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형 (사)동아시아평화문제연구소 소장

 

정전협정은 1953년 7월 27일 판문점에서 유엔군 총사령관 마크 웨인 클라크, 북한군 최고사령관 김일성, 중공인민지원군 사령관 펑더화이 등 3인이 서명해 체결한 한국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으로 한글 문서에 ‘정전협정’으로 명시돼 있다. 이 정전협정 4조 60항은 “3개월 내 정치회의를 소집해 한국으로부터 모든 외국 군대의 철수 및 한국문제의 평화적 해결문제를 협의할 것을 건의한다”고 규정했다. 그러나 1954년 4월 제네바 정치회담이 성과 없이 끝나면서 정전협정은 60년 넘게 지금까지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체결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남한에서는 ‘정전협정’을 ‘휴전협정’이라고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정전(停戰)은 사전적 의미로 ‘전투 행위를 완전히 멈추는 것’이라는 뜻이나, 외교적으로는 교전국의 입장이 너무 달라 정식으로 전쟁을 종료하는 강화조약을 맺을 수 없기 때문에 전투 행위의 정지만을 합의한 것을 의미한다. 이에 비해서 ‘휴전(休戰)’이라는 용어는 ‘적대 행위는 일시적으로 정지되나 전쟁은 계속되는 상태’를 의미하며, 교전국과 중립국의 권한 및 의무도 전시와 마찬가지로 인정된다. 그렇다면 남한 정부에서는 왜 ‘정전’ 대신 ‘휴전’이라는 용어를 보편적으로 사용해 왔을까. 그 이유는 이승만 대통령은 완전한 통일을 위해 정전협정을 반대했고, 국제법의 위반 없이 휴전상태에서 전쟁을 계속해 북진통일을 이루고 싶어 했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우리 정부와 언론은 지금까지 공식적인 명칭인 정전협정 대신 휴전협정으로 불러온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차 남북정상회담 직후 발표한 ‘4.27 판문점 선언’에서 종전선언에 이은 평화협정 논의 과정에서 남·북·미와 중국의 4자 참여 가능성을 거론했으나, 5월 27일 회견에서는 북미정상회담 후 남·북·미 3자 정상회담을 통해 종전선언이 추진되면 좋겠다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고 밝힘으로써 이번에는 종전선언 주체에서 중국의 참여를 언급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회견 내용은 트럼프 대통령이 2차 북중정상회담 후에 김정은 위원장의 태도가 변했다고 ‘중국배후설’을 제기한 직후 나왔기 때문에 중국을 더더욱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지난달 29일 관영매체인 환구시보 사설을 통해 중국은 정전협정 서명 당사국 중 하나라면서 한반도의 중대한 결정에 중국을 배제하는 것은 안정적인 실행에 도움이 안 된다고 주장하면서 남·북·미 3자만의 종전선언 추진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한편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5월 31일 브리핑에서 중국은 서명 당사국으로서 마땅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반도의 종전선언 논의 과정에서 ‘3자 혹은 4자’ 합의라는 논란이 한반도의 비핵화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데 장애 요소가 돼서는 안 될 것이다. 

올해는 한국과 중국이 ‘전략적협력동반자관계’를 구축한 지 10년이 되는 해이다. 중국은 2003년부터 미국을 제치고 우리나라의 제1 수출대상국이 됐다. 앞으로 북미정상회담이 성공해 한반도 비핵화가 실현된 후에도 남·북·미·중 네 나라의 이해와 협조는 북한의 개혁개방을 위해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중국의 배제가 나중에 엄청난 정치·외교적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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