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조계종 총무원장은 ‘불교 대통령’?
[팩트체크] 조계종 총무원장은 ‘불교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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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불교조계종 조직도. (대한불교조계종 홈페이지 캡쳐)
대한불교조계종 조직도. (대한불교조계종 홈페이지 캡쳐)

정신적 큰 어른 ‘종정’
권력 종점엔 ‘총무원장’
종정→총무원장→교구
제도 바뀌었어도 실세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한국불교 최대 종파인 대한불교조계종이 사회면에 오르내리며 ‘총무원장’ 직분에 대한 관심이 높다. 최근 물러난 설정 총무원장이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종단 수장의 실각이라며 이목이 집중됐다. 또 현재는 전 총무원장인 자승스님이 차기 총무원장 선거에 물밑 작업을 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이처럼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총무원장’이 종단의 최고 지도자가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대한불교조계종 종정 진제스님. (제공: 조계종)
대한불교조계종 종정 진제스님. (제공: 조계종)

천지일보가 살펴본 결과 피라미드 구조의 조계종 조직도에서 가장 꼭대기를 차지하고 있는 직책은 종단의 큰 어른인 종정이다. 종정은 종단의 원로격으로 정신적 지주로 평가받고 있다. 종정은 5년간 종단을 이끈다. 현재 조계종 종정은 진제스님(83)이다. 스님은 2012년에 이어 지난해 제14대 조계종 종정으로 재추대돼 종단을 이끌고 있다.

이처럼 최상위에 있는 직책이 있지만, 사실 모든 실무를 관장하는 직책은 따로 있다. 조계종단의 모든 살림이 처리되려면 ‘총무원장’의 승인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종단의 최고 권한을 가진 직책이 된다.

처음부터 총무원장의 영향력이 이렇게 막강하지는 않았다. 조계종은 1962년 통합종단 출범 이후 종단의 기틀을 다지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왔다. 당시 종정이 종단의 대표자로서 인사권과 재정권을 모두 갖고 있었다. 이후 종정 중심제에서 총무원장 중심제로 바뀌는 과정을 겪으면서 총무원장이 종단의 대표자로 대외적인 활동에 나서게 됐다.

이후 1994년 종단개혁을 통해 총무원장 중심제에서 교구본사 중심제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총무원장의 실질적인 권세나 권리는 막강하다. 실질적인 권세를 가지고 있는 총무원장은 종단 내에서 무소불위의 권한을 가진다. ‘불교 대통령’으로 불릴 정도다.

조계종 종헌 54조 1항에 따르면 ‘총무원장은 본종을 대표하고 종무행정을 통리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행정 수반’ 역할만을 하는 것으로 보면 큰 오산이다.

전국 사찰 3100여 곳에 대한 주지 임명권과 스님 13000여명의 인사권, 감사권, 예산 집행권 등의 권한을 갖고 있다. 세분화해서 보면 ▲종헌·종법 제·개정안 제출권 ▲종령 제정권 ▲총무원 임직원 및 각 사찰 주지 임면권 ▲종단소속 사찰의 재산 감독권 및 처분 승인권 ▲특별 분담 사찰 및 직영 사찰 등 중요 사찰의 예산 승인권 및 예산 조정권 ▲특별 분담 사찰 및 직영 사찰 지정권 ▲징계의 사면·경감·부권 및 포상 품신권 등이다. 이처럼 총무원장은 인사·재정·상벌 등 대부분의 권한을 갖는 최대 권력의 정점에 서 있다.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스님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참배하러 가기위해 대웅전으로 이동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8.21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스님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참배하러 가기위해 대웅전으로 이동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8.21

대외적인 위상도 높다. 불교 29개 종단(종파) 협의체인 한국불교종단협의회 회장도 조계종 총무원장이 맡고 있다. 7대 종단 논의기구인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종지협),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등 상임대표도 돌아가며 활동한다.

정부 또한 조계종 총무원장을 비롯한 7대 종단 수장들은 국무총리의 준하는 예를 하도록 법률적으로 정해뒀다. 청와대 오찬 모임도 자주 들린다. 대통령이 국정 현안 등에 대한 자문을 구하는 자리다. 선거 때마다 정치 인사들이 불자들의 표심을 사기 위해 총무원장을 찾아 고개를 숙이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모든 권한의 정점이 총무원장에 있으니 결정적인 순간에 총무원장 눈치를 안 볼 수가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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