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2일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동자승이 법당에 올릴 꽃을 들고 걸어가고 있다. (출처: 뉴시스)
지난 5월 22일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동자승이 법당에 올릴 꽃을 들고 걸어가고 있다. (출처: 뉴시스)

화훼산업 활성화 및 올바른 화훼문화 확산을 위해 연재기획 ‘꽃과 문화’를 새롭게 선보인다. 꽃을 가까이 함으로써 발생하는 문화적 순기능을 살펴보고, 나아가 화훼 농가 및 관련 단체에 활력을 주는 코너로 자리매김하길 바라며, 그 첫 번째 이야기를 시작한다. ‘꽃과 문화’ 그 두 번째 기획은 꽃꽂이로 문화를 형성하고 있는 ‘불교 꽃꽂이’에 대한 것이다.

[천지일보=이지수 기자] 아름다움과 깨끗함 그리고 향기로움의 상징인 꽃. 주변까지 맑고 향기롭게 하는 꽃은 불교의 가르침에도 수없이 등장한다. 부처가 태어나 일곱 걸음을 내딛는 자리마다 연꽃이 피었다는 탄생설화가 있을 정도다. 그만큼 꽃은 부처를 상징하고 그 가르침을 표현하는 가장 가치 있는 장엄물로 손꼽히고 있다.

불교에서는 전통적으로 여섯 가지의 대표적인 공양물을 올리는 것을 ‘육법 공양’이라고 한다. 여섯 가지 공양물은 향, 등, 차, 꽃, 과일, 쌀이 보편적으로 쓰인다. 이 가운데 꽃 공양은 ‘꽃꽂이’를 중심으로 하나의 ‘꽃 문화’로 발전해왔다. 동아리 형식으로 모여 꽃꽂이를 배우고 여러 다양한 작품을 모아 전시회를 하는 등 불교 안에서 꽃꽂이는 그야말로 오늘날 별도의 문화 그 자체로 자리 잡았다.

봉은사 꽃꽂이반 강사와 수강생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7.3
봉은사 꽃꽂이반 강사와 수강생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7.3

서울 강남 한복판에 있는 천년고찰 봉은사는 문화강좌 일환으로 ‘봉은 꽃꽂이반’을 개설해 진행하고 있다. 매주 월·화 하루 2회씩 주·야간에 진행되는 꽃꽂이 교육은 초급반, 중급반, 고급반으로 나눠 이론과 실습을 통해 불교의 정신이 담긴 다양한 응용작품들을 탄생시키고 있다.

봉은사 교육관에 모인 꽃꽂이 교실 수강생들. 강사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고 가위로 꽃송이 끝 줄기를 자르며 꽃을 다듬어 간다. 꽃 하나하나를 다듬어 꽂을 때는 정신을 집중해본다. 말수는 점점 줄어들고 생각과 마음에 꽉 차 있던 잡념도 이내 사라진다. 어느새 수행자의 마음이 되어간다.

봉은사에서 꽃꽂이 강의를 맡은 이태희 강사는 “불교 꽃꽂이는 일반 꽃꽂이와는 다르다. 법당의 특수성을 고려해 색이나 향, 높이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전체 높이가 부처님 무릎 위로 올라가서는 안 되고 부처님을 가리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 강사는 “불교에서 꽃꽂이는 장식의 의미보다 봉헌의 의미가 담겼다”며 “생명이 있는 소재를 사용하고 기도하는 마음이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봉은사 꽃꽂이반 수강생들의 수업이 한창이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7.3
봉은사 꽃꽂이반 수강생들의 수업이 한창이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7.3

꽃꽂이를 ‘예술’로 표현하며 ‘꽃 보살’이 되고자 한다는 이태희 강사. 그는 꽃 공양을 위해 새벽부터 양재동 화훼공판장을 돌며 직접 꽃들을 고른다. 법당에 올릴 꽃들이기에 무엇보다 싱싱하고 좋은 품질의 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47년간 꽃꽂이를 해오며 한국꽃꽂이협회에서 예술을 추구하는 작가로서 평가받고 있다. 오직 불심(佛心)으로부터 우러나온 마음으로 봉은사 꽃꽂이반을 이끌고 있다.

수강생들의 꽃 사랑은 대단하다. 무엇보다 꽃과 함께하니 힐링이 절로 돼 행복하다고 입을 모은다. 우명숙 봉은사 꽃꽂이 교실 수강생은 “꽃을 꽂을 때는 다른 생각이 들지 않고 오로지 집중하게 된다. 기도하는 마음, 수행하는 마음”이라며 “평범한 삶 속에서 꽃꽂이를 하면서 가족들과 자신을 위한 발원들을 담아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꽃꽂이를 하다 보면 마음도 편안하고 순리적으로 모든 것이 흘러가는 것 같아 행복하다”고 말했다. 

봉은사 법당에 꽃꽂이가 올려져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7.3
봉은사 법당에 꽃꽂이가 올려져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7.3

꽃꽂이 모임이 불교에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관련 서적이나 전시회를 통해 다양한 작품도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5월 동국대 평생교육원은 불교 정통꽃꽂이 작품집을 발간했다. 3년간 정진희 지도교수와 18명의 수강생이 꽃잡지 ‘세이플로리’에 연재한 작품 130여 점을 실은 책이다. 불교 꽃꽂이의 의미와 특성을 사람들에게 제대로 알리기 위한 취지가 담겼다.

불교계 문화예술단체인 한국불교 연화 꽃꽂이연합회는 지난 4월 창립 32주년을 맞아 부처님 오신 날을 봉축하는 한국불교 연화 꽃꽂이연합회 꽃 예술전을 열었다. 이 행사에는 한국을 찾은 세계불교 비구니협회 스님들도 방문해 한국과 대만 스님들의 다채로운 꽃꽂이 작품들을 감상했다. 오색찬란한 꽃의 화려함이 묻어있는 작품을 비롯해 생화 그대로의 싱그러움을 자랑하는 보존화와 한국은 물론 대만 스님의 꽃꽂이도 전시돼 보는 이들의 오감을 즐겁게 했다.

한국불교 연화 꽃꽂이연합회 이사장 보명 스님은 “항상 우리 곁에 있는 아름다운 꽃으로 사바세계 중생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싶어 연화 꽃꽂이연합회를 창립했다”며 “앞으로도 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문화 포교에 더욱 정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비구니 회장 육문스님은 “앞으로도 불교 꽃 문화가 더욱 발전해 모든 중생에게 아름다운 꽃으로 행복을 골고루 나누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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