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장흥군 장흥읍 인근 축사에서 사육하는 한우 (제공:장흥축산사업소) ⓒ천지일보 2018.11.16
전남 장흥군 장흥읍 인근 축사에서 사육하는 한우 (제공:장흥축산사업소) ⓒ천지일보 2018.11.16

장흥産 조사료, 따뜻한 기후

장흥 한우, 1등급 품질만 고집

고급육 육성, 흑우브랜드 개발

전문기관 無, 고유브랜드 필요

한우·키조개 ‘장흥삼합’ 인가

예로부터 사는 사람보다 소가 더 많았다고 하는 전남 장흥. 순수 한우만 약 4만 8000마리를 키우고 있는 장흥은 1등급 품질만 고집한다. 장흥에서 생산하는 건초인 이탈리안 나이그라스를 소먹이로 주는 데다 다른 지역보다 따뜻한 기후로 소를 키우기에 좋은 조건을 갖췄다. 주말이 되면 장흥 토요시장에는 장흥 한우와 삼합을 먹기 위해 전국 각지의 관광객이 몰린다. 부드러운 한우와 청정해역에서 자란 키조개, 맑은 숲에서 키운 표고버섯이 어우러진 삼합은 육즙과 바다 향, 버섯까지 깊은 맛을 자랑한다.

◆한우(韓牛)의 역사와 유래

한우는 우리나라에서 사육하는 소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삼국시대 이전부터 사육해온 고유 재래종 일소를 뜻하는 말이다. 한우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소를 키운 역사는 4000여년 전으로 추정한다. 고구려 고분벽화 ‘안악 3호분’이나 조선왕조실록과 같은 문헌에는 한우의 모습을 적갈색, 흑갈색, 흑색, 줄무늬 등 다양한 색으로 기록한 것으로 전해진다. 세종실록에는 왕의 생일이나 정월 초하루가 되면 제주 흑우를 진상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렇게 다양한 한우는 일제 강점기 때 거의 말살됐다. 당시 조선총독부가 한우 약 150만 마리를 일본 와규 개량, 식량 조달 등의 목적으로 일본, 중국, 러시아 등으로 반출하는 등 착취를 일삼았고 일본은 수탈을 목적으로 ‘황갈색만 한우로 인정한다’는 심사 표준규정을 만들어 한우의 다양성을 말살했다. 이러한 규정은 광복 후에도 영향을 미쳐 1969년 한우 개량사업을 추진할 때도 황갈색 털을 가진 소만 대상으로 한정했다. 현재 국내에는 황우, 칡소, 흑우를 사육하고 있다. 소는 오래전부터 달구지 등의 이동수단이었다. 삼국시대부터 본격적으로 농경에 사용되면서 본격적으로 축우로 자리 잡았다. 고대부터 소는 제천의식의 제물로 신성한 존재였으며 농경시대에는 동반자로서 ‘생구(生口)’라고도 해 가족의 일원으로 생각했다. 단순한 농사용뿐만 아니라 생활 곳곳에 활용됐다. 소의 부산물은 의복이나 약재, 장식용 등으로 활용되고 국가 외교 선물이나 하사품, 군사용으로도 이용됐다. 생활문화에도 밀접한 관련이 있어 세시풍속과 설화, 속담 등 다양한 형태로 등장했다. 삼국지동이전부여조에는 우가, 마가, 저가 등 6축의 이름을 관명으로 써레에 관한 기록 등을 볼 때 한우는 적어도 2000년 전부터 농경에 이용된 것으로 추측된다.

◆장흥 한우의 브랜드를 위한 노력

한우는 지난 1999년 도체 등급제도를 전면적으로 시행하면서 1등급 이상 출현율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현재 1등급 이상 출현율은 63.1% 정도로 품질이 고급화됐다. 고동일 장흥 축산사업소 팀장은 “값이 싼 수입 소고기에 밀려 연간 6700두 정도 소비되던 소가 3500두 정도 소비된다”며 어려움을 전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그는 “장흥에서 흑우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장흥군과 축산사업소가 교배를 통해 고급육 실용축(F1) 육성으로 흑우브랜드를 개발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흑우는 연간 600두, 전체 2000여두를 목표로 하고 있다. 고 팀장은 “흑우는 단면적, 지방의 두께, 지육 중량이 한우보다 우수하고 체형이 크다.

