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마지막인 2015년 10월 26일 오전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작별상봉을 마친 이복순(88) 할머니가 버스에서 납북 어부인 아들 정건목(64)씨와 인사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제20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마지막인 2015년 10월 26일 오전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작별상봉을 마친 이복순(88) 할머니가 버스에서 납북 어부인 아들 정건목(64)씨와 인사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이산가족 1세대 “실질적 성과 있길”

탈북민 “그토록 고대하던 일 일어나”

[천지일보=김빛이나·임혜지 기자] “단순히 남북이 만나는 회담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길 기대합니다.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고 하루라도 더 빨리 북에 있는 가족을 만나고 싶은 것이 우리 이산가족의 희망사항입니다.”

남북이 8.15 이산가족상봉행사 등 인도적 사안을 논의할 적십자회담을 개최하는 22일 북한에 혈육을 둔 이산가족은 회담의 성공적인 결과를 기대하며 북한에 있는 가족을 만나고 싶어 하는 간절함을 보였다.

이산가족 1세대인 박경순(83, 여)씨는 이번 적십자회담에서의 성공을 기원한다며 “정부가 얼마 남지 않는 이산가족들의 마음을 헤아려 회담을 잘 이끌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번처럼 단순히 잠깐 다녀오는 것이 아니라 북한에 있는 고향 땅을 직접 밟고 싶은 염원이 크다”며 “가족의 행방도 알고 싶고 평생 그려왔던 고향을 찾아가 그동안 궁금했던 것을 모두 풀고 싶다”고 했다.

박씨는 그러면서 “남북통일이 얼마 안 남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우리 이산가족들에게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벌써 통일을 기다리다가 타계한 사람이 많지 않느냐”면서 “하루라도 빨리 가족들을 만나고 싶은 급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2일 서울 종로구 이북5도청 대강당에서 열린 ‘제36회 이산가족의 날 추석 망향제’ 기념식에서 한 6.25국가유공자가 이산가족 관련 영상에 눈물을 흘리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0.2
2일 서울 종로구 이북5도청 대강당에서 열린 ‘제36회 이산가족의 날 추석 망향제’ 기념식에서 한 6.25국가유공자가 이산가족 관련 영상에 눈물을 흘리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0.2

적십자 회담을 통해 이산가족상봉이 이뤄지는 것은 물론 평화 통일을 바라는 마음은 탈북민도 마찬가지였다.

7년 전 3살 된 아들과 북한에서 넘어왔다는 이영숙(가명, 43, 여)씨는 “그토록 고대하던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면서 믿기지 않는다는 생각도 들고 하지만 진작 이뤄졌어야 했던 일”이라며 “지나온 시간을 생각하면 경색된 남북관계로 통일이 가깝다는 것을 체감하지 못했었는데 이제는 정말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씨는 “북한에서 온 소식을 들어보면 남한보다 더 통일을 이루고자 하는 마음이 큰 것 같다”면서 “지난번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졌을 때 우리 탈북민들처럼 북한에서도 시민들이 TV를 보며 모두 부둥켜안고 펑펑 울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그는 이어 “북한에서도 분명 이번 회담에 대한 기대가 클 것이라고 생각된다”며 “북에 있는 어머니께 소식을 보내면서도 ‘반드시 살아서 만날 수 있을 것이니 조금만 더 기다리자’라고 전했다. 회담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고 계속 이어져 통일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전 남측 대표단은 동해선 육로를 통해 회담장인 금강산으로 향했다. 이번 회담에서 가장 중요한 의제는 ‘판문점선언’에서 합의한 8.15를 계기로 갖기로 한 이산가족상봉행사의 구체적인 일정과 상봉 규모 등을 정하는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만일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8.15를 계기로 열리게 된다면 지난 2015년 10월 이후 3년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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