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머무는 시] 말할 수 없네 - 박지영
[마음이 머무는 시] 말할 수 없네 - 박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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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할 수 없네

박지영
 

깊은 밤 꿈에 그대 만나면
잠은 멀리 달아나
퍼-담아도 채워지지 않는
물항아리가 되네
달이 느리게 느리게

가시나무 울타리 밟고 가
가시에 찔려 이지러진 노란 달
아스라이 새벽하늘에 떠 있네
가지도 못하고 떠있네
나도 가지 못하고
마음만 해 종일 하늘에 떠있네
 

[시평]

그리운 사람. 이제는 만날 수 없는 그 사람. 때로는 꿈에서라도 만나고 싶은 그런 사람. 그 누구에게나 이런 사람 한 사람쯤 마음속 자리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 사람, 깊은 밤 정말 꿈 같이 언뜻 만났는데, 홀연히 깨어나 보니, 정말로 꿈속에서 만난 것이로구나. 그러나 비록 꿈속이지만, 그 만남의 설렘으로 인해 도저히 다시 잠이 들지 못하는 그런 밤. 그래서 잠은 멀리, 멀리 달아나 버리고, 퍼 담아도 채워지지 않는 물항아리 같은 공허한 마음만 어둔 밤 한 가운데 덩그마니 놓여진다.

밤하늘 한 귀퉁이에 수줍게 떠 있는 새벽달. 마치 가시에 찔려 아픈 내 마음과도 같이, 한편으로 이지러져 기웃이 떠 있는 노란 새벽달. 이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내 마음인 양 아스라이 새벽하늘 가에 떠 있네.      

달은 떠서 동에서 서로, 동에서 서로 온밤 내내 가는 것인데, 밤새도록 동에서 서로 가서, 저 먼 서쪽 하늘가에서 지는 것인데. 느리게, 느리게 가시나무 울타리를 건너가다가 그만 그 가시에 찔려 가지도 못하고 멈추어버린 저 달. 사랑이라는 가시에 마음 깊이 찔려, 아픈 내 마음과도 같은 저 달. 그 마음 부여안고, 오도 가도 못하는 저 달과 나. 오늘 밤 잠들지 못하는구나. 마음만 그저 해종일 덩그마니 하늘에 떠있을 뿐이로구나. 사랑에 찔린 상처, 그래서 더욱 도지고 있는 그리움이라는 병, 참으로 어쩌지 못하는 마음의 아픔이로구나.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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