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지난 2일 서울 성북구 성신여대역 인근에서 선거유세차량이 불법주정차 돼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지난 2일 서울 성북구 성신여대역 인근에서 선거유세차량이 불법주정차 돼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5

선거 관련 청원 일주일간 140여건

시민 “홍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경찰 “선거철이라 제재 안 한다”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엄청 불편하죠. 항의해도 선거철이라 그렇다는 답변뿐이지 아무 소용없어요. 선거도 선거지만 시민들에게 이렇게까지 불편을 주면서까지 홍보를 해야 하나요?”

지난 4일 서울 은평구의 한 사거리에서 만난 박주현(가명, 50대, 남)씨는 사거리에 세워진 각각의 선거유세차량을 가리키며 눈살을 찌푸렸다. 유세차량의 확성기에선 선거송이 쉬지 않고 흘러나왔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곳곳에서 치열한 선거전이 펼쳐지고 있다. 지난달 31일부터는 본격적으로 선거유세가 시작되면서 유세차량이 인도와 횡단보도 등을 점령하고 있는 데다 소음공해와도 같은 선거송으로 인한 시민들의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 1일 서울 은평구 구산역 인근 자전거 전용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던 김정민(가명, 남, 30대)씨는 자전거 전용 도로에 주차돼있던 유세차량 때문에 길을 지나갈 수 없었다. 결국 경찰에 전화를 걸어 “차를 치워 달라”고 요구했지만 경찰은 “선거기간이고 선관위와 구청까지 연결된 부분이라 처리가 어렵다. 양해 부탁 바란다”고 대답할 뿐이었다.

김씨는 “일반 차량이라도 문제가 있는 상황인데 선거 차량이라고 해서 경찰이 조치를 못 하는 게 말이 되냐”며 “처벌을 못하더라도 차량 위치는 옮겨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4일 서울 광진구 용마사거리 인근에서 각 정당 후보들이 선거유세차량을 횡단보도 근처에 주차하고 연설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6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4일 서울 광진구 용마사거리 인근에서 각 정당 후보들이 선거유세차량을 횡단보도 근처에 주차하고 연설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6

4일 기자가 찾은 서울 은평구 용마사거리에서도 선거유세가 진행되고 있었다. 횡단보도 앞에 정차된 선거유세차량에 부착된 스피커에서는 높은 볼륨의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횡단보도를 거의 막다시피 정차된 선거유세차량으로 인해 시민들은 도로 측면을 통해 길을 건너며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길을 지나던 이선창(가명, 남)씨는 “선거기간이라 이해는 하는데 정말 해도 너무 하는 것 아니냐”며 “조금 전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차(선거유세차량)가 갑자기 앞으로 튀어나와서 깜짝 놀랐다”라고 말했다.

이어 “시민들의 안전은 아랑곳하지 않고 후보자 홍보에만 몰두해 있어 길을 지나다 보면 불만이 생길 때가 많다”고 털어놨다.

선거송으로 인해 발생하는 소음에 대해 고충을 털어놓는 시민도 있었다. 김지혜(25, 여)씨는 “시끄러워서 너무 정신없다”며 “전화통화를 하는데 노랫소리 때문에 하나도 안 들린다. 길에서 통화도 못 하겠다”고 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도 ‘선거유세’와 관련된 시민들의 고충이 쏟아지고 있다. 실제 4일 국민청원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최근 일주일간 ‘선거유세’에 관련해 등록된 청원만 140여건이었다.

한 청원인은 6.13지방선거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달 31일 ‘선거유세차량 제재방법을 만들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 글을 올렸다. 청원인은 “선거철만 되면 소음공해, 불법주정차, 인도점거, 통행방해 등 온갖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토로했다.

이어 “간만에 하루 쉬고 있는데 근처 사거리에 유세트럭이 인도에 불법주차하고 종일 녹음방송을 틀고 있다”며 “왜 수십년동안 유세차량의 소음과 불법은 아무 제재 없이 넘어가는 거냐”고 지적했다.

불법주정차 된 선거유세차량은 도로교통법에 따라 단속할 수 있다. 하지만 구청이나 경찰 등은 선거기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평소 불법주정차 단속은 신속히 처리하지만 선거 기간은 특수한 경우라 단속을 되도록 하지 않는다”며 “신고가 들어오면 교통에 방해가 안 되게끔 차를 이동시켜달라고 요청하는 정도로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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