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계동 소재 한 편의점 가맹점주가 매장 내 물건을 살펴보고 있다. ⓒ천지일보 2018.7.21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계동 소재 한 편의점 가맹점주가 매장 내 물건을 살펴보고 있다. ⓒ천지일보 2018.7.21

내년 최저임금 시급 8350원

인건비 상승에 허탈감 느껴

“노동자에 치우친 정부 정책”

“물가상승에도 영향 끼칠 것”

[천지일보=김빛이나, 임혜지 기자] “지금도 문을 닫아야 하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최저임금이 또 오르니 허탈합니다. 우리 같은 자영업자들은 다 죽으라는 건가요?”

서울역 인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진석(가명, 68, 남)씨는 20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깊은 한숨을 쉬며 이같이 말했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0.9% 오른 시간당 8350원으로 결정되면서 이를 기준으로 임금을 지급할 편의점 가맹점주들의 걱정이 늘고 있다. 수입은 그대로인데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가 늘어 아르바이트생(알바생)을 운용하는 데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삼교대로 3명이 일하고 주말인 토요일은 낮과 밤 2명 등 모두 5명의 알바생과 함께 일하고 있다는 김씨는 “최저임금이 1000원 오르면 1년에 인건비로만 1000만원이 더 나온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업주라면 200~300만원은 남아야 하는 건데 알바생보다 못 남게 생겼다”며 “점점 알바생의 월급이 올라가니 차라리 가게를 접고 알바를 하는 게 하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서울 용산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이선혜(가명, 40, 여)씨도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걱정을 털어놨다.

그는 “최저임금이라 하는 건 사실 우리 같은 자영업자에겐 한계치, 최대치라 하는 것인데, 올해도 오를 줄은 알고 있었지만 막상 오른다고 하니 허탈하다”며 “평일 알바생은 진작 정리했다. 주말에는 아이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알바생을 쓰고 있긴 하지만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이씨는 원래 다점포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최근 계약기간이 끝난 점포 한 곳의 재계약을 포기했다. 그는 “몇년새 경기도 안 좋고 매출이 잘 나오지 않아서 정리했다”며 “인건비가 오르다보니 평일엔 남동생이 나와 도와주고 있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가족한테 도와달라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

◆“알바생 대신 가족이 일 해”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가족이 함께 운영하는 편의점은 이씨가 운영하는 가맹점만이 아니었다. 부부가 함께 편의점을 운영하는 서울 용산구 서계동의 편의점도 사정이 어렵긴 마찬가지였다.

황정석·김지연(가명) 부부는 원래 집은 다른 지역이지만 편의점 일을 하기 위해 근처에 원룸을 잡고 살고 있다고 했다. 주말 야간에 알바생을 운용한다는 이들은 최대한 알바생을 쓰지 않으려하고 있지만 일이 고돼 힘들다고 했다.

황씨는 “하루에 거의 17시간씩, 야간에도 안 쉬고 일을 하고 있다”며 “내년에도 최저임금이 오른다고 하니 걱정이 많이 된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요즘 경기도 안 좋아지고 있는데 점점 올라가는 인건비를 무슨 수로 감당하겠나. 장사가 안 되는 곳은 다 문을 닫을 것”이라며 “우스갯소리로 우리 그냥 편의점 접고 다른 곳에서 알바하자는 얘기도 한다”고 말했다.

황씨는 “사실 지금 정부 정책이 너무 노동자에게만 치우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며 “점주들은 점점 말라가는데 노동자들의 삶만 향상시키면 나중 가서 어떻게 되겠는가”라고 꼬집었다.

서울 용산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또 다른 가맹점주 박혜진(가명, 40대, 여)씨는 최저임금 인상 여파는 단순히 인건비가 오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물가 상승으로까지 이어져 삶이 갈수록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손님들이 잘 모르고 있어서 그런데 이렇게 최저임금이 오르다 보면 물건 값도 계속해서 오른다”면서 “식당에도 밥값이 1000원씩 다 올랐지 않느냐. 아마 (물건 가격도) 내년에 100~200원씩 오를 것이다. 부담스러운 건 우리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인건비에 대해선 “알바생을 안 쓰고 내가 더 뛰어야지 뭐 별 수 있겠느냐”며 “방법이 없다. 시급이 오르는 대로 다 주면 지금보다 몇십만원이 더 나간다”고 했다.

◆“위약금에 폐점도 어려워”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에서 7년 동안 편의점을 운영해왔다는 최성길(가명, 39, 남)씨는 “최저임금이 오른다는 것은 보통 문제가 아니다”라며 불만을 털어놨다.

최씨의 설명에 따르면, 최씨의 가맹점에서 총 1500만원의 월수입이 나오면 그 중 본사에서 500~600만원을 가져가고 남은 돈에서 다시 300~400만원의 인건비가 나가고, 이에 더해 300~400만원의 월세가 또 들어간다. 운영이 힘들어 그만두려는 가맹점주들의 폐점도 쉬운 상황이 아니었다.

최씨는 “집사람과 딸도 나와서 일을 하는데 지난 2월에서는 200만원을 벌었다”며 “아직 (가맹점) 계약기간이 2년 6개월 정도 남아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끌고 가야 한다. 위약금은 상상도 못한다”고 말했다.

보통 위약금은 본사가 가져가는 금액을 기준으로 남은 계약 기간에 따라 산정된다. 편의점은 본사와 통상 한번에 5년을 계약하는데 2년 정도 매장을 운영한 경우 위약금이 3000~4000만원 정도 나온다는 것이 최씨의 설명이다.

그는 “지금 편의점 점주들이 장사가 안 돼 얼마나 힘든지 아느냐”면서 “삼각김밥 폐기 나온 것을 냉장실에 그대로 넣어놨다가 그걸로 밥을 때우는 점주들이 수두룩하다. 나 또한 그렇다. 이게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가 본사의 계약사항부터 꼼꼼히 보고 그 부분을 완화하거나 개정하려고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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