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임혜지 기자] 동덕여자대학교 외부인 출입 금지가 시행된 첫날인 29일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정문 앞을 경비원이 지키고 서 있다. ⓒ천지일보 2018.10.29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동덕여자대학교 외부인 출입 금지가 시행된 첫날인 29일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정문 앞을 경비원이 지키고 서 있다. ⓒ천지일보 2018.10.29

신분증 맡겨야 출입 허용… 오토바이도 제한

교내시설 빌려주는 대관 우려하는 목소리도

오는 1일부터 모든 건물 내 카드 리더기 설치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무슨 일 때문에 오셨죠? 외부인은 들어오면 안돼요.”

29일 동덕여대가 외부인 출입을 제한한 첫날, 기자가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정문 앞을 지나자 정문 앞을 지키고 있던 경비원 박모(64, 남)씨는 빨간 경광봉을 흔들며 제지했다. 박씨는 “오늘부터 남성뿐 아니라 외부인도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며 “안내데스크에서 용무를 말하고 신분증을 맡겨야 교내에 출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동덕여대가 이날부터 외부인의 교내 출입을 전면 제한하고 나섰다. 사람이 없는 시간에 여자 대학 강의실에 들어가 자신의 나체 사진을 찍은 ‘동덕여대 알몸남’ 사건의 여파 때문. 이후 총학생회에서는 책·걸상 교체를 비롯해 외부인 출입 금지를  요구하고 나섰고, 학교 측은 이를 받아들였다.

외부인 출입 금지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날 동덕여대 정문에는 2명의 경비가 교대로 근무하고 있었다. 정문과 후문을 비롯해 동인관 등에는 ‘2018년 10월 29일부터 교내 외부인 출입이 통제됩니다(음식 배달 포함) 학교에 용무가 있으신 분은 정문 경비실에서 확인 받으시기 바랍니다’라고 적힌 보라색 팻말이 세워져 있었다. 외부인은 방문 목적을 확인한 후 신분증을 맡겨야지만 교내 출입이 가능했다. 동덕여대 교직원이더라도 남성은 신분이 확인돼야만 교내로 들어갈 수 있었다.

재학생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찬성한다는 반응도 있는 반면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학생도 있었다. 동덕여대 컴퓨터학과에 재학 중인 김모(23, 여)씨는 “외부인 출입 금지는 학교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며 “얼마나 지켜질지 모르겠지만 일단 학생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는 측면에서 좋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 윤모(23, 여)씨는 “방금 전에도 학교에 남성이 돌아다니는 걸 봤다. 우리 학교는 맘만 먹으면 산을 타고도 올 수 있는 구조”라며 “외부인 출입 금지가 과연 잘 지켜질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동덕여자대학교 외부인 출입 금지가 시행된 첫날인 29일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정문 앞에 출입을 제한하는 바리게이트가 설치돼있다. ⓒ천지일보 2018.10.29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동덕여자대학교 외부인 출입 금지가 시행된 첫날인 29일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정문 앞에 출입을 제한하는 바리게이트가 설치돼있다. ⓒ천지일보 2018.10.29

교내시설을 빌려주는 대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아무리 외부인 출입금지 조치를 했더라도 학교 측이 외부업체에 대관을 해줄 경우 남성을 포함한 불특정 다수의 외부인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관현악과에 재학 중인 김모(21, 여)씨는 “며칠전에도 교내에서 게임 대회가 열려 학교안에 남자가 바글바글했다”며 “들리는 소문으로는 여자화장실 표시판이 남자화장실 표시판으로 바뀌어 있었다고 한다. 학생들의 불안을 덜어주려면 대관도 똑같이 통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음식배달 업체나 택배배달 오토바이의 출입도 일체 제한됐다. 때문에 학생들은 내려와서 자장면, 떡볶이 등의 배달음식이나 택배를 직접 받아갔다. 퀵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신모(31, 남)씨는 “배달은 시간이 생명인데 신분 확인이나 학생들을 기다리다 시간이 지체된다”며 “영업에 안 좋은 영향을 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여성도 예외는 없었다. 학생이나 학교 교직원이 아니면 출입할 수 없었다. 이날 3살배기 딸과 함께 동덕여대를 방문한 김선형(31, 여)씨는 “들어갈 수 없다”는 말에 발걸음을 돌리며 아쉬운 목소리를 냈다. 그는 “주변에 마땅히 산책할 장소가 없어 매일은 아니더라도 가끔 캠퍼스로 산책을 나왔었다”며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했고 학생들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이렇게까지 통제해야 하나 싶다”고 말했다.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동덕여자대학교 외부인 출입 금지가 시행된 첫날인 29일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동인관 앞에 ‘2018년 10월 29일부터 교내 외부인 출입이 통제됩니다(음식 배달 포함) 학교에 용무가 있으신 분은 정문 경비실에서 확인 받으시기 바랍니다’라고 적힌 보라색 팻말이 세워져 있다. 경비원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천지일보 2018.10.29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동덕여자대학교 외부인 출입 금지가 시행된 첫날인 29일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동인관 앞에 ‘2018년 10월 29일부터 교내 외부인 출입이 통제됩니다(음식 배달 포함) 학교에 용무가 있으신 분은 정문 경비실에서 확인 받으시기 바랍니다’라고 적힌 보라색 팻말이 세워져 있다. 경비원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천지일보 2018.10.29

외부인 통제가 허술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사회복지학과 3학년인 최모씨는 “정문과 후문을 제외하고는 경비원이 안 서있다”며 “인덕관이나 동인관은 외부인이 그냥 드나들고 있다”고 말했다.

근무자들은 인력이 한정돼있어 완벽한 통제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경비원 박씨는 “2명이서 24시간 교대 근무를 하고 있다”면서 “최선을 다해 경비를 서는데 인력이 모자라니까 방호가 뚫릴 수 있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한편 오는 11월 1일부터는 모든 건물에 카드 리더기가 설치되면서 동덕여대의 외부인 출입 금지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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