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검찰이 카를로스 곤(64) 닛산·르노 회장을 19일 금융상품거래법 위반혐의로 체포했다. 사진은 2017년 10월 6일 프랑스 파리에서 기자회견을 갖는 곤 회장. (출처: 뉴시스)
일본 검찰이 카를로스 곤(64) 닛산·르노 회장을 19일 금융상품거래법 위반혐의로 체포했다. 사진은 2017년 10월 6일 프랑스 파리에서 기자회견을 갖는 곤 회장. (출처: 뉴시스)

후임회장 12월 이사회서 결정

르노-닛산 동맹 와해 위기

곤 회장, 추가 혐의 드러나

[천지일보=김정필 기자] 일본의 닛산자동차가 22일 이사회를 열고 카를로스 곤(64)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회장에 대한 회장직 해임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고 NHK 방송이 보도했다. 이로써 지난 1999년 경영 위기에 빠진 닛산에 파견돼 글로벌 자동차 회사로 재탄생시킨 ‘신화’를 연출한 곤 체제도 19년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닛산 이사회는 모두 9명으로 구성되며 여기에는 곤 회장 및 비위 협력 혐의로 같이 체포된 그레그 켈리 대표이사(62)도 포함되나 이날 나머지 7명이 모두 해임에 찬성했다. 닛산 이사회는 닛산 측 임원 5명, 제휴 관계인 프랑스 르노 측 임원 2명 및 중립 사외이사 2명으로 이뤄져있다.

이사회는 곤 회장과 함께 체포됐던 그레그 켈리 대표이사에 대한 해임도 결정했다. 닛산은 후임 회장을 오는 12월 이사회에서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5년간 50억엔(약 500억원) 보수를 축소 신고한 혐의 등으로 일본 도쿄지검 특수부에서 수사를 받는 가운데 거액의 회삿돈 유용 혐의가 추가로 드러나면서 ‘곤 회장 사태’의 파장은 커질 전망이다.

21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도쿄지검 특수부는 곤 회장이 2016~2018년의 유가증권보고서에서 소득액을 실제보다 30억엔(약 300억원)을 축소 신고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런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곤 회장은 8년간 총 80억엔(약 800억원)의 소득을 축소 신고한 것이다. 또한 곤 회장은 네덜란드에 있는 자회사로부터 연간 억엔 단위의 보수도 보고서에서 누락 시켰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곤 회장은 지난 1999년 르노·닛산 얼라이언스가 출범한 직후부터 최근까지 그룹 내 제휴를 주도하는 구심점 역할을 해왔다. 블룸버그통신은 “3사를 묶는 접착제 역할을 했던 곤 회장이 사라지면서 동맹 내 균열이 빠르게 드러나고 있다”고 전했다.

곤 회장 체포와 이에 따른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와해 우려가 고조되자 각국에서 르노와 닛산의 주가도 폭락하고 신용등급도 떨어졌다. 이를 진화하고자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과 세코 히로시게 일본 경제산업상은 “프랑스와 일본 간 산업협력의 가장 위대한 상징 중의 하나인 르노와 닛산의 동맹을 강력히 지지한다”고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1999년 르노에 근무하던 곤 회장은 경영악화에 시달리던 닛산에 최고운영책임자(COO)로 파견돼 2000년 사장, 2001년 최고경영자(CEO)가 됐다. 공장폐쇄와 인원감축 등의 개혁을 주도해 닛산의 경영을 ‘V’자로 회복 시켰다.

르노는 닛산 지분의 43%를, 닛산은 르노 지분의 15%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16년 닛산이 미쓰비시 지분 34%를 인수하면서 삼각 동맹 구조로 얽혀있다. 현재 양사의 관계는 사실상 지분이 높은 르노가 우위에 있다. 르노는 닛산 지분율로 경영진 임명권과 지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닛산은 그렇지 못하다. 사실상 동맹구조임에도 불구하고 기득권은 르노에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곤 회장의 구속 이유가 개인 비리지만 르노와 닛산 간의 갈등 때문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곤 회장이 체포 직전까지 르노와 닛산의 합병을 계획했고 닛산 이사회는 이를 막기 위한 방법을 찾고 있었다고 21일 전했다. 이 신문은 닛산 이사회 구성원과 가까운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닛산 이사들은 합병이 수개월 안에 실현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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