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아동학대.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어린이집 아동학대, 3년간 증가

2015년 427건→지난해 815건

“CCTV, 부모도 제대로 못 봐”

전문가 “학부모, 교사 논의부터”

[천지일보=이예진 기자] #1. 지난 18일 오후 3시 30분경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A어린이집 원장은 “이불을 덮고 자는 아기가 계속 잠을 자고 있어 이상하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곧바로 경찰과 구급대가 현장에 출동했지만 아이는 이미 숨진 상태였다. 경찰은 어린이집 폐쇄회로(CC)TV를 통해 보육교사 김모(59, 여)씨가 아이를 엎드리게 한 채 이불을 씌우고 올라타 온몸으로 누르는 장면을 확인했다. 이후 경찰은 김씨를 긴급 체포해 조사를 벌였고 김씨는 “아이가 잠을 자지 않아서 잠을 재우려고 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2. 최근 서울의 한 어린이집 교사들이 아이들을 폭행했다는 고소장이 경찰에 접수됐다. 지난 20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도봉구 B어린이집의 원장 C씨와 소속 교사 2명 등 3명은 1세반 아동 5명의 머리와 다리를 무릎과 다리로 치거나 밀친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 학부모들은 “어린이집에 다녀온 아이들 몸에 흉터와 멍 자국이 생기거나 심지어 팔이 빠지는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어린이집 내부 CCTV에는 어린이집 교사가 무릎으로 아이의 머리를 치거나, 탁자 앞에 앉은 아이가 일어나려 할 때 교사가 여러 차례 걸쳐 아이를 밀치고 발로 차는 등의 모습이 담겨있었다.

최근 어린이집에서 학대와 방치 등으로 아이들이 다치거나 심지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정부가 어린이집 아동학대를 막기 위해 CCTV 설치를 의무화하고 아동학대가 발생한 어린이집의 인증까지 취소하고 있지만 학대 사건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어린이집 CCTV를 부모들에게도 실시간으로 볼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부는 지난 2015년 인천 연수구 어린이집에서 교사가 아이에게 김치를 억지로 먹이고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 등의 내용이 담긴 어린이집 아동폭력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지난 3년 간 어린이집 내 아동학대는 2015년 427건에서 지난해 815건으로 오히려 증가한 모습이다. 부모들은 현재 아동폭력 근절대책으로는 원내에서 발생하는 아동폭력을 막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냈다.

사립 어린이집에 4살배기 아들을 보내고 있는 이정윤(가명, 31, 여)씨는 “CCTV 대책은 사후약방문”이라며 “사건이 발생하고 나서야 CCTV 확인이 가능한데 이미 일이 벌어진 후에 확인하면 뭐하냐”고 지적했다. 이어 “부모들이 원내 CCTV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학부모들은 아동학대에 대한 현실적인 예방책을 원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어린이집 CCTV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게 해달라는 청원이 쏟아지고 있다. 한 청원자는 ‘어린이집 실시간 열람 시스템 부탁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어린이집 학대가 계속 발생하고 있음에도 어린이집 측에선 보육교사 인권 때문에 CCTV 공개는 어렵다고 한다”며 “밖에 나가 일하는 부모들은 말 못 하는 아이들이 정말 편하게 하루를 보냈는지 알 수 없다. 어린이집에서 벌어지는 아동학대를 방지할 수 있게 CCTV 실시간 열람 시스템을 만들어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장화정 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은 “원내 CCTV를 실시간으로 공개하기 위해서는 학부모와 보육교사 간의 대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아동학대를 줄이기 위해서는 각 아동보호 전문기관의 인프라부터 잘 구축되고, 아동학대예방교육 등이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아동학대 사고가 잇따르자 지난 20일 문재인 대통령은 “과거에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해 CCTV 공개 등 나름대로 대책을 마련했는데 소용없다 싶을 정도로 또 다시 되풀이되고 있다”며 “보건복지부는 유사 사례가 더는 발생하지 않도록 완전히 해결할 대책을 빠르게 세워서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복지부는 24일 국무회의에서 어린이집 사고 재발방지 대책을 문 대통령에게 보고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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