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명승일 기자] 강유미씨가 다섯 번째로 감금됐던 전남 광양 C교회 옆 조립식 건물의 화장실 창문을 통해 탈출하는 모습을 재연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8.7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강유미씨가 다섯 번째로 감금됐던 전남 광양 C교회 옆 조립식 건물의 화장실 창문을 통해 탈출하는 모습을 재연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8.7

가족이 5곳으로 끌고다니며 개종 요구

신체 자유 박탈당한 채 인권침해 당해
 

“경찰이 인권과 법 무시한 행태” 비난

전문가 “국가가 강제개종 근절” 요구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목회자인 가족들에게 납치‧감금돼 ‘개종’을 강요받다 44일 만에 탈출한 강유미(가명, 여, 37)씨는 경찰이 ‘종교편향’에 빠져 가족 말만 따랐다고 지적했다.

강씨는 “대구 북부경찰서 관계자가 제 오빠가 8월 초쯤 경찰서에 와서 ‘(설득이) 다 됐다. 며칠만 있으면 된다. 10일 더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고 한다”며 “납치범인 가족 말만 듣고 실종자를 제대로 찾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경찰이 ‘가족과 있으니 보호받고 괜찮은 것 아니냐’ ‘나쁜 곳에 빠졌으니 가족이 구해줘야 한다’는 말을 제 지인에게 했다”면서 “종교편향에 갇혀 인권과 법을 무시하는 경찰이 강제개종 피해를 양산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오늘날 살기 좋은 이 대한민국에서 한 여성이 한밤중에 ‘비명’을 지르며 감쪽같이 사라졌는데도, 그리고 실종된 지 44일이 넘어가는데도 경찰 움직임이 이처럼 둔하고 찾지 못했다는 게 말이 됩니까. 제가 산에 버려지거나 생명의 위협을 받는 상황일 수도 있는데, 이렇게 수사해도 됩니까. 한 여성의 인권이 이렇게 처참하게 짓밟혀도 되는 건가요. 이것이 제가 44일 동안 부모의 엄청난 압박과 협박을 견디면서 들었던 생각이에요.”

대전 한 오피스텔→대구 A교회→대전 한 빌라→경북 영천시 한 시골 가옥→전남 광양 등 무려 5곳에서 가족에 의해 감금된 강유미씨. 그는 44일간 감금된 상태에서 인권이 짓밟혔다. 그처럼 긴 시간 동안 자신을 찾지 못한 경찰 수사력에도 의문 부호를 찍었다.

이번 사건을 담당했던 대구 북부경찰서는 강씨에게 도움의 손길을 주지 못했다고 강씨는 주장했다. 경찰이 미적대는 사이 강씨 가족은 치밀하게 시나리오를 짠 듯 5곳으로 끌고다니며 개종을 강요했다.

강씨 가족이 치밀하게 움직였다는 건 강씨 지인의 설명에서도 엿볼 수 있다. 강씨 지인 등에 따르면, 가족은 차량 2대를 놓고 갔으며, 강씨가 감금된 기간 내내 통신이 두절됐다. ‘딸이 이단 신천지에 빠져 교육을 받고자 가족여행을 가니까 경찰은 찾지 말아 달라. 가족문제니 우리가 알아서 한다’는 내용이 담긴 자필 편지도 남겼다.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전남 광양 C교회 옆 조립식 건물 모습. 강유미씨가 탈출에 성공했던 화장실 창문(오른쪽)의 유리창과 방충망이 사라진 모습이 보인다. ⓒ천지일보 2018.8.7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전남 광양 C교회 옆 조립식 건물 모습. 강유미씨가 탈출에 성공했던 화장실 창문(오른쪽)의 유리창과 방충망이 사라진 모습이 보인다. ⓒ천지일보 2018.8.7

◆“교회에 사람 가둬놓고 예배드리다니”

지난 7월 26일쯤 강씨가 두 번째로 감금된 장소는 대구 A교회였다. 이곳에서도 가족에 의한 인권유린은 계속됐다. 강씨가 감금된 A교회 내 방의 문을 잠근 이후 강씨 아빠는 A교회에서 예배를 드렸다.

