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9시(한국시간 10시)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모여 전 세계가 주목한 가운데 북미정상회담을 갖는다. (출처: 게티이미지, 뉴시스)
12일 9시(한국시간 10시)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모여 전 세계가 주목한 가운데 북미정상회담을 갖는다. (출처: 게티이미지, 뉴시스)

북미회담 이후 보름… 北, 변죽만 울리고 ‘비핵화’ 묵묵부답
美국무 “비핵화 시간표 없다”… 北 원하는 단계적·동시적 방안 차단
전문가 “북한, 단계적 방안·대북제재 해제 원할 것… 중국 영향”
“핵무기·핵물질 외부 반출에 대한 북 당·군부 내부 조율 필요할 듯”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6.12북미정상회담 이후 보름을 맞은 27일 현재 북한은 어떠한 ‘비핵화’ 관련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이 한미연합군사훈련까지 양보하며 ‘완전한 비핵화’를 재촉하고 있지만 북한은 오히려 중국을 만나며 무언가를 재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이다.

북한은 준비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가 하면, 중국이 원하는 단계적·동시적 비핵화 방향대로 흘러가는 모양새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북한은 비핵화의 대가로 대북제재 해제를 원하고 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北, 비핵화 ‘조용’… 변죽만 울려

지난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과 북한 고위급 관리가 주도하는 후속협상을 가능한 빠른 시일 안에 개최하기로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최근 폼페이오 장관은 이른 시일 안에 방북을 하겠다고 말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오전 회의시간에 북한에 있는 줄 알았다며 폼페이오 장관을 가리켜 농담식으로 말했지만 이 또한 북한의 빠른 후속협상을 재촉하는 제스처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은 폼페이오 장관의 카운터파트도 통보하지 않고 있다. 후속협상을 위한 고위급 관리 명단을 주지 않고 있어서 향후 실무라인이 어떻게 구성될지 미지수인 상태다. 앞서 북미정상회담 전에 판문점에서 의제 조율에 나섰던 실무라인은 미국 측의 경우 성 김 주 필리핀 미국대사였고, 북한 측은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실무협상 라인이 누구인지도 알려진 것은 없다.

북한은 비핵화가 아닌 다른 부분에서만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전쟁에서 희생된 미군 전사자 유해를 송환하는 부분 등이다. 물론 이 또한 북미회담 공동성명에 명시된 부분이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5일(현지시간) 미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웨스트컬럼비아에서 열린 헨리 맥매스터 주지사 지지유세에서 북미회담 성명에 대해 “미군 유해를 돌려받는 등 여러 가지 일을 하겠다는 내용의 아름다운 문서”라고 자체 평가했다.

하지만 이 연설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를 강조하고 있다. 그는 “(핵)실험을 하지 않고, 포기하며 탄도미사일 엔진 (실험) 장소를 포기하고, 단계를 거쳐 북한 비핵화를 해낸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북한은 여전히 비핵화에 대해서는 조용하다.

◆폼페이오 “비핵화 시간표 없어”… 단계적 비핵화 차단

더구나 미국 측은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이라는 카드를 내놓으며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실질적인 행동을 기다리는 분위기다.

최근 미 국방부에서는 “북한의 비핵화 시간표”를 언급하면서 다시 압박을 가하면서도, 미 국무부와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북한에 대한 비핵화 시간표는 없다”고 잘라 말하며 시간을 주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폼페이오 장관의 북한의 비핵화 시간표가 없다는 발언은 북이 원하는 단계적 비핵화를 차단하는 의미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최근에 폼페이오 장관이 ‘비핵화 타임라인이 없다’고 한 것도 비핵화와 제재 해제를 같이 바꾸기는 미국 입장에서 힘드니까 비핵화에 대한 엄격한 룰을 유도하기 위한 발언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세기의 담판’으로 주목을 받는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12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TV를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만남을 지켜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12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세기의 담판’으로 주목을 받는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12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TV를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만남을 지켜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12

◆정부 “북한도 시간 필요할 것… 예의주시”

전날 외교부 당국자는 ‘북한이 비핵화와 관련해서는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라는 본지 기자의 질문에 “북한도 내부적으로 준비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최근에 주변(중국)에 가서 설명하고 협의하는 시간도 있었다”며 “북한을 보면 대체적으로 우리만큼 빠르게 움직이지 않는 것 같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한미 간에 장관끼리 긴밀히 협의를 하자고 했기 때문에 고위급 협의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면서 “앞으로 카운터파트가 정해지는 대로 협상을 해나가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북한이 일방적으로 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당국자도 “신속히 북미정상회담에서 약속한 사항들이 이행돼야 하기 때문에 정부로서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하며 신속한 비핵화 이행을 위한 움직임을 강조했다.

◆전문가 “北, 단계적방안·제재해제 원해… 중국 영향”

전문가는 북한이 ‘비핵화’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요인을 두 가지로 꼽았다. 또 내부 입장 조율 시간도 필요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단계적·동시적 비핵화 방안이고 하나는 중국 요인”이라며 “북미 정상회담이 끝나고 (미국이) 중국이 원하는 단계적·동시적 방안에 따라주는 방향으로 양보를 해주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정상회담 합의문에서 명시되지 못한 것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완전한 비핵화)’와 ‘단계적 제재해제’ 이 두 가지를 바꾸자는 것이 북한의 주장”이라며 “지금 미국은 비핵화 조치가 어느 정도 이뤄지기 전까지는 제재해제는 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미국이 계속해서 연합훈련 중단 등 카드를 주면서 비핵화 실무협상을 하도록 유도하고 있지만, 북미 서로 간에 보는 대상이 다르다”면서 “아마도 이 부분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전에 실무진이 물밑 논의를 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김 교수는 “중국 요인이 없었다면 (북한이) 자국의 조건을 강하게 내세우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중국이 지금 상황에서 원하는 것은 재팬패싱이 원하는 대로 이뤄졌고, 중국은 종전선언에 참여를 하고 싶어 하고, 한미동맹을 약화시키려고 한다”면서 “북미 관계가 좋아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 중국 입장에서 현재 중국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 본부장은 “북미 정상회담에서 가능한 빨리 고위급 회담에 합의했는데, 내부 입장 조율이 충분히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정 본부장은 “미국이 북한의 ICBM 해외 반출을 요구하고 있는데 어떤 방식으로 응할 것인지 북한은 무엇을 얻어낼 것인지 주고받기를 해야 한다”며 “북한이 갖고 있던 핵무기를 연구소에 어떤 식으로 공개하고 핵물질을 어떻게 공개하고 여러 가지 북한이 나름대로 계획을 가지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당과 군부 등 내부 입장 조율일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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