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덕여대 알몸남 검거에도 불안 ‘여전’… 촛불집회 나선 학생들

[천지일보=김수희 기자] ‘알몸남’으로 알려진 남성은 검거됐지만 학생들의 불안함은 여전하다.

동덕여자대학교 총학생회가 16일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100주년 기념관 앞에서 학교 측에 대응 미흡을 규탄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 위한 촛불집회를 열었다.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음에도 400여명의 학생들이 참석한 가운데 학교에 학생의 안전 보장을 요구하는 발언자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들은 학교 측에 외부인 출입 규정, 책걸상 교체, 보안업체 교체, 카드 리더기 설치 등을 요청했다. 

박종화 총학생회장은 “학교에서 언제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구체적인 사항을 내놓을 때까지 계속해서 목소리를 낼 것”이라며 “학교는 학교를 공공재라고 말하기 이전에 학생의 안전을 먼저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동덕여대는 작은 규모임에도 적립금이 전국 8위에 이른다”며 “요구안을 들어주는 것은 예산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디자인대학에 다닌다는 한 발언자는 “학생들이 연대해 이 사건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며 “학교는 그 과정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학교는 요구사항에 대해 철저히 이행할 것을 촉구하면서도 검거된 범인을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회에 참석한 이성은씨는 “이전에도 비슷한 일이 몇 번 있었지만 그때마다 학교의 대처는 미흡했다”며 “학교는 학생의 소리를 들을 의지가 없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또 “정수기 옆에서도 그런 일이 있었는데 물을 마시기 불안하다”고 호소했다.

박지연씨도 “강의실에서 수업을 듣는 게 너무 불쾌하다”며 “대낮에 들어와서 그런 동영상을 찍었는데 아무도 몰랐다는 것은 허술한 관리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학교 측에서는 관련 사안에 대해 이날 오후 2시에 공청회를 열었지만 학생들은 “요구 사항들에 대해 준비가 미흡하다”며 빠른 시일 내에 하겠다는 추상적인 답변이 아닌 무엇을 언제까지 어떻게 하겠다는 구체적인 답변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명애 총장은 공청회 중간 개인 일정이 있다며 자리를 비워 학생들에게 “학생의 안전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라는 비난을 받았다.

일명 ‘동덕여대 알몸남’ 사건은 12일 밤 11시쯤 동덕여대 학생이 6일 올린 동영상을 발견해 공유하면서 알려졌다.

학생들은 동영상을 캡처해 해당 장소를 알아내고 14일 경찰에 신고했다.

동영상을 촬영한 장소는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 자양중학교, 광진문화재단 등 다양한 것으로 드러났다.

동덕여대생이 청와대 게시판에 올린 ‘동덕여대 불법 알몸촬영남 사건, 여성들의 안전권 보장 제발 도와주세요’라는 국민청원의 서명은 5만 4000명을 넘어섰다.

서울 종암경찰서에 따르면 15일 오후 6시 32분께 서울 광진구 소재의 한 아파트 단지 내에서 주거침입 및 정보통신망법 상 음란물 유포 혐의로 박모(27)씨를 검거했다.

박씨는 경찰에 “자격증 교육을 위해 학교에 갔다가 ‘여대’라는 특성 때문에 갑자기 성적욕구가 생겼다”고 진술했다.

또 그는 “트위터에서 사진을 검색하다가 ‘야외 노출’ 사진에 성적 만족감을 느꼈다”며 “음란행위를 직접 촬영하고 사진을 게시해 타인의 주목을 받는 것에 희열을 느꼈다”고 말했다.

경찰은 해외 SNS 트위터에 집행한 영장이 금일 회신됨에 따라 국내 포털과 통신사를 상대로 추가 수사할 방침이다. 또 이 내용을 종합해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