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설정스님이 지난달 29일 총무원 접견실에서  한국불교태고종 총무원장 편백운스님과 악수를 하고 있다. (제공: 태고종)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설정스님이 지난달 29일 총무원 접견실에서 한국불교태고종 총무원장 편백운스님과 악수를 하고 있다. (제공: 태고종)

태고종 “포교·교육 분야만 통합” vs 조계종 “자체적 결정”
개혁 측 관계자 “수계 같이 받는 건 결국 종단 통합한단 말”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한국 불교계를 이끄는 대한불교조계종과 한국불교태고종의 통합론이 제기되며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양측이 서로 엇갈린 입장을 보이고 있다. 태고종은 교육, 포교 분야를 통합하는 일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도 종단 통합은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반면 조계종은 이를 전면 부인하며 통합 논의는 단순히 원론적 덕담 수준이라고 선을 그었다.

태고종 기관지 한국불교는 지난달 29일 특종이라는 타이틀로 ‘조계종-태고종, 미래를 위해 통합합시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교계 언론사에 배포했다.

한국불교는 기사에서 설정스님은 태고종 총무원을 방문해 편백운스님에게 “과거에는 조계종과 태고종 간에 분규 갈등이 있었으나 앞으로는 한국불교 미래를 위해서 통합하자”며 “각 종단 역할은 그대로 기능을 하되 교육·포교 분야에서는 통합해 함께 가자”고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편백운스님은 “원장스님의 말에 적극적으로 찬동하며 통합의 구체적인 사안과 절차와 방법에 대해 양 종단이 통합기구를 설치해 단계적으로 접근하자”고 화답했다.

설정스님과 편백운스님의 회동이 있고 난 뒤 열린 태고종 전국 시도 교구 종무원장회에서는 가칭 ‘조계-태고 통합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의했다. 태고종 창종 이전의 통합종단 소속이었던 본종 소속 스님들을 망라한 종회의원 종단 중진 등으로 이른 시일 내에 위원회를 발족할 계획이라고 전해졌다.

이를 두고 한국불교는 설정스님의 제안이 인사차 방문한 자리에서 덕담수준 그 이상의 의미와 함축성 있는 여운을 남겼다고 봤다. 편백운스님과 설정스님이 약 30분간 차담을 나누면서 배석자 없이 비공개 회동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계종은 즉각 교계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원론적인 덕담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조계종 홍보국은 설정스님의 제안은 덕담 수준의 말이라며 향후 화합 방안에 관한 대화 역시 원론적 내용이었다고 해명했다. ‘조계-태고 통합 추진위원회’ 구성에 대해서는 “태고종의 자체적 조치와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태고종 홍보국 A스님은 16일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한국불교 보도에 대해 “포교, 교육 분야만 통합한다는 말이었지 종단 통합이라는 말은 왜곡된 보도”라고 거듭 강조했다. 조계-태고 통합 추진위 구성에 대해서는 “태고종은 이미 구성했으나, 조계종은 아직 구성을 못 했으니 서로 점진적으로 연구해 통합 논의를 하자고 얘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계종은 통합에 대해 9일 발표된 입장문 말고는 더는 할 얘기가 없다고 통합론을 일축했다. 태고종 측이 교육이나 포교 분야를 통합한다고 발언한 것이며, 설정스님은 원론적인 덕담에 불과했다는 설명이다. 조계종은 지난 9일 통합 논란이 거세지자 대변인 기획실장 일감스님의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설정스님이 편백운스님에게 한 통합 발언에 대해 더 이상 확대하거나, 왜곡하는 등으로 사실관계를 호도하지 말라고 요청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조계종과 태고종은 통합해서는 안 된다는 비판이 일었다. 개혁 측인 B씨는 “종헌 9조 1항에 따르면 조계종단은 독신출가승만을 인정한다”면서 “그러나 태고종 경우 결혼을 허용한다. 즉 조계종은 독신 출가자 종단인데 태고종과 수계(授戒, 출가자가 지켜야 할 계율 받음)를 같이 받는다는 것은 결국 종단을 통합한다는 말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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