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여성.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장애 여성.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장애여성 권리보장제도 촉구

“독립적인 주체로 인정해야”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시아버님이 뺨을 때리고 발로 차고 엉덩이도 때리고…. 이렇게 때리는 것도 처음 맞았어요.”

“동생이 직장 다니고 일을 해서 스트레스가 많아요. 그 스트레스를 저한테 풀고, 걔가 야구를 좋아하는 편이에요. 야구 경기가 있는 날이면 야구 결과를 주변사람들에게 꼭 물어봐요. 야구가 지면 저도 불안해지고….”

우리 사회에서 가장 친밀한 관계인 ‘가족’은 모든 사람들에게 아늑하고 안전한 공간으로 인식된다. 혈연과 애정을 기반으로 돌봄이 이뤄지는 공간이기 때문에 폭력이 일어날리 없다는 인식이다. 하지만 장애인, 특히 장애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폭력과 차별은 정작 가족 내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2015년부터 2016년까지의 장애인인권침해예방센터 전국장애인 인권센터의 인권상담 현황분석 보고에 따르면 장애인학대신고자 중 거주형태를 묻는 상담 4492건에서 재가는 57%, 시설거주는 17.8%로 나타났다. 이는 시설거주장애인보다 재가장애인이 더 많은 학대경험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발표한 장애인학대 현황 보고에서도 학대 피해장애인과 행위자와의 관계는 가족 및 친인척이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학대 유형별 학대가 이뤄지는 장소도 피해 장애인의 거주지가 가장 많았다.

이 가운데서도 장애여성의 경우, 무능력하고 취약한 존재로 판단돼 가족 내 폭력에 더 쉽게 노출되고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장은희 장애여성공감 활동가(오른쪽)가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JU동교동에서 열린 ‘불편한 옆자리-장애여성 인권상담 이슈 간담회’에 참석해 발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1.1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장은희 장애여성공감 활동가(오른쪽)가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JU동교동에서 열린 ‘불편한 옆자리-장애여성 인권상담 이슈 간담회’에 참석해 발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1.13

장은희 장애여성공감 활동가는 13일 서울 마포구 열린 장애여성 인권상담 간담회에서 “장애여성의 고민은 많은 부분 가족 내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착취적이고 폭력적인 가족관계에서 기인하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장애여성은 ‘장애여성’이라는 이유로 가족들의 보호와 돌봄을 받아야 하는 연약한 존재로 대상화되기 때문에 폭력이 은폐되기 더 쉽다”고 지적했다.

장 활동가는 대다수의 장애여성들이 정상가족 중심 문화 속에서 학대를 겪고 통제당한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실제 한 장애여성은 외부사람이 오는 것이 불편하다는 가족에 의해 활동보조지원서비스를 받지 못한 채 살아야 했다. 또 다른 장애여성은 단지 가족들과 함께 사는 것에 대한 조건으로 빨래와 청소 등 혼자서 고된 집안일을 수행해야만 했다.

장 활동가는 “여성으로써 요구되는 역할을 가족들이 정한 기준에서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경우 장애여성에게 돌아오는 것은 온갖 욕설과 비하, 무시, 괴롭힘”이라며 “정부와 사회는 이런 장애여성에 대한 가족 간 폭력과 차별을 더 이상 사적화 하지 말아야한다”고 지적했다.

장애여성이 가족 내 차별과 폭력에 대응하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장 활동가는 가족중심으로 짜여져 있는 ‘사회적 지원체계’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현행법상 장애여성들에 대한 의사결정권이 주보호자에게 주어지기 때문에 폭력이 발생해도 결국 다시 가족으로 돌려보내지거나 시설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장 활동가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장애여성의 권리보장제도 마련 ▲가정폭력처벌법 개정 ▲폭력피해 장애여성을 위한 광역 자치구별 쉼터 확보 ▲장애여성 커뮤니티 마련 등을 제안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가가 장애여성에 대한 돌봄 등 책임의 의무를 가족에게만 부여해선 안된다”며 “정부는 장애여성을 독립적인 주체로써 인정하고, 가족을 벗어나서 지역사회에 살 수 있도록 동시에 거주권, 노동권, 재 생산권을 침해받지 않도록 제도로서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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