우리나라 고유의 흑소 (제공:장흥축산사업소) ⓒ천지일보 2018.11.16
우리나라 고유의 흑소 (제공:장흥축산사업소) ⓒ천지일보 2018.11.16

소비자에게 새로운 먹거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1985년부터 사육을 시작한 김점중 전남도 수정사 협회장은 “소를 키우는 개개인이 벤치마킹하고 노하우를 전수해야 발전이 있는데 농가들의 노력이 부족하다”며 안타까워했다. 또 “장흥에는 전문 교육기관이 없어 축협이나 한우협회에서 위탁 교육을 하지만 그래도 기술력이 뒤처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그는 “7개 조합이 모여 만든 ‘순한한우’라는 브랜드가 있지만, 장흥한우의 발전을 위해 장흥만의 고유브랜드가 꼭 필요하다”며 “군과 군의회에서 한우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정종순 장흥군수는 “장흥 흑우 브랜드를 적극 육성해 수입 소고기의 공세를 따돌리겠다”고 흑우 개발보고회에서 밝힌 바 있다.

◆한우 고르는 방법과 보양식 한우

한우는 밝은 선홍색을 띠면서 윤기가 나는 것이 좋고 지방색은 유백색을 띠면서 윤기 있는 것이 좋다. 등심이나 목심, 갈비, 양지 등의 살코기 속에 지방이 대리석 모양으로 고루 퍼져있는 것을 마블링이라고 하는데 고르게 잘 분포된 것이 부드럽고 맛이 좋다. 장흥토요시장에서 식육점을 운영하는 서윤호(가명, 40대, 남)씨는 “소고기는 부위마다 맛이 달라 여러 부위를 먹어 봐야 한다”며 “마블링이 고루 섞여 있는 것이 부드럽고 육즙이 맛있다”고 추천했다.

동의보감에서는 한우가 당뇨와 부종을 낫게 하고 토하거나 설사를 멈추게 하며 소화기를 보호하고 힘줄, 뼈, 다리를 튼튼하게 해준다고 기록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소고기에는 면역 글로불린의 원료가 되는 양질의 단백질이 풍부해 면역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단백질은 공복감을 줄여주고 포만감을 키워주며 대사과정에서 열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열량 소모가 많아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다. 나쁜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좋은 콜레스테롤을 올려주는 성분인 올레인산을 가지고 있어 동맥경화와 심장병을 예방한다. 피를 맑게 하고 위장 기능을 좋게 하는 아미노산이 풍부해 심신을 안정시켜주는 효과도 있다. 그러나 소고기를 버터와 함께 먹으면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한우와 키조개, 표고버섯이 어우러져 깊은 맛을 자랑하는 장흥삼합 (제공:장흥축산사업소) ⓒ천지일보 2018.11.16
한우와 키조개, 표고버섯이 어우러져 깊은 맛을 자랑하는 장흥삼합 (제공:장흥축산사업소) ⓒ천지일보 2018.11.16

장흥 경제의 밑바탕이 된 토요시장에 가면 20여곳의 고깃집에서 장흥 삼합을 맛볼 수 있다. 불판 위에 장흥 한우를 올려 육즙이 나오면 바로 표고버섯을 굽는다. 여기에 키조개를 구워 깻잎에 싸 먹거나 묵은지와 함께 먹는 것이 장흥 삼합이다. 막걸리와 함께 먹으면 홍탁삼합이 된다. 토요시장의 특산물 매장에서는 부드럽고 짠맛이 강하지 않은 육포를 맛볼 수도 있다. 산과 바다의 맛을 한꺼번에 느낄 수 있는 장흥의 별미를 먹어보길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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