“무슨 이런 경우가 다 있나요? 사람을 이렇게 가둬놓고 예배를 드린단 말입니까. 문이 잠겨 있어서 화장실을 갈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방에 있는 스티로폼 아이스박스를 발견하고, 거기서 소변을 급하게 봐야 하는 제 모습을 보면서 너무 비참하고 처참했습니다.”

강제개종 교육을 받으라는 가족의 재촉도 끊이질 않았다. 가족의 압박이 지속되자 강씨는 교육을 다시 받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가족은 지난 8월 1일쯤 대전의 한 빌라로 다시 끌고 갔다.

이후 8월 5일쯤 강씨 새 언니의 엄마(사돈어른)가 빌라를 방문했다. 강씨는 “엄마는 사돈어른이 ‘경찰이 내일 아침에 들이닥치니깐 사돈네 외숙모 집으로 빨리 가자’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이런 내용이 사실이라면 경찰과 가족이 서로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의심을 살 수 있는 대목이라고 강씨는 지적했다. 그러면서 엄마가 강씨 짐을 싸는 동안 새 언니의 외삼촌이 방에 들어와 드릴로 잠금장치와 창문에 있는 피스를 제거했다고 했다.

강씨 가족은 급하게 짐을 싸서 쫓기듯이 네 번째 감금 장소로 이동했다. 그렇게 해서 도착한 곳이 경상북도 영천시의 한 시골 가옥. 강씨 설명에 따르면, 이날 한 목사가 시골 가옥을 방문했다. 강씨는 “목사는 ‘자녀가 한 달 이상 회심하지 않아서 얼마나 염려가 많으시냐’며 ‘제가 여기서 도와드릴 수 있는 건 다 도와드리겠다. 걱정하시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강씨가 그 목사가 누구냐고 물었지만, 가족은 “넌 들어가 있으라”고 윽박질렀다. 또 “제가 ‘집에 가고 싶다’고 문을 두드리고 소리를 지르니깐, 아빠가 제 몸을 제압해서 몸을 움직일 수 없도록 했다”며 “그리고 말을 하지 못 하도록 팔꿈치로 제 성대를 막았다. 소리 지르지 않으면 놓아주겠다고 협박했다”고 했다.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강유미씨가 다섯 번째로 감금됐던 전남 광양 C교회 옆 조립식 건물의 출입문에 피스를 박았다가 빼놓은 자국이 보인다. ⓒ천지일보 2018.8.7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강유미씨가 다섯 번째로 감금됐던 전남 광양 C교회 옆 조립식 건물의 출입문에 피스를 박았다가 빼놓은 자국이 보인다. ⓒ천지일보 2018.8.7

◆한밤중, 전남 광양서 화장실 창문으로 탈출

그러다 밤 11시쯤 오빠 내외가 또 찾아와서 급히 짐을 싸라고 재촉했고, 승용차에 6명이 올라탔다. 강씨는 차량을 세 번이나 갈아타고 나서야 8월 6일 새벽쯤 전남 광양에 도착했다. 다섯 번째 감금 장소였던 셈이다. 이곳은 광양 C교회 바로 옆에 위치한 조립식 건물이었다.

강씨 아빠는 도착하자마자 도망가지 못하도록 출입문에 열쇠를 채웠다. 강씨는 씻기 위해서 화장실에 들어왔고, 방충망이 쳐진 작은 창문을 발견했다. 아무리 봐도 성인이 빠져나올까 말까 한 작은 창문에 불과했다. 강씨는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했다”며 이곳에 도착한 지 1시간 만에 탈출을 시도했다.

