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오른쪽),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출처: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오른쪽),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이어 유럽연합(EU), 멕시코, 캐나다 수입 품목에 ‘관세 폭탄’을 퍼부으면서 세계 무역전쟁의 전운이 다시 짙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현지시간) 미국이 6월부터 EU와 캐나다, 멕시코에서 수입하는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해 각각 25%와 10%의 관세를 부과키로 결정하고 이들 동맹국들도 즉각 보복 방침을 밝히면서 세계 무역전쟁의 공포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EU 등의 철강 제품에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을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따라 미국 동부 시간 6월 1일 0시를 기해 EU, 캐나다, 멕시코의 철강 제품에 25%, 알루미늄 제품에 10%의 관세가 부과된다.

이들 국가는 지난해 미국에 230억 달러(약 24조 8천억원)어치의 철강과 알루미늄을 미국에 수출했다. 미국 전체 수입액 480억 달러(약 51조 7천억원)의 절반에 달한다.

해당 국가들은 즉시 ‘보복관세 카드’를 꺼내 들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EU의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의 장클로드 융커 위원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EU도 미국 조치에 맞서 똑같은 수단을 동원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캐나다는 166억 캐나다달러(약 13조 8천억원)에 해당하는 미국산 철강, 알루미늄 제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고 요거트, 위스키, 커피, 맥주 등에도 관세 부과 가능성을 시사했다.

멕시코는 철강은 물론 돼지고기, 사과, 소시지, 포도, 치즈 등 농축산물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가 밀집한 지역을 타깃으로 삼은 것이다.

EU 또한 미국이 철강 관세부과를 강행하면 오렌지 주스, 청바지, 오토바이 등에 보복관세를 부과하기로 하고 이미 대상목록을 정했다.

EU 등은 이번 미국 철강 관세부과 건을 WTO에 제소해 정식으로 보복관세를 물리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미국의 결정은 국제무역규범 위반으로 불법일 뿐 아니라 여러 면에서 실수”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미국이 자동차 등으로 무역 전선을 확대할 의지를 보이면서 세계 무역대전의 범위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윌버 로스 상무부 상관에게 수입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이 미국의 국가 안보에 끼치는 영향을 판단하기 위한 조사를 지시했다. 상무부의 판단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수입자동차에 고율 관세를 부과할지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만약 미국이 자동차 관세 카드를 꺼내 들고 상대국도 비슷한 규모의 보복에 돌입하면 세계 경제에 엄청난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로는 이번 사태가 무역전쟁 전면전까지는 확대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앞서 중국과의 협상이 그 예시다.

BBC방송은 앞선 통상마찰의 예를 살펴보면 양측은 얻어낼 수 있는 최대치를 꺼내 엄포를 놓다가 결국 협상을 통해 상황이 부드러워진다는 분석을 내놨다.

BBC방송은 “지금까지 전면적 무역 전쟁은 빚어지지 않았다”며 “트럼프 시대에는 이런 식으로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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