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임혜지 기자] 24일 오후 경기 성남시 모란시장 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24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24일 오후 경기 성남시 모란시장 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24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초복을 앞두고 개고기 식용 문제에 대한 찬반 논쟁이 또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특히 최근엔 식용 목적으로 개를 죽인 사건에 대해 법원이 ‘정당한 사유 없이 동물을 죽인 행위’로 첫 유죄 판결을 내리면서 육견업계와 동물권단체간의 대립은 더욱 격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개 도축 금지 협약 이후 모란시장은 ‘한산’

24일 오후 경기 성남시 모란시장은 한창 사람들로 북적댈 주말 오후였음에도 한산했다. 닭이나 흑염소 고기를 보며 기웃거리는 시민들은 몇몇 있었지만 개고기를 찾는 시민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가게 밖 냉장고들은 텅텅 비어있었다.

불과 4년전까지만 해도 모란시장은 복날이 가까워지면 개고기를 찾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특히 모란시장은 손님이 개를 고르면 그 자리에서 살아있는 ‘개’를 도축해 신선한 고기를 판매하는 것으로 손님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현재의 모란시장에서는 살아있는 개를 찾아볼 수 없다. 성남시와 모란가축시장상인회가 지난 2016년 12월 ‘모란시장 환경정비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어 살아있는 개를 전시하고 도축하는 것을 금지시켰기 때문이다. 협약은 도시 이미지 개선 차원에서 추진됐으며 협약 이후 개고기를 취급하던 약 21곳이 대부분 업종을 바꾸거나 폐업했다.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24일 오후 경기 성남시 모란시장의 한 상가 냉장고가 텅 비어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24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24일 오후 경기 성남시 모란시장의 한 상가 냉장고가 텅 비어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24

모란시장 내 대다수의 상인들은 개식용을 둘러싼 갈등과 협약 등으로 인해 상권이 많이 타격을 받아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건강원을 운영하고 있는 한 상인은 “엊그제도 동물보호단체가 와서 한바탕 소란을 벌였다”며 “그걸 보고 누가 시장을 둘러보고 싶겠냐, 장사가 될 리가 있냐”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건강원 상인은 “전에는 살아있는 개를 구입하러 오거나 구경하러 오는 손님이 꽤나 있었는데 지금은 없다”면서 “살아있는 개를 보고 손님들에게 구매권을 주는 게 모란시장만의 특이점이었는데 이런 특이점을 없애니 손님들이 오지 않는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협약 이후 일반 식당으로 업종을 전환했다는 김무성(가명, 50대)씨는 “개 도축 시설이 철거된다는 소식이 알려지고 나서 모란 시장이 아예 없어졌다고 생각하는 시민들도 많이 있다”며 “전보다 모란시장을 찾는 시민들의 수도 눈에 띄게 줄었다”고 말했다.

“식용 동물에 개 포함해야” VS “개, 가축에서 제외해야”

개식용과 관련해 육견업계와 동물권단체의 갈등도 매년 첨예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육견업계는 닭, 돼지, 소 등과 같이 식용을 목적으로 하는 동물에 개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개는 축산법상 ‘가축’에 해당해 사육은 가능하지만, 도축과 유통과 관련된 축산물 위생관리법에는 빠져 있다. 이 때문에 개 도축은 합법도 불법도 아닌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모란시장에서 마지막 남은 개 도축장을 운영하고 있는 신승철씨는 “식용으로 쓰이는 개들 대부분은 40~80㎏정도의 매우 큰 대형견이고 종도 1~2가지 밖에 안된다”며 “식용견은 절대 반려견이 아니다. 식용견과 반려견을 구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육견협회 회원들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종합청사 근처에서 ‘대한육견협회 생존권 투쟁 집회’를 연 가운데 개들이 케이지에 갇혀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대한육견협회 회원들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종합청사 근처에서 ‘대한육견협회 생존권 투쟁 집회’를 연 가운데 개들이 케이지에 갇혀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반면 개고기 식용을 반대하는 동물권단체는 모든 개는 평등하며 개를 ‘가축’에서 제외할 것을 주장한다. 개는 전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반려동물이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이 같은 주장은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도 등장했다. 지난 17일 국민청원 게시판에 게재된 ‘개를 가축에서 제외하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한 청원자는 “법의 사각지대에서 수십 년 동안 세상에서 가장 끔찍하게 죽어가는 개와 고양이만이라도 제발 식용을 종식해 달라”며 “아직도 지옥 같은 개농장에선 한 해 250만 마리의 개가 참혹하게 도살되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청원은 26일 오전 10시 기준 동참 인원이 9만 6000명을 넘어섰다.

이원복 한국동물보호연합 대표는 “개나 고양이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대표적인 반려동물로 취급되고 있다”며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개를 먹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전국동물보호단체연대 주관으로 22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북인사마당에서 개식용 반대 집회가 열린 가운데 한 시민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이들은 “‘개·고양이, 유기·학대·도살 금지 특별법’을 제정해 반려동물이 식용가축이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전국동물보호단체연대 주관으로 22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북인사마당에서 개식용 반대 집회가 열린 가운데 한 시민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이들은 “‘개·고양이, 유기·학대·도살 금지 특별법’을 제정해 반려동물이 식용가축이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특히 그는 식용견과 반려견을 구분해야 한다는 육견업계 주장에 대해서는 “식용견과 반려견을 나누는 건 엄연한 동물차별”이라며 “사랑으로 품에 안으면 반려견이 되는 것이고 버리면 식용견이 되는 것이다. 식용견과 반려견의 기준을 제시하는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식용을 목적으로 개를 도살한 사건에 대한 법원의 첫 유죄 판결도 나왔다”며 “앞으로 이 같은 판례를 축적해서 대한민국에서 개식용 금지 문화가 일반화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