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에 수출할 컨테이너들이 쌓여있는 모습 ⓒ천지일보DB
부산항에 수출할 컨테이너들이 쌓여있는 모습 ⓒ천지일보DB

한국은행, 기업경영분석 발표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 6.1%

반도체 빼면 5.1%로 ‘뒷걸음’

매출증가율도 6년 만에 최대

이자 못낸 기업비중 0.1%p↑

기업 실적 양극화도 더 심화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지난해 국내 기업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이 6%를 넘어 지난 2009년 조사 방식으로 변경 이후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기업의 매출액 증가율도 6년 만에 최고치였다. 하지만 이는 반도체 기업이 주도한 것으로, 반도체를 비롯한 기계·전기전자 실적을 빼면 기업들의 수익성은 사실상 뒷걸음질쳤다.

한국은행이 31일 발표한 ‘2017년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비금융 영리법인기업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액을 나타내는 영업이익률이 6.1%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세청 자료를 활용해 국내 비금융 기업 69만 8600여곳 가운데 분석 대상으로 삼기 어려운 일부를 제외한 65만 5500여곳(93.8%)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다. 1년 전 5.4%보다 확대된 것으로 한은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9년(5.8%)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특히 제조업의 영업이익률이 1년보다 높은 7.6%로 집계됐다. 비제조업은 4.9%로 전년과 같았다.

기업의 수익성을 이끈 것은 반도체 관련 업종이었다. 반도체가 포함된 기계·전기전자 부문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전년 5.8%에서 11.7%까지 두 배 가까이 치솟았다. 제조업 중 유일한 두자릿수 영업이익률이었다.

전체 기업이 1000원어치를 팔아 재료비 등을 빼고 61원의 영업이익을 남기는 사이 반도체 기업은 1000원어치를 팔아 117원을 남겼다는 의미다. 실제 지난해 범용 D램 제품의 평균 가격은 3.77달러로 전년에 비해 90.4% 급등했다. 이에 반도체가 포함된 전기 전자 이익률은 13.1%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 개선 흐름이 반도체 시장의 나홀로 성장세였다는 점은 반가울수 만은 없는 대목이다. 반도체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반도체의 위기가 닥칠 경우 심각한 상황이 초래될 수밖에 없어서다. 실제 반도체 효과를 제외하면, 기업들의 수익률은 전년보다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계·전기전자를 제외하면 전체 산업의 영업이익률은 5.1%, 제조업은 5.5%로 쪼그라들었다. 이는 1년 전(6.0%) 수준보다 더 퇴보한 것이다. 전기전자를 제외한 1년 전 이익률은 6.1%로 지난해보다 높았다. 그만큼 반도체 의존이 더 심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비제조업 중에서는 부동산 영업이익률이 12.2%로 2년 연속 두자릿수를 기록하며 눈에 띄었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대기업은 7.6%, 중소기업은 4.0%로 각각 1.1%포인트, 0.1%포인트씩 상승했다. 세전 순이익률은 6.1%로 1.2%포인트 상승했다. 제조업은 6.1%에서 7.9%로, 비제조업은 3.9%에서 4.5%로 올랐다.

기업 매출은 호조세를 나타냈다. 지난해 매출액증가율은 9.2%로, 2011년 12.2% 이후 6년 만에 최고치다. 2016년 2.6%와 비교해도 국내 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크게 확대됐다. 제조업(9.0%)과 비제조업(9.3%) 매출액이 모두 큰 폭 증가했다. 특히 제조업이 2016년 -0.6%에서 지난해 9.0%로 오르며 플러스 전환했다. 반도체와 석유화학 업종의 선전이 제조업 매출액 상승을 견인했다.

반도체 수출 호조로 기계·전기·전자의 매출액증가율이 -0.3%에서 17.4%로 크게 올랐고, 국제유가 상승으로 수출단가가 오르며 석유·화학 매출액증가율도 -2.0%에서 14%로 급등했다. 반면 자동차(-0.9%)와 조선(-24.2%) 업종의 매출은 감소했다.

기업의 안정성을 가늠하는 부채비율도 낮아졌다. 부채비율은 114.1%로 1년v전(121.2%)보다 하락했다. 제조업이 77.0%로 대부분 업종에서 전년(80.2%) 대비 하락하고, 비제조업(151.7%)도 1년 전(165.2%)과 비교해 떨어졌다.

반면 저금리에도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이른바 ‘좀비기업’이 20.3%로 0.1%포인트 늘어 실적 양극화가 심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 10곳 중 2곳은 영업이익으로 대출 이자도 내지 못하는 셈이다. 마이너스 성장을 한 0% 미만 기업도 같은 기간 17.3%에서 17.5% 증가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