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변산’ 이준익 감독. (제공: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영화 ‘변산’ 이준익 감독. (제공: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변산’과 ‘힙합’ 조합, 박정민 있어 가능

청춘을 겪지 않은 아재는 없어

세대 차이 강조보다 접점 넓히고 파

 

저에게도 돌아보기 힘든 흑역사 있어

영화 속 판타지로 유사감정 해소해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값나게 살지 못해도, 후지게 살지 말어!!’

이준익 감독이 지우고만 싶었던 부끄러운 흑역사를 가진 사람들에게 하는 말이다.

‘왕의 남자’를 시작으로 ‘소원’ ‘사도’ 등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진정성 있는 연출력으로 정평이 난 이준익 감독이 ‘동주’ ‘박열’에 이은 청춘 3부작 세 번째 이야기 ‘변산’으로 충무로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영화 ‘변산’은 고향인 전라도 변산을 떠나 힘들게 인생을 살던 무명의 래퍼 ‘학수(박정민 분)’가 고향으로 강제 소환되고, 잊고 싶었던 자신의 과거에 마주하게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톱스타를 주축으로 규모가 크고, 화려한 CG를 남발하는 영화가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이 감독은 ‘힙합’이라는 카드를 들고 정면 승부에 나섰다. 유쾌한 이야기꾼이라는 그의 수식어에 걸맞게 이준익 감독은 최근 진행된 인터뷰에서 ‘변산’ 얽힌 이야기를 특유의 입담으로 대화를 주도해나갔다.

“제목이 ‘변산’이라고 하니까 다들 사극인 줄 알아. 근데 주인공이 래퍼야. (어떤 영화인지) 예측되지 않는 매력이 있지.”

그의 말처럼 사극일 것으로 같은 영화 ‘변산’은 힙합을 소재로 하는 청춘영화다. ‘동주’ ‘박열’의 주인공들이 시와 행동으로 자신의 의지를 전달했다면 ‘변산’의 청춘 ‘학수’는 랩을 통해 표출한다.

요즘 세대 젊은이들은 익숙하지만 60대에 접어준 이준익 감독에게 힙합이라는 장르는 익숙하지 않을 터. 그가 랩이라는 소재를 표출의 도구로 사용하게 된 이유는 시나리오에 있다.

영화 ‘변산’ 이준익 감독. (제공: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영화 ‘변산’ 이준익 감독. (제공: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4~5년 전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너무 시대에 뒤떨어졌어. 탐탁지 않아서 안 하려고 했지. 아버지와 아들의 갈등은 3년 전 ‘사도’에서 찐하게 했는데 또 해? 라는 생각이었지. 그때 주위 동료들이 좋다고 해보라고 해서 설득당해서 하게 된 거지.”

사실 당초 학수의 직업은 단역 배우였다. 이 감독은 “최근 개봉한 ‘럭키(2016)’의 주인공이 단역배우여서 겹치더라”며 “변두리 중의 변두리 변(邊)산과 대비를 이루는 게 뭘까 생각했다. 지금 젊은이들에게 가장 핫한 무대가 ‘쇼미더머니’여서 ‘그래 힙합이다’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해도 랩이라는 장르에 도전하기는 쉽지 않다. 이 감독은 “나는 박정민이라는 히든카드가 있다”고 단언했다. 그는 “함께 했던 영화 ‘동주’ 때 회식을 하러 가면 쟤(박정민)는 마이크를 잡고 랩만 했지. 노래는 못하는데 랩을 매우 잘해. (박)정민이가 없었으면 이 영화는 엎어야 해. 오죽하면 투자사 여러 군데서 퇴짜 맞으면서도 박정민을 고집했겠어.”

영화 ‘변산’ 이준익 감독. (제공: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영화 ‘변산’ 이준익 감독. (제공: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학수와 선미 등 등장인물은 모두 우리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평범한 인물들이다. 특히 주인공 학수는 아버지, 친구 관계에서 묵혀 뒀던 감정들을 선미로 인해 고향인 변산에 가서 하나씩 끄집어내 이겨나간다. 그 모습은 관객에게 묵묵한 응원과 위로가 된다.

이 감독은 “청춘을 겪지 않은 아재 없고, 아재가 되지 않는 청춘 없다. 청춘이 아재를 설득하는 것보다 아재가 청춘을 이해하는 게 더 빠르다. 아재는 청춘을 경험했으니까”라며 “난 항상 연대를 소중히 하고 건강한 공동체를 추구한다. 세대 차이를 강조하기보다 접점을 넓혀가는 게 공동체의 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청춘이라는 틀을 만드는 것도 폭력적일 수 있다. 아재를 아재에 가두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런 차원에서 ‘변산’은 아재들이 더 좋아할 영화”라며 “학수의 시선으로 아버지의 입장을 바라본다. 역지사지를 통해서 상대를 이해하는 역할극처럼 입장을 바꿔놓고 보면 이해되는 게 너무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화 ‘변산’ 이준익 감독. (제공: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영화 ‘변산’ 이준익 감독. (제공: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이처럼 영화는 랩을 하는 학수를 통해 그는 누구나 잊고 살거나,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자신의 흑역사를 돌아보게 한다. 이 감독은 “자신의 과거가 부끄럽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도 돌아보면 힘들고 괴롭다. 아직도 끊임없이 도망가는 중”이라며 “돌아보면 해결하지 못한 게 너무 많아 현실을 마주할 용기가 없다. 나는 여전히 너무 비겁하다. 그래서 영화 속 판타지로 유사감정을 해소한 것이다. 영화가 나한텐 피안이다”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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