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학교폭력.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촉법소년, 지난해 비해 7.9% 증가

13세 범죄율, 14.7%로 가장 높아

“처벌 가능 연령, 12세로 낮춰야”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1. 지난 6월 26일 고등학교 2학년인 A양은 알고 지내던 또래 여고생과 중고교 선후배 등 5명에게 불려 서울 노원역 인근 노래방에서 1시간 반가량 가혹한 집단 구타를 당했다. 가해자들은 폭행 장면을 휴대전화로 촬영하고, 친구들에게 영상통화를 걸고 A양의 모습을 보여주며 자랑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가해자들은 A양에게 마스크를 씌워 대중교통을 타고 관악산으로 가 A양의 옷을 벗겨 각목 등을 이용해 구타를 가했다. 심지어는 나뭇가지와 음료수 캔을 이용해 성추행까지 저질렀다. 이 사건으로 가담 정도가 약한 2명은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고 1명은 중학생으로 소년법상 형사 처벌을 피할 수 있는 ‘촉법소년’이기 때문에 영장을 면할 수 있었다.

이같이 범죄를 저질러도 나이가 어려 처벌을 받지 않는 만 10~13세 ‘촉법소년’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특히 ‘관악산 여고생 집단폭행 사건’ 등 잔혹한 10대 청소년 범죄가 잇따르면서 미성년자 형사처벌 가능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19일 경찰청이 발표한 ‘2018년 상반기 청소년범죄분석’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촉법소년은 지난해 상반기 3167명보다 7.9% 증가한 3416명으로 집계됐다. 연령별로는 촉법소년에 해당되는 마지막 나이인 13세의 범죄율이 14.7%로 가장 높았다.

범죄 유형은 형사 처벌 대상인 14세 이상 청소년과 점점 비슷해지고 있는 모양새다. 단순 절도는 지난해보다 2.3% 줄어든 반면 폭력은 21% 늘었다. 인터넷을 이용한 중고물품 판매 사기 같은 지능사범은 33.7%나 증가했다.

성범죄를 저지른 촉법소년은 올 상반기 179명에 달했다. 지난달 27일에는 13살 초등학생이 서울지하철 7호선 이수역 에스컬레이터에서 여성의 치마 속을 휴대폰으로 촬영하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당시 이 초등학생의 휴대전화에는 다른 여성 3명의 신체 부위를 촬영한 동영상도 함께 발견됐지만 촉법소년으로 분류돼 형사처벌을 면할 수 있었다. 

또 지난 3월 대구에서는 10대 청소년 6명이 여중생을 집단 성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성폭행을 당한 피해 여중생 어머니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소년법을 폐지해 이들을 엄벌해 달라는 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청원을 통해 “남학생들이 성폭행 사실을 딸이 다니는 학교에 소문을 내고 SNS에서 딸아이가 남자애들을 꾀어서 관계했다는 허위 사실까지 올렸다”면서 “이들은 소년원에 들어간 걸 무슨 훈장이라도 되는 양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현재 우리나라는 19세 미만인 경우 사형이나 무기징역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질러도 대개 15년의 유기징역을 받게 된다. 이 가운데 10살 이상 14세 미만은 ‘촉법소년’으로 분류돼 가정법원으로 넘겨져 보호처분만 받게 된다. 때문에 범행 기록도 전혀 남지 않는다. 실제 지난해 전 국민의 분노를 일으킨 ‘부산 여중생 집단폭행’에 가담했던 가해자 1명은 당시 13세라는 이유만으로 보호관찰 2년에 그쳤다. 

촉법소년들이 저지르는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법무부는 촉법소년 연령을 현행 14세 미만에서 13세 미만으로  낮추는 방안이 올해 시행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 경찰청은 가벼운 소년범에 대해서는 수사 초기부터 경찰 단계 선도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실시하는 등 체계적 선도를 진행하고, 고위험 위기 청소년에 대해서는 6개월간 지속적으로 면담할 방침이다.

법무법인 천일의 노영희 변호사는 “소년범들은 자신들의 처벌 정도가 낮은 점을 알기 때문에 이를 악용해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며 “특히 최근 소년들이 저지르는 범죄가 잔혹해지고 있어 소년법 적용 나이를 만 12세까지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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