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검찰이 카를로스 곤(64) 닛산·르노 회장을 19일 금융상품거래법 위반혐의로 체포했다. 사진은 2017년 10월 6일 프랑스 파리에서 기자회견을 갖는 곤 회장. (출처: 뉴시스)
일본 검찰이 카를로스 곤(64) 닛산·르노 회장을 19일 금융상품거래법 위반혐의로 체포했다. 사진은 2017년 10월 6일 프랑스 파리에서 기자회견을 갖는 곤 회장. (출처: 뉴시스)

르노-닛산 동맹 와해 위기

곤 회장, 추가 혐의 드러나

[천지일보=김정필 기자] 카를로스 곤(64)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회장이 일본 검찰에 체포되면서 르노·닛산·미쓰비시 자동차 동맹의 결속력이 위기에 빠졌다. 곤 회장은 5년간 50억엔(약 500억원) 보수를 축소 신고한 혐의 등으로 일본 도쿄지검 특수부에서 수사를 받는 가운데 거액의 회삿돈 유용 혐의가 추가로 드러나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21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곤 회장이 2016~2018년의 유가증권보고서에서 소득액을 실제보다 30억엔(약 300억원)을 축소 신고한 것으로 도쿄지검 특수부가 파악했다고 전했다.

이런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곤 회장은 8년간 총 80억엔(약 800억원)의 소득을 축소 신고한 것이다. 또한 곤 회장은 네덜란드에 있는 자회사로부터 연간 억엔 단위의 보수도 보고서에서 누락 시켰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곤 회장은 지난 1999년 르노·닛산 얼라이언스가 출범한 직후부터 최근까지 그룹 내 제휴를 주도하는 구심점 역할을 해왔다. 블룸버그통신은 “3사를 묶는 접착제 역할을 했던 곤 회장이 사라지면서 동맹 내 균열이 빠르게 드러나고 있다”고 전했다.

곤 회장 체포와 이에 따른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와해 우려가 고조되자 각국에서 르노와 닛산의 주가도 폭락하고 신용등급도 떨어졌다. 이를 진화하고자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과 세코 히로시게 일본 경제산업상은 “프랑스와 일본 간 산업협력의 가장 위대한 상징 중의 하나인 르노와 닛산의 동맹을 강력히 지지한다”고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1999년 르노에 근무하던 곤 회장은 경영악화에 시달리던 닛산에 최고운영책임자(COO)로 파견돼 2000년 사장, 2001년 최고경영자(CEO)가 됐다. 공장폐쇄와 인원감축 등의 개혁을 주도해 닛산의 경영을 ‘V’자로 회복시켰다.

르노는 닛산 지분의 43%를, 닛산은 르노 지분의 15%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16년 닛산이 미쓰비시 지분 34%를 인수하면서 삼각 동맹 구조로 얽혀있다. 현재 양사의 관계는 사실상 지분이 높은 르노가 우위에 있다. 르노의 닛산 지분율을 경영진 임명권과 지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닛산은 그렇지 못하다. 사실상 동맹구조임에도 불구하고 기득권은 르노에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곤 회장의 구속 이유가 개인 비리지만 르노와 닛산 간의 갈등 때문이라는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곤 회장이 체포 직전까지 르노와 닛산의 합병을 계획했고 닛산 이사회는 이를 막기 위한 방법을 찾고 있었다고 21일 전했다. 이 신문은 닛산 이사회 구성원과 가까운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닛산 이사들은 합병이 수개월 안에 실현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한편 닛산자동차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소득 축소신고 등의 혐의로 검찰에 체포된 곤 회장의 회장직 해임안을 처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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