강씨는 곧바로 화장실 문을 잠그고, 씻고 있다는 인식을 주고자 바가지로 중간중간 물을 퍼부었다. 그 다음에는 변기 위로 올라가서 방충망을 조금씩 뜯기 시작했다. 숨죽이며 40분가량 방충망을 모두 뜯은 후에는 변기 뒤에 숨겨 놨다. 그리곤 머리부터 시작해 왼쪽 다리, 오른쪽 다리를 창문을 통해 모두 빼내는 데 성공했다. 창문으로 빠져나온 뒤, 강씨는 어둠이 깔린 시골 밤길을 무작정 내달리기 시작했다.

당시 욕실 실내화를 신고 있었는데, 뛸 때마다 소리가 나서 신발을 벗고 뛰었다. 강씨는 “숨이 넘어갈 듯 했고 다리는 후들후들 떨렸다”고 회상했다. 정신없이 달리면서 주변을 보니, 어둡고 시골인 탓에 주택과 농장 등만 희미하게 보일 뿐이었다.

그러다 불이 켜진 한 시골집에 도착해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시골집 아주머니는 “누구세요? 가세요”라며 한참 동안 소리를 지르며 집의 샤시를 모두 닫았다. 강씨가 “전화 한 통화만 사용하자”고 했지만, 미친여자로 취급하며 도움을 주지 않았다. 당시 한밤중에 발에서 피를 철철 흘리며 도움을 청하는 강씨의 몰골은 너무 처참했던 것이다. 강씨는 가까운 거리에 파출소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 다시 뛰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새벽 4시쯤 광양경찰서 옥곡파출소에 도착했다. 강씨는 “대구 북부경찰서에 실종신고가 돼 있으니깐 전화 한 통화만 하자”고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면서 가족이 파출소로 찾아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숨어 있었다. 파출소에선 아침까지 잠시라도 쉴 수 있는 곳으로 가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강씨는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이후 강씨는 광양경찰서 수사관들에게 인계돼서 쉼터로 이동했다.

◆“조사받으며 경찰 편파수사 확신”

강씨는 감금된 기간에 경찰이 자신의 위치를 어떻게 몰랐을 수 있느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제가 탈출한 이후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수사가 너무 더뎠고 미온적이었단 걸 느낄 수 있었어요. 자신(경찰)의 종교가 무엇이든지간에 납치 사건이 접수됐는데도, 가족과 함께 있다는 이유만으로 자신들의 주관적 의견을 많이 내세웠다고 합니다. ‘나쁜 곳에 빠졌으면 가족이 구해줘야지’ ‘가족과 있으니 보호받고 괜찮은 것 아니냐’는 말을 제 지인에게 했다는 겁니다. 그런 말을 듣고 나서 너무 어이가 없었습니다.”

강씨는 “경찰이 헌법과 법률에 따라서 객관적으로 업무에 충실해야 함에도 누구 편에 서서 일을 처리하는 게 아닌지 의문”이라며 “경찰이 한쪽으로 치우친 부분이 많다고 본다. 신천지교회에 대한 굉장히 나쁜 선입견을 갖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강씨 지인 역시 “이건 엄연한 범죄임에도 경찰의 종교 편향적이자 가족 간의 일이라는 식의 안일한 의식이 이같이 피해자를 한 달 이상 방치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대구 북부경찰서 관계자는 “우리는 할 도리는 다 했다”면서도 “수사 상황을 구체적으로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개종이든 뭐든 강제적으로 행한다는 것 자체가 범죄”라며 “공무원이 특정종교를 믿어 종교차별적 사고를 가지면 그런 일이 더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강제개종이 강력히 처벌된 적이 없기 때문에 범죄자들이 아주 당당하게 행하는 것”이라며 “국가가 대책을 세워서 강제개종 문제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강제개종을) 가족을 이용해서 하기 때문에 추적하기 어렵다는 건 거짓말”이라며 “지시를 내리는 자도 교사범으로 처벌받게 돼 있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