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령 문건 관련의혹 합동 수사단. (출처: 연합뉴스)
계엄령 문건 관련의혹 합동 수사단. (출처: 연합뉴스)

박근혜·황교안 조사 한번 못해

조현천 “살아선 한국 안 간다”

체포해도 송환절차 난관 연속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2016년 촛불집회 당시 국군기무사령부 계엄령 문건 작성 의혹을 수사 중인 군·검 합동수사단(합수단)이 지난 7일 내란음모로 고발된 조현천 전(前) 기무사령관을 찾지 못해 관련 수사를 사실상 잠정중단 했다.

수사가 언제 재개될 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라 같은 혐의로 고발된 박근혜 전 대통령과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해선 조사 한 번 못하고 계엄문건 수사가 이대로 끝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날 오전 합수단은 서울동부지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 전 사령관에 대해 기소중지 처분을 내린다고 밝혔다. 함께 고발된 박 전 대통령과 황 전 대통령 권한대행,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한민구 전 국방부장관 등 8명에겐 참고인중지 처분을 내렸다.

기소중지와 참고인중지는 고소인이나 고발인, 피의자, 참고인 등 사건 관련자의 소재가 불분명해 수사를 마무리하기 어려운 경우에 그 사유가 해소될 때까지 수사를 중단하는 것을 말한다. 불기소처분으로도 볼 수 있지만 수사 종결과는 다르다.

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령 문건작성 의혹을 수사 중인 '계엄령 문건 관련 의혹 군·검 합동수사단' 공동 수사단장인 노만석 서울중앙지검 조사2부장(왼쪽에서 두번째)과 전익수 공군대령(왼쪽에서 세번째)이 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검에서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령 문건작성 의혹을 수사 중인 '계엄령 문건 관련 의혹 군·검 합동수사단' 공동 수사단장인 노만석 서울중앙지검 조사2부장(왼쪽에서 두번째)과 전익수 공군대령(왼쪽에서 세번째)이 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검에서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합수단이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는 이번 사건 핵심 피의자인 조 전 사령관이 작년 12월 미국으로 떠난 이후 행방이 묘연하기 때문이다. 조 전 사령관의 신병을 확보해 계엄문건 수사에 진전이 있어야만 박 전 대통령과 황 전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수사도 진행 될 수 있다는 취지다.

8일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조 전 장관은 “살아서 한국에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지인들에게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의 발로 귀국해 수사 받는 일은 절대 없을 것임을 공언한 셈이다.

조 전 사령관의 신병 확보를 위해 합수단은 지난 9월 20일 체포영장을 발부받고 여권 무효화 절차에 착수했다. 지난달 16일에는 인터폴에 수배를 요청했다. 그러나 조 전 사령관이 언제 송환될지는 아무런 기약이 없는 실정이다.

여권 무효는 다음 달 중순에야 절차가 마무리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이 무효 돼도 형제 대부분이 미국에 거주하는 조 전 사령관으로선 한동안은 미국 거주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2016년 10월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보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국군기무사령부에 대한 국정감사에 조현천 국군기무사령관과 관계자들이 출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출처: 뉴시스)
2016년 10월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보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국군기무사령부에 대한 국정감사에 조현천 국군기무사령관과 관계자들이 출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출처: 뉴시스)

인터폴 수배를 놓고는 여러 가지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수사당국이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있다면 이른 시간 송환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있다. 2016년 ‘최순실 특검’은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송환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면서 인터폴 적색수배가 발령 나기도 전에 정씨 신병을 확보한 바 있다.

그러나 인터폴 적색 수배가 내려져도 조 전 사령관이 바로 붙잡힌다는 보장이 없고, 설령 이른 시간에 검거된다 해도 송환에만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녀인 유섬나씨는 40억원대 배임 혐의로 지난 2014년에 프랑스에서 체포됐지만, 송환 절차는 3년이 흐른 작년에야 마무리됐다. 유씨가 프랑스에 송환 불복 소송을 제기하며 시간을 끌었기 때문이다.

조 전 사령관의 경우도 한·미간 범죄인 인도 조약에 따라 만약 조 전 사령관이 송환을 거부하면, 범죄인 인도 재판을 거쳐야 한다. 항소까지 하면 몇 년이 훌쩍 흐를 수 있다. 더욱이 미국 당국이 내란 음모 혐의를 받고 있는 조 전 사령관을 ‘정치범’으로 분류하면 송환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정치범은 인도하지 않는다’는 예외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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