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머무는 시] 고라니 울음 - 송재학
[마음이 머무는 시] 고라니 울음 - 송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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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라니 울음

송재학(1955~  )

고라니 울음에 고라니가 없다
순한 눈을 생각한다면 나올 수 없는 소리이다
쿠웨웨에 울음은 고라니가 제 몰골과 성대와 성격을 기이하게 변형시켜서 내는 신음이다
폭우가 심하던 날 몸 비비며 울던 고라니의 덩치가 고스란히 보였다
왜 그렇게 울었을까 짐작해보니 누군가 저렇게 울었다
일찍 죽은 동생을 두고 사촌 형이 저렇게 울었다
울지 않던 사람이 울었다
어떤 울음에는 네 발이 보인다
그는 종일 슬프기만 했는데도 짐승이었다
고라니 울음에도 육식동물이 기웃거리고 있다.

 

[시평]

고라니라는 동물을 본적이 있는지, 그리고 또 고라니의 울음소릴 들어본 적이 있는지. 고라니라는 놈, 사슴같이 생겼는데, 사슴보다는 많이 작고, 그래서 참으로 날씬하고 어여쁜 그 놈. 우리나라 산천 어디에고 서식하는, 그러나 요즘은 너무 많아서 농작물에 피해를 준다는 그 놈, 고라니.

그런데 그 울음소리는 참으로 기이하기가 그지없다. 처음 그 우는 소리를 듣는 사람은 놀랄 정도이다. ‘쿠웨웨에’ 갈라지는 듯도 하고 또 그 갈라진 소리 속에 무슨 아픔과 회한이 가득한 듯한 소리로 우는 고라니, 그 울음소리는 도저히 고라니의 생김생김과는 어울리지가 않는다. 저렇게 어여쁘게 생긴 그 놈의 몸뚱이에서 저런 소리가 나올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상상을 하지 못한다.

그래서 시인은 왜 고라니가 그렇게 우는지를 상상해 본 모양이다. 초식동물이기 때문에, 강인한 이빨과 발톱이 없기 때문에 늘 육식동물에게 쫓기며 살아야 하는 처지의 고라니. 그래서 불행하게 육식동물에게 잡혀서 죽어야 하는 운명의 초식동물, 연약한 고라니. 

그 기이한 아픔과 슬픔을 담은 울음소리는 다름 아니라, 육친을 잃은 그 아픔의 울음소리인가 보다. 늘 쫓기며 살아가야 하는 운명과 함께 죽음을 당하는 그 슬픔과 아픔이 담긴, 울음소리. 그래서 고라니는 그렇게 우는 모양이다. 진정 약자가 되어, 아픔을 당해 본 사람은 왜 고라니가 그렇게 울어야만 하는지를 알리라.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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