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이솜 기자] 12일 오전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미정상회담을 연 가운데 함께 회담장에 들어가고 있다. (출처: 스트레이츠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천지일보=이솜 기자] 12일 오전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미정상회담을 연 가운데 함께 회담장에 들어가고 있다. (출처: 스트레이츠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비핵화 논의 위해 다음 주 방북” 보도
트럼프 “칠면조 요리 서두르면 안 돼”… 협상 장기전 염두 분석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6.12북미정상회담의 후속협상이 내주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의 비핵화 계획 논의를 위해 방북할 예정이라는 보도가 28일(현지시간) 나왔다.

이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폼페이오 장관이 이번 세 번째 방북을 위해 7월 6일 예정됐던 인도와의 회담을 취소했다”며 이처럼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이 이번에 방북하게 되면 이는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 이후 첫 북미 간 고위급 대면 접촉이 된다.

특히 폼페이오의 방북은 정상회담 당시 공동선언문에서 언급했던 후속회담이 시작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후속협상이 정상회담 다음 주에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지만 지금까지 공개적인 북미 접촉은 없었다. 물론 물밑으로는 접촉이 있었을 가능성이 나온다.

외교가에서는 그동안 북한이 후속협상에 대해 조용한 이유는 북미회담 이후 북한이 중국 등 주변국에 회담 내용을 설명·논의하고 준비해야 하는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러는 동안 물밑에서는 실무 협의를 통해 진통을 겪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답보상태인 북한의 비핵화 후속협상에 대해 북한이 단계적·동시적 방안을 주장하며 비핵화 대가로 대북제재 해제를 요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날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본지와 통화에서 북한이 북미회담 이후 후속협상 등 비핵화 움직임이 둔화한 것이 아닌가에 대한 질문에 “크게 두 가지 요인이 있는데, 하나는 단계적·동시적 비핵화 방안이고 다른 하나는 중국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북미 정상회담이 끝나고 (미국이) 중국이 원하는 단계적·동시적 방안에 따라주는 방향으로 양보를 해주는 것 같다”면서 “정상회담 합의문에서 명시되지 못한 것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완전한 비핵화)’와 ‘단계적 제재해제’ 이 두 가지를 바꾸자는 것이 북한의 주장”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이어 “지금 미국은 비핵화 조치가 어느 정도 이뤄지기 전까지는 제재해제는 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라며 “미국이 계속해서 연합훈련 중단 등 카드를 주면서 비핵화 실무협상을 하도록 유도하고 있지만, 북미 서로 간에 보는 대상이 다르다. 아마도 이 부분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전에 실무진이 물밑 논의를 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이처럼 신속한 비핵화를 주장해온 미국과 달리 후속 조치에 뜸들이기를 해온 북한은 다음 주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와 ‘체제 안전보장’의 빅딜을 향한 후속협상이 막을 올릴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앞서 전날 폼페이오 장관은 상원 세출위 청문회에서 구체적인 발언은 자제하겠다고 하면서도 북한과 협상이 진행 중임을 시사했다.

폼페이오 장관을 상대할 북한의 인사가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난해부터 북미 정보당국 간 물밑 접촉을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진 만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유력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한국전 참전 미군 전사자들의 유해송환 준비 작업도 마무리 단계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폼페이오 장관의 이번 방북 때에 유해송환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2일 싱가포르에서 북미정상회담 이후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출처: 미 백악관)
지난 12일 싱가포르에서 북미정상회담 이후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출처: 미 백악관)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이 그간 강조해온 ‘북한의 신속하고 완전한 비핵화’가 생각보다 쉽고 빠르게 이뤄질 것 같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속한 비핵화를 이루기 위한 조건 중에 하나로 핵물질·핵무기의 해외 반출을 이루기 위한 조치를 어떻게 이뤄갈 것인지 북한이 깊은 고민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때문이다. 이러한 비핵화 초기 조치를 비롯해 앞으로 있을 핵 사찰·검증, 이행과 보상 등 이를 조율하는 데 상당히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노스다코타주에서 열린 유세 연설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서두르면 스토브에서 칠면조를 서둘러 꺼내는 것과 같다”며 “이제 요리가 되고 있고 여러분들이 아주 만족할 것이지만 서두르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는 애초에 미국 측이 주장했던 신속한 비핵화가 다소 누그러진 모습이다.

또한 일괄타결 프로세스에 대해서도 “한 번에 모든 걸 해결할 수 없다”고 말하면서 장기전을 예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1월 중간선거 전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이 있는 만큼 협상 속도를 놓고 북미 간 줄다리기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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