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바티칸의 성베드로 광장. (출처: 교황청 홈페이지)
로마 바티칸의 성베드로 광장. (출처: 교황청 홈페이지)

“성적 학대는 범죄”… 3677건 드러나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세계 각국에서 사제들의 아동 성학대 사건이 연일 터지는 가운데 독일주교회의(GBC)가 그동안 가톨릭교회 내에서 일어났던 아동 성범죄를 시인하고 반성하고 나섰다.

독일 통신사 DPA 등 외신에 따르면 독일주교회의는 25일(현지시간) 회의에서 독일 사제들이 지난 1946년부터 2014년까지 13세 이하 아동을 대상으로 벌인 아동성범죄 사실을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자이트 온라인 등 현지 언론들이 공개한 독일주교회의 보고서를 통해 가톨릭교회 내에서 70년 가까이 성직자 성범죄가 만연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번에 드러난 1670명의 성범죄 가해 성직자들은 독일 가톨릭교회 사제의 4.4%에 해당한다. 그 기간에 성범죄 3677건이 발생했다.

해당 보고서에선 독일 가톨릭교회가 성범죄를 저지른 성직자를 전출시키는 방식으로 은폐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용의자 중 3분의 1 정도에만 교회법이 적용됐으며, 적용된 처분이나 처벌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 수준으로 미미했다고 설명했다.

GBC 의장인 라인하르트 마르크스 추기경은 이날 성명에서 “성적 학대는 범죄이고, 범죄자들은 희생자들에게 가한 아픔과 고통에 대해 용서를 구하기 전에 처벌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보고서는 교회 역사의 이 어두운 페이지를 더 밝혀내고 투명하게 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마르크스 추기경은 “신뢰가 무너지고, 성직자들이 범죄를 저지른 데 대해 부끄럽게 여긴다”며 “많은 사람이 벌어진 일을 직시하지 않고 외면했다. 희생자들을 돌보지 않은 데 대해서도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이어 “우리는 교회를 위하고, 주교들과 신부들을 보호하려고만 해서 (진실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다”며 “성폭력의 희생자들에게 정의가 실현돼야 한다”고 말했다. 마르크스 추기경은 “교회가 이런 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며 신뢰를 다시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GBC는 독일의 만하임대학, 하이델베르그대학, 기센대학의 연구자 컨소시엄에 이번 조사를 요청했으며, 지난 3년 반 동안 27개 교구의 3만 8000여건의 내부 문서와 기록을 점검하고 보고서를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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