보와도 직결된다. 

또한 우리는 최근의 사고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통신재난으로 인한 영향이 어떤 것인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줬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컴퓨터와 통신망은 뇌와 신경망이다. 이번 사고에 대한 정확한 화재 원인 파악과 피해 시급히 복구해야 한다. 국가 재난 차원에서 통신망과 전산망 장애에 따른 후속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1994년 종로5가 지하 통신구 화재를 비롯해 여러 차례 똑같은 유형의 사고와 혼란을 겪었다. 그때마다 대책을 세운다고 했으나 별로 달라진 것이 없었다. 이번에는 재발방지 대책도 철저히 강구하고 조속히 피해를 보상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차제에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4차 산업혁명시대에 통신재난에 대한 근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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