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도지도 펴낸 안동립 동아지도 대표 ⓒ천지일보(뉴스천지)
“독도는 사람살기 힘들고 가파른 바위섬이라고요?”
102개 바위섬, 78개 암초 밝혀내

[천지일보=장요한 기자] 틈만 나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해온 일본이 2005년에는 우리 국민을 대노(大怒)케 했다. 일본 시마네현이 독도 자국 영토 편입 100주년을 맞아 ‘다케시마의 날’을 선포한 것이다. 당시 정부나 전문가들은 마땅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했다. 30여 년간 지도를 만들어온 지도 전문가 안동립(53·사진) 동아지도 대표도 분노했지만 뾰족한 대책을 찾을 수 없어 답답하던 차에 번뜩이는 생각이 스쳤다.

“독도지도는?”
안 대표는 ‘독도수호’를 제대로 할 수 있는 방안으로 ‘독도지도’를 떠올렸다. 실효적인 지배를 하고 있는 독도는 당연히 우리 땅이거니와 일본은 독도지도를 그릴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독도지도는 부실했다. 점으로 섬을 표시하고 독도라고 하거나 이미지만 나와 있을 뿐 등고선이나 상세한 지명이 표기된 지도는 없었다. 독도가 우리 땅이라고 하는데 태반이 이름 없는 섬이요, 나머지는 섬 이름이 자료마다 다르게 표기돼 있었다.

이때부터 그는 제대로 된 독도지도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지도를 제작하는 데 어찌 현장답사를 하지 않을 수 있을까. 제작 당시만 하더라도 독도는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된 곳이었지만 그는 울릉도 독도관리사무소에 독도 출입을 요청했다. “개인 장사를 위해서는 독도에 들어갈 수 없다”는 답변을 받는 그는 “공익을 위해 쓴다”는 조건을 내걸고 관계자를 설득해 결국 입도 허가를 받아냈다.

이후 3년 동안 한번 갈 때마다 3~4일씩 독도에 거주하면서 총 30일간 독도조사에 매달렸다. 독도를 누비며 독도는 어떻게 생겼는지 그 안에 뭐가 있는지 독도의 보화를 캐내듯 알짜배기 정보를 탐색했다.

그의 정밀 조사 결과는 놀라웠다. 독도가 총 102개의 바위섬과 78개의 암초로 구성됐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 이전까지는 동도와 서도 외에 89개의 바위섬으로 이뤄졌다고 알고 있었다. 안 대표는 또 땅의 역사와도 같은 지명을 밝혀내 살리는 일이 중요하다고 보고 독도 30년 지기 어민 김성도 씨와 울릉문화원, 독도관리사무소 및 독도박물관 전문가, 울릉도 어부 등의 이야기를 모두 수집해 지명을 정리했다.

그가 발굴해 낸 ‘큰가제바위’와 ‘작은가제바위’의 경우 무심코 들으면 집게 달린 가재를 닮은 바위로 오해할 수 있다. 사실 이곳 사투리로 ‘물개’를 ‘가지어’라고 한다. 이것이 변해 가제바위가 됐다고 한다.

‘지네바위’도 옛날 독도에 살던 ‘이진해’라는 사람이 미역을 따러 자주 갔던 바위라고 해서 ‘진해바위’가 ‘지네바위’로 됐다. ‘동키바위’는 과거 배를 접안시켰던 곳이다. 배에서 물건 내리는 크레인을 ‘동키’라고 했는데 이곳에서 물건을 내리면서 외래어가 지명으로 붙은 것이다.

전해오는 이름이 없는 경우는 그가 직접 짓기도 했다. 대표적인 게 ‘첫섬’이다. 동도 오른편의 섬으로 우리나라에서 제일 오른쪽에 있는 섬이라는 뜻과 함께 일본인들이 흉내내지 못하도록 순우리말로 이름을 붙였다.

“독도는 사람이 살기 힘든 가파른 바위섬이라는 정도로만 알고 있는데, 조사해보니 해수욕장도 5개나 있고 2시간 걸리는 산책 코스도 있는 거예요. 지금은 발전기를 돌려 담수를 만들어 쓰지만 ‘천장샘’이라고 해서 물이 떨어지는 곳에 굴이 있어요. 옛날에는 그 물을 받아서 식수로 먹고 살았다지요.”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완성한 지도를 지리정보원에서 발행허가를 받아 3000장을 인쇄했다. 하지만 모두 폐기 처분됐다.

“지리정보원에서 애초에 허가받지 않은 지명을 왜 넣었냐며 직접 사무실을 방문해 3000장 모두 잘라버렸을 때는….”

하지만 안 대표는 끈질기게 도전해 재승인을 받아 시중에서도 독도지도를 볼 수 있게 했다. 그의 이런 노력이 결실을 본 것일까. 지난해 승인을 받은 중학교 사회과부도는 올해 배포됐고, 정부에서 발간하는 초등교과서에도 ‘독도지도’가 수록됐다.

안 대표는 “독도지도뿐 아니라 모든 지도를 만드는 데 있어 생업을 위한 지도제작사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자부심이 담긴 ‘정신’을 담고 싶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