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동북아공동체IC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지난 11월 5일과 7일 부산과 서울에서 ‘2018 일본취업박람회’를 개최했다. 고용노동부와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한국산업인력공단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700여명을 뽑는데 6200명이 지원했고 서류 심사를 통과한 구직자만 면접을 보았다. 부산 행사 때는 1000여명이, 서울에서는 2500여명이 몰렸다. 이번 박람회에는 소프트뱅크 테크놀로지(39위), 닛산 자동차(95위)와 같은 2017 포브스 Global 2000 기업도 포함된 112개사가 700여개 일자리를 들고 참여했다. 또한 세계 LCD 유리 생산의 20%를 담당하는 일본전기초자, 3대 테마파크로 연간 방문객이 300만명에 달하는 하우스텐보스 등 일본 유수기업이 한국 인재들에게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이번 행사는 취업난에 허덕이는 청년층의 숨통을 틔워주려고 우리 정부가 일본 기업을 불러 모아 조직한 취업박람회로 일본 취업 행사 중 최대 규모다. 고용노동부는 해외취업지원사업 일환으로 이번 박람회에서 기업과 구직자의 1:1 채용면접, 일본취업 환경설명회, 취업 전문가와 기취업자로 구성된 강사의 취업컨설팅으로 구성해서 일본 취업을 희망하는 구직자가 취업면접 기회와 필요 정보를 한자리에서 체험할 수 있게 했다고 한다.

일본기업 관계자는 “한국인의 진취적인 사고와 적극적인 업무 태도는 일본 청년들과 차별화되는 점이다”라고 한국 인재 선호 이유를 밝혔다. 권평오 코트라 사장은 “이번 일본취업상담회가 청년 취업난 타개책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규직을 뽑는 우량기업만 선별하는 등 좋은 일자리를 유치하는 데 무엇보다 고심했다”면서 “KOTRA는 구직자의 해외 취업 전주기(역량강화-알선-사후관리)까지 통합 지원해, 이러한 좋은 일자리에 나간 우리 청년이 글로벌 인재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다만 이번 행사를 보면서 한·일 양국의 경제가 얼마나 정반대로 치닫고 있는지 생생하게 보여줬다. 일자리 정부가 국내에선 일자리를 제대로 만들지 못하고 다른 나라 기업에 손을 벌리는 듯해 씁쓸하기도 했다. 한국은 대기업도 1년 이상 계약의 상용직 근로자 채용을 줄이는데 일본은 소프트뱅크 닛산자동차 전일본공수항공(ANA) 일본전기초자 하우스텐보스 같은 초우량 기업이 일본인이 모자라 한국인 등 외국인까지 채용하겠다고 온 것이다.

일본은 장기 불황을 털고 경기를 되살린 뒤 사람이 없어 자국 일자리를 외국에 나눠주고 있다. 2013년 이후 고용지표가 지속적으로 개선됐고 지난해 실업률은 2.8%로 24년 만에 처음으로 2%대를 기록했다. 반면 대한민국은 청년실업률이 5년째 늘고 있다. 올해 3월에는 11.6%까지 오르기도 했다. 체감 청년 실업률은 22.7%까지 올랐다. 일본 총무성은 지난 9월 구직자 1명당 일자리 수를 나타내는 ‘구인배율(1.64)’이 1970년대 고도성장기 이후 44년 8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고 발표했다. 구직자 1명당 일자리 1.64개가 있다는 뜻이다. 반면 고용노동부가 집계한 우리나라 9월 구인배율(0.60)은 일본의 3분의 1을 겨우 넘겼다. 일본은 구직자 1명을 놓고 기업 1.64개가 경쟁하는데, 우리는 반대로 구직자가 10명이 6개의 일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상황이다. 한국인의 일본 취업도 증가하는 추세다. 2011년 3만 619명이던 일본 내 한국인 근로자는 지난해 5만 5926명으로 매년 10% 이상씩 증가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은 손꼽히는 저(低)실업 경제였던 반면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을 겪으며 고(高)실업난에 시달렸다. 일본은 2000년대 초반 이후 규제개혁과 경쟁력 강화 정책을 펴면서 장기 침체 탈출에 성공했다. 반면 한국은 역대 정부와 정치권이 구조개혁과 규제혁파는 외면한 채 포퓰리즘을 거듭했다. 더욱이 소득 주도 성장과 최저 임금정책은 일자리를 격감시켰다. 소중한 국가 자산인 청년들의 해외 진출도 필요하지만 국내 취업 시장을 성장하고 안정화돼야 한다. 정치 포퓰리즘보다 노동개혁, 규제개혁과 같은 입에 쓴 혁신을 해야 한다. 국책 연구기관인 KDI가 4분기엔 취업자 수가 ‘0명 수준의 증가’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까지 내놓았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제라도 심각성을 인정하고 머리를 맞대어 해결책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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