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이준익 감독이 ‘힙하게’ 들려주는 빛나는 우리의 흑역사… 영화 ‘변산’
[리뷰] 이준익 감독이 ‘힙하게’ 들려주는 빛나는 우리의 흑역사… 영화 ‘변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화 ‘변산’ 스틸. (제공: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영화 ‘변산’ 스틸. (제공: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고향으로 돌아온 무명래퍼 학수

모두의 청춘 소환시켜 응원·위로

공감 일으킬 소재 과장 없이 풀어

박정민 랩, 김고은 사투리 도전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누구에게나 잊고 싶은 지질한 과거나 아예 없었던 일이었으면 하는 기억이 존재한다. 이준익 감독은 시간이 흐른 뒤 단순히 추억 일부분으로 치부하기엔 용납되지 않는 흑역사를 수면으로 끌어 올려 마주보게 한다.

영화 ‘변산’은 고향을 떠나 힘들게 인생을 살던 무명의 래퍼 ‘학수(박정민 분)’가 고향으로 강제 소환되고, 잊고 싶었던 자신의 과거에 마주하게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영화 ‘변산’ 스틸. (제공: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영화 ‘변산’ 스틸. (제공: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발렛 파킹,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빡빡한 청춘을 보내는 학수는 ‘쇼미더머니’ 6년 개근의 열정을 불태우는 무명 래퍼 a.k.a 심뻑이다. 그는 6번째 나간 ‘쇼미더머니’에서 다시 예선 탈락의 고배를 마시게 된 인생 최악의 순간 전화 한통을 받고 잊으려 했던 고향 변산으로 향한다. 전화는 짝사랑 ‘선미(김고은 분)’가 학수를 변산으로 소환하기 위해 한 것.

고향으로 간 학수는 징글징글하게 들러붙는 옛 친구들로 인해 지우고 싶었던 흑역사를 떠올리게 된다. 하루빨리 다시 고향을 뜨고 싶었던 학수는 예측 불허의 사건들을 겪으면서 인생 최대 위기를 맞이한다.

이준익 감독의 청춘 3부작의 마지막 이야기 영화 ‘변산’은 부끄럽지만 빛나는 청춘의 민낯을 드러낸다. 시대극과 현대극을 넘나드는 이 작품은 작품성과 흥행성을 입증해 온 이준익 감독의 감각적인 연출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이 감독은 현시대를 사는 관객들의 공감을 사기 위해 자신의 진심을 음악으로 담아내는 힙합이라는 똑똑한 카드를 사용했다. 영화는 힙합의 자전적 고백을 통해 개성과 열정이 넘치는 청춘을 이야기한다.

관객의 이야기라도 해도 될 만큼 현실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재다. 빠듯하게 생활을 이어가는 학수의 모습은 평범한 청춘의 모습과 닮아있다. 큰 갈등이나 극적인 전개, 특별한 반전은 없다. 자극적이거나 과장되지도 않았다.

영화 ‘변산’ 스틸. (제공: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영화 ‘변산’ 스틸. (제공: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단순히 현 시대의 청춘들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학수는 치열한 일상 속에서 열정을 불태우는 청춘의 모습 그대로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인물들이 등장해 지났거나, 앞으로 도래할 청춘을 그린다.

이처럼 일상적인 소재로 영화를 만들어 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정확한 목표와 치밀한 계산, 감동을 필요로 하기에 연출자는 심리적 압박감이 클 수밖에 없다. 이준익 감독이 그 어려운 걸 해낸다. 틀을 깨는 재미와 감동에 코미디로 영화는 러닝타임 내내 잊고 살았던 과거를 떠올리게 해 관객의 눈물, 콧물을 빼낸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의 핵심은 찰진 대사다. 현실에서 도피한 학수에게 선미는 “넌 정면을 안 봐”라며 칼날 같은 돌직구를 날린다. 이 대사는 현실의 문제를 정면승부 하지 않은 관객들의 가슴에 꽂힌다.

영화의 후반으로 갈수록 짙은 가족애와 우정이 강조된다. 학수는 오랜 시간 함께 하며 자신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가족과 친구들 속에 묵혀 뒀던 감정과 맞붙는다. 극대화된 감정들은 공감대를 형성해 묵묵한 응원과 위로를 건넨다.

영화 ‘변산’ 스틸. (제공: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영화 ‘변산’ 스틸. (제공: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그렇다고 무겁거나 어둡지 않다. 적재적소에 들어간 코미디는 영화의 톤을 잡아주고, 관객에게는 폭소를 선사한다.

랩을 영화에 사용할 경우 잘하면 호(好), 못하면 불(不)이다. 게다가 힙합 가수가 아닌 배우가 실제로 랩을 하는 것은 모험이다. 이준익 감독은 이 모험에 박정민을 동참하게 했다.

앞서 ‘동주’를 통해 이준익 감독과 호흡을 맞춰본 바 있는 박정민은 학수 역을 위해 내면과 외면을 모두 캐릭터화했다. 래퍼 설정을 위해 귀를 뚫고 타투를 하는 등 외적인 변신을 시도했다. 크랭크인 2개월 전부터 랩 연습을 시작한 그는 또 학수의 감정을 온전히 담아내기 위해 랩 가사를 모두 직접 쓰는 노력을 기울였다.

학수를 뒷받침해주는 건 동창생 ‘선미’다. 선미 역은 영화 ‘은교’ ‘차이나타운’, 드라마 ‘도깨비’ 등을 통해 사랑스러운 매력을 내세운 배우 김고은이 맡았다. 김고은은 지방에서 사는 선미 캐릭터를 위해 8㎏을 증량했다. 또 어린 시절부터 변산을 떠나지 않은 선미를 연기하기 위해 사투리 선생님과 연습에 매진해 찰진 사투리를 구